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찾아온 초여름 더위, 봄나물은 열흘 빨리, 과수 꽃은 일주일 먼저…걱정 앞서는 농민들
-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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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4 김사름 기자
4월 중순 전국 곳곳의 낮 기온이 28도 안팎까지 오르며 봄은 가고 초여름이 이미 온 듯하다. 강원도의 산나물 수확은 예년보다 열흘 앞당겨졌고, 충북의 과수 꽃도 최대 일주일 먼저 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빠른 봄은 빠른 수확만을 뜻하지 않는다. 전남의 나주 배꽃은 우박 피해를 입었고, 경북의 과수 농가는 서리 위험을 걱정하고 있다. 농사의 달력이 바뀌는 지금, 농민들의 불안도 함께 커지고 있다.

4월 중순 전국 낮 기온 28도 안팎, 봄이 초여름으로 건너뛰다
4월의 봄이 초여름으로 건너뛰고 있다. 4월 중순 전국 곳곳의 낮 기온이 25도를 넘고, 일부 내륙 지역은 28도 안팎까지 오르면서 계절의 속도가 빨라졌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16일 전국 낮 최고기온은 15~28도로 평년 최고기온인 16~22도보다 높았다. 서울은 나흘째 낮 최고기온이 25도를 웃돌았다.
전국 평균기온을 보더라도 4월 1일부터 14일까지 평균기온은 12.4도로,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5번째로 높았다. 4월 14일까지 7일과 8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날이 평년보다 높았다.
봄철 고온의 직접 원인으로는 동해상 고기압과 동풍의 영향이 지목된다.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공기가 따뜻하고 건조해지며 서쪽 내륙을 중심으로 기온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맑은 날씨와 강한 일사가 더해지면서 4월 중순의 봄은 5월 말, 6월 초의 날씨처럼 변했다.
문제는 이 더위가 사람의 옷차림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온은 농사의 출발 신호다. 싹이 트고, 꽃이 피고, 벌이 움직이고, 농민이 수확과 방제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4월의 고온은 농사의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강원 산나물 수확 열흘 빨라지고, 충북 과수 개화 최대 7일 앞당겨져
강원의 산나물 수확이 예년보다 열흘가량 빨라졌다. 4월 중순 강원 내륙과 산지의 낮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오르면서 봄철 산나물 농가가 수확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강원 내륙의 낮 기온은 25~28도 안팎까지 올랐고, 산지에서도 4월 중순답지 않은 고온이 나타났다.
산나물은 봄의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일정 온도 이상이 유지되면 생육이 빠르게 진행된다. 수확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겉으로는 좋은 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농업에서 빠른 생육은 곧 안정적인 생산을 뜻하지 않는다. 4월 초중순은 여전히 저온과 서리, 건조, 강풍이 오갈 수 있는 시기다. 작물이 빨리 자랄수록 피해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충북 과수 농가도 비슷한 변화를 맞고 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올해 사과·배·복숭아의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최대 7일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과 ‘후지’는 지역별로 4월 14~24일, 배 ‘신고’는 4월 10~20일, 복숭아는 4월 9~20일 사이 개화가 예상됐다. 복숭아와 배는 지역에 따라 최대 5~7일 이른 개화가 전망됐다.
개화가 빨라지면 농민의 일도 빨라진다. 인공수분, 병해충 예찰, 저온 피해 대비, 방제 일정이 모두 앞당겨진다. 문제는 자연의 모든 조건이 함께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꽃은 먼저 피지만, 새벽 기온은 다시 떨어질 수 있다. 벌의 활동은 날씨에 따라 불안정하고, 우박과 강풍은 개화기 작물에 직접 피해를 준다.
