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
박주연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에이파트 파트너변호사이면서 ‘동물권변호사단체 PNR’를 설립, 현재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물건이 아니다』 (2023), 『동물보호법 강의』( 공저, 2024), 「반려동물 의료체계의 문제점 및 제도개선방안」 (환경법과 정책, 2017)가 있다.
철장을 열고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이하 PNR, People for Non-human Rights, http://pnr.or.kr)'은 비인간 동물의 권리'를 연구하는 변호사들이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다. 2017년 친구 사이인 박주연, 서국화 변호사가 설립했다. 서국화 변호사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법제이사로 활동 중이었다. 동물권 향상을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은 2015년 결성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약칭 동변)' 등이 있었다. 비영리단체로 정식 출범한 것은 아직까지 PNR이 처음이다. 박주연 변호사는 미국의 변호사들의 활동단체인 '비인간 인권 프로젝트'(NRP·Nonhuman Rights Project, https://www.nonhumanrights.org/)' 소속 변호사들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 '철장을 열고(Unlocking the Cage)'라는 다큐멘터리로 HBO가 2016년에 제작했다. 유명한 영화감독 DA 페네베이커와 크리스 헤게두스가 'Nonhuman Rights Project(NhRP)'의 노력을 따라가며, 뉴욕에서 사육되는 4마리의 침팬지들을 시작으로 그들의 법적 지위를 바꾸기 위한 변호사들의 변론과 도전이 감동적이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서국화 변호사는 설립 당시 "동물권에 관한 이야기는 노동자, 성소수자처럼 철학적인 논의, 그리고 자본의 논리와도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동물을 좋아한다'는 애착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은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면서 각호에서 금지되는 행위로서 '1.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2.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3.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동물을 죽여도 되지만, 1호부터 4호처럼 죽이지는 말라’는 뉘앙스로 읽힌다.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자의적으로 죽일 수 있는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나마 4호가 동물을 죽이는 ‘이유’와 관련한 정당성을 요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런 경우 통상 하위법령은 그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여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모두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보아 처벌되도록 하는 반면, 유독 동물보호법의 하위 법령인 농림축산식품부령은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경우’를 규정하여 동물학대로 처벌하려면 다시 제한된 사유에 포섭되어야만 한다. 법률 규정이 이러하니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행위자를 처벌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인간이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동물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인식은 사라져야 한다.
동물, 소송의 주체가 되다
2018년,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설악산에 오색 케이블카를 만들 수 있도록 천연보호구역의 현상 변경을 허가한 문화재청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원고는 산양 1, 산양 2, 산양 3…, 이렇게 28마리의 '산양'이었다. 산양들은 케이블 공사를 할 경우 소음·진동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취지였다. 산양들의 변호인은 박주연 변호사였다. 동물이 원고가 되어 소송 주체가 되는 것을 논의할 때가 됐고 자연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보고 싶었다. 첫 기일에 외국의 판례를 찾아 열심히 준비해서 제출했다. 자연의 권리도 여러 법리가 있었다. 재판부도 전향적으로 생각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날 바로 변론 딱 한 번 열고, 재판 한 번 열고, 더 이상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각하로 끝났다. 2심을 진행하고 계속 다투고 싶었지만 소송 비용 문제가 있었다. 패소하면 내게 돼 있고 법원은 3심까지의 소송 비용을 선납하라고 지시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그 정도의 돈은 없었다. 동물은 원고가 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어려웠고 원고에게 청구된 1000만원에 달하는 담보제공명령을 해결할 수 없었다.
동물이 원고가 된 사건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지만 모두 각하(却下)됐다. 각하는 소송을 내는 원고가 절차나 자격을 갖추지 못했을 때 사안을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는 것이다.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리는 것은 법이 사람과 법인만을 소송 주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성산 도롱뇽 소송'은 천성산 살고 있는 도롱뇽이 원고로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2006년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쟁점은 동물이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느냐다. 기후위기 이후 동물을 비롯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해 헌법이나 법률로 지구법철학이 반영되는 추세인데 국내는 모든 소송이 각하되고 있다.
