송민경 기자 2024-04-09
지난 3월 29일, 서울환경연합에서 진행하는 '제1차 2024 생태전환도시포럼: 인간 너머의 생태화하는 인간'이 개최되었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의 최명애 교수가 '야생의 도시: 도시 동물과 재야생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카이스트 학생들과 백로들의 경쟁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KAIST) 기숙사의 지붕 위에는 백로가 산다. 기숙사 주변 나무들이 백로에게는 최적의 서식지이다. 문제가 생겼다. 백로가 내는 소음과 악취가 학생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백로와 학생들간의 갈등은 '종 너머 도시 이론'에 기반한 인간-동물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낸다"고 최 교수는 말한다. 최 교수는 카이스트의 나무들에서 출발해, 서식지를 옮겨가는 백로의 이주 여정을 추적하며, 도시 생태계의 변화와 인간의 개입이 어떻게 야생 동물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폈다. 이주 과정에서 백로는 단순한 '유해 동물'에서 '비인간 이웃'으로 재해석되었고, 도시 공간의 혼종적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로 부상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도시의 재야생화'라 명명하며, 도시에서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의 모색을 강조했다.
도시에서 자연을 보전하는 새로운 접근 방법들
최명애 교수는 여러 형태의 도시 재야생화 방식을 소개했다. 먼저, 교란된 생태계 먹이사슬을 복원하기 위해 상위 포식자 동물을 도입해 먹이사슬을 복원하는 '영양 재야생화(Trophic rewilding)'를 들었다. 또, 초식 동물의 방목을 재도입해서 생태 작용을 다시 활성화하는 '생태 재야생화(Ecological rewilding)'가 있다. 재난과 분쟁으로 인간의 개입이 의도치 않게 일정 기간 차단된 지역에서, 자연 스스로 생태계를 복원하는 '수동적 재야생화(Passive rewilding)' 방식을 전했다. 도시 환경에서 자연을 보전하는 새로운 접근 방법들이다. 재야생화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며, 야생동물을 복원하는 동시에 도시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이점을 다양하게 제공한다고 한다.
도시 재야생화는 인간과 자연의 소통 방법
도시 재야생화는 침입종의 증가, 비의도적 종 도입, 인간-야생동물 충돌의 문제를 동반한다. 최 교수는 이런 도전 과제들에 대응하려면 공존을 위한 타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존과 타협의 한 예로, 카이스트에서 시도된 백로와 학생들 사이의 갈등 해결 방안이 주목받았는데, 백로의 생체 시간에 대한 안내, 소음 감소 도구 제공, 백로 피해 영향권 내 학생들에게 기숙사비의 할인 등이 제안되었다.
최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사람과 자연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자연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주변에 있는 자연을 발견하려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의 재야생화는 ‘돌멩이 스프’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두 나그네처럼 인간과 자연을 소통하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러블과 함께 동거하기
도시 재야생화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러블과 함께 동거하기'라는 개념을 구현한다. 이는 우리가 하는 행위의 폭력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비인간 존재들의 취약성을 알아가며,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걸 의미한다. 도시 재야생화는 단순히 자연을 복원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지붕 위의 백로가 트러블메이커가 아니라 매력적인 동거인이 되는, 그런 날이 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