전남 나주 배꽃은 우박에, 경북 과수는 서리 위험에 노출
전남 나주에서는 빠른 봄의 위험이 현실이 됐다. 4월 6일 전남 일부 지역에 우박이 쏟아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도 집계에 따르면 6일 오후 기준 강우와 우박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802㏊였고, 이 가운데 나주가 742㏊로 가장 컸다. 작물별로는 배 피해가 73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주는 국내 대표 배 주산지다. 피해가 컸던 이유는 우박이 배꽃 개화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꽃이 피고 수정이 이뤄지는 시기는 과수 생산량을 결정하는 핵심 시기다. 이때 꽃이 떨어지거나 상처를 입으면 수확량과 품질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경북에서도 과수 개화기 저온과 서리 피해가 우려됐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은 올해 봄철 기온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도내 과수 농가에 개화기 저온과 서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선제 대응을 당부했다.
고온과 저온이 번갈아 나타나는 봄은 농업에 더 어렵다. 낮에는 초여름처럼 덥고, 새벽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작물은 낮의 고온에 반응해 생육 속도를 높이지만, 밤과 새벽의 저온에는 그대로 노출된다. 이것이 최근 봄철 농업 피해의 핵심 구조다.
빠른 봄은 빠른 수확이 아니라 더 긴 위험 기간이다
봄이 빨라졌다는 것은 단지 꽃이 일찍 피고 수확이 앞당겨졌다는 뜻이 아니다. 작물이 가장 민감한 시기에 저온, 우박, 강풍, 건조, 병해충 위험에 더 오래 노출된다는 뜻이다.
과수의 경우 개화기가 빨라지면 냉해 위험이 커진다. 꽃눈과 꽃은 영하권 또는 0도 안팎의 낮은 기온에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 피해가 심하면 착과율이 떨어지고, 열매가 맺혀도 기형과 품질 저하가 생길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도 4월 6일 충남 천안의 배 과수원을 찾아 과수 저온 피해 경감용 동결보호제 현장 적용 상황을 점검했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3월부터 나주, 천안, 상주 등 과수 주산지 23곳에서 현장 적용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는 농업에 평균기온 상승으로만 오지 않는다. 따뜻한 날이 빨리 찾아오고, 그 뒤에 다시 저온이 닥친다. 비가 와야 할 때 오지 않거나, 짧은 시간 우박과 강풍이 겹친다. 계절은 빨라지지만 날씨의 안정성은 낮아진다. 농민에게 더 어려운 것은 더위 그 자체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이다.
강원 산나물 수확이 열흘 빨라진 일, 충북 과수 개화가 최대 7일 앞당겨진 일, 나주 배꽃이 우박 피해를 입은 일, 경북 과수 농가가 서리를 걱정하는 일은 서로 다른 지역의 개별 사건이 아니다.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농사의 달력이 바뀌고 있다.
농사의 달력이 바뀐다…기후 대응 농업이 필요한 이유
농업은 기후위기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산업이다. 기온이 오르면 작물의 생육 시기가 달라지고, 병해충 발생 시기도 앞당겨진다. 고온, 저온, 우박, 집중호우, 가뭄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겹치면 농민의 판단 부담은 커진다.
이제 농업 정책은 “피해가 발생한 뒤 보상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별 작물 생육 달력, 개화 예측, 병해충 예찰, 저온·서리 경보, 고온 대응 품종, 재해보험, 스마트 관수와 차광 시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농촌진흥청도 2026년 주요 방향에서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 주요 작물 재배지 변동 예측, 농작물 재해위험지도 구축, AI 기반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사의 달력은 오랫동안 경험으로 만들어졌다. 어느 절기에 씨를 뿌리고, 어느 무렵 꽃이 피며, 언제 수확해야 하는지는 농민의 기억과 지역의 기후가 함께 쌓아온 지식이었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그 경험의 기준선을 흔들고 있다.
4월의 초여름 더위는 반소매 옷차림의 문제가 아니다. 산나물 수확이 열흘 빨라지고, 과수 꽃이 일주일 먼저 피며, 배꽃이 우박에 떨어지는 일은 농업의 시간표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빠른 봄은 빠른 수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긴 위험 기간을 뜻한다. 농민이 혼자 새 달력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후 대응 농업은 미래 과제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농촌의 생존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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