추정되는 의사
2017년 6월, 인천지방법원은 개농장을 운영하면서 개를 전기 도살해 온 이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동물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기로 도살하는 방법은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요지였다. 이런 판례가 쌓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했다. 동물보호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정하고 있는 '전살법'은 단순히 전기를 이용해 죽이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최소화하고 인도적 방법으로 도살해야 한다는 법 취지가 있다. 소는 '타격법'을 이용하여 기절시키되, 이 경우에도 '눈의 바깥쪽 부위와 반대 방향의 뿔 사이의 교차점을 수직방향으로 타격하여야'라고 되어 있고 소가 기절에 이르기까지 1초 정도 소요된다. 돼지도 '어떤 전압에서도 최소 1.25A 이상의 전류로 뇌 부위를 2~4초간 통전'시켜야 하고, 닭과 오리의 경우에는 '전살법(전기수조)'으로 기절시키되 '60Hz 사인파 교류전류 이용시 전업에 관계없이 최소 100mA(오리의 경우 최소 130mA)의 전류로 4초 이상 통전'시켜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죽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라는 것을 논외로 하고, 돼지도 전살법으로 도살하고 있으니 개에 대한 전기 도살이 '잔인하지 않다'라는 판결은 뒤집혀야 한다. 궁극적으로 얼마나 다른지 설명했다. 돼지에 대한 전살법은 돼지에 대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규정이 된 거고, 개는 기준이 없어 극도로 고통스럽게 죽게 하는 방법이다. 결국 대법원에서 파기되었지만 통전 시간 등을 동물 각 종별로 달리 판단해야 된다고 명시되었다. 도살되는 것은 같지만 고통의 시간을 최소화시키고,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대법원 판례가 주요 판례로 게시가 됐다. 말 못하는 동물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 법에는 '추정되는 의사'가 있다. '잔인한 방법'이 가하는 동물들의 극악의 '고통'을 공감해야 한다. 결국 '정당한 이유 없이' 죽이면 안 된다. '정당한 이유없이' 죽이면 학대다. '잔인한 방법'이라는 것으로 기소가 됐기 때문에 계속 쟁점이 됐지만 만약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라고 갔으면 인정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고등학교 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를 많이 읽었는데 엄상익 변호사의 칼럼을 보면서 변호사라는 직업이 좋아 보였다.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변호사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 보였다. 사회의 약자를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사법연수원에서 인권보호학회에 들어갔다. 민변활동을 하면서 인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동물'에 대해 눈이 열린 것은 연수원 2년차인 2011년이었다. 2007년 경기 이천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군부대 이전을 반대하며 그 의사표현으로 살아 있는 돼지를 죽이는 퍼포먼스 사진이었다. 태어난 지 2개월 남짓 된 새끼돼지를 사방에서 당겨 찢어 죽이는 끔찍한 사진이었다. 너무 큰 충격과 인간으로서 죄스러운 마음에 한참을 울었다. 지금도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들이 집회와 시위에 이용되고 있다. 소값 파동에 항의하며 기르던 소 33마리를 굶겨 죽였고,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며 개들을 전남에서 광화문까지 데려와 장시간 더위와 소음에 노출시켜 고통을 주었다. 정부의 검역 완화에 항의하는 어민들이 살아 있는 참돔과 방어를 바닥에 내던져 다치거나 죽게 했다. 검찰은 해당 피해 동물이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어류에 불과하므로 동물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어민들의 동물 학대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 처분을 했다.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권리는 동물을 학대할 권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는 어류라 하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시위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라면 마찬가지로 동물보호법이 적용되고,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인간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이유로, 살아 있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를 학대하는 비윤리적이고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면 안 된다. 인간보다 동물이 더 약자다. 최약자를 위한 일들을 하자는 생각이 인권에서 동물권까지 이어진 셈이다.
필요한 만큼만
동물권은 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비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육식'은 생태계 법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지금 지나친 육식을 하고 있다. 필요한 것을 넘어서고 있다. 원시 부족 시대의 삶은 생태적 섭리에 따르고 있었다.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정도’가 다르다. 필요한 범위에서 사냥하고, 필요한 범위에서 먹고, 감사의 예의를 갖춘다. 현대사회의 인간은 과도하게 육식을 하고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착취한다. 죄책감도 없고 감사의 마음도 없다. 줄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극단적으로 하루아침에 동물을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좁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생태계 법리는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것이다. 법리에 '불필요한 정도'라는 것이 있다.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것’ 이런 식으로 있다. 필요한 고통을 가한다라는 것도 물론 갑론을박이 있다. 동물을 이용하는 모든 것을 금지하지는 못한다. '불필요한 정도' 아니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에 법에서 허용한다.
동물들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
동물을 싫어하고 좋아하고 문제가 아니다. 동물의 삶에 인간이 너무 침해하고 있다. 최소한 침해하지 않는 것이 시작이다. 동물에 대한 착취는 침해의 역사에서 시작된다. 어떤 철학자는 반려하는 것 자체도 금지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반려 자체에 책임을 다하면 학대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동물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은 침해이고 학대다. '추정되는 의사'가 있다. 동물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인간이 알 수 있다. 지구법적인 관점에서 같이 사는 것이다. 지금은 최소한 동물이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싫거나 불편할 것 같아 동물들을 몰아낼 자격이 인간에게 없다. 유해야생동물이라는 틀로 포획하는 것은 침해다. 동물들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다. 공존해야 하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유해하다라는 것은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유해동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만 동물 입장에서는 먹는 것이다. 유해동물지정의 기준이 모호하게 설정되면서 포획된 동물들이 마음대로 처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동물의 행복할 권리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넘어가는 시대다. 법에서는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애완은 말 그대로 장난감이다. 장난감이나 물건처럼 소유물로 여기면 안 된다. 반려동물이 늘어가면서 동물의 과다 생산이 너무 심각하다. 진열되어 있는 새끼 강아지들을 보고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유기동물보호소가 포화 상태다. 동물을 사고 파는 데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규제가 없는 건 아닌데 부실하다. 독일처럼 동물 복지를 생각하고 생산 주기를 잘 지키고 내 동물의 프라이드를 가진 사람 소수의 브리더(breeder)가 소규모로 생산해서 잘 키워 줄 사람에게 보낸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시스템이 돼야 된다. 독일도 사고 파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고 있다. 금지는 안 했지만 판매업자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 산책도 시켜야 되고 지켜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보니까 소수가 유지된다. 동물 입양에 대한 요건이 쉽지 않다 보니 공급이 많이 없다. 동물이 쉽게 구할 수 없다 보니까 귀하게 여긴다. 국내법은 유기견을 몇 마리씩 입양해도 규제하는 시스템이 없다. 돈만 주면 다 살 수 있으니까 쓰다 버리는 물건처럼 동물들이 버려진다. 안내견이나 군견 등의 봉사동물들도 은퇴 후 안락사가 아니라 입양을 잘 보내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게 해 주면 좋겠다. 그것이 인간이 가져가야 할 동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동물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사물'이 아닌 '존재'로서의 동물
본업을 하면서 각자 시간 쪼개서 활동한다. 사무실도 아직 없다. 소송해야 하면 변호사들이 각각 들어간다. PNR이라는 이름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공익재단이나 법무법인을 설립해야 수임을 할 수 있다. 법무법인을 세워 전업으로 동물권 관련해서만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활동하시는 변호사에게 아직 활동비도 지급 못하고 있어서 수임을 통해 법무법인을 운영할 생각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여서 기부금 받고 영수증 발급해 드리면서 운영하고 있다. 후원이나 기부금도 홍보를 하거나 하지 않아 규모가 크지 않다. 무료봉사라고 생각하고 하신다. 최근에 활동비 내부 규정을 만들기는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연구지를 냈다. 설립된 지 7년 만이다. 소속 변호사들이 모두 생업을 하며 활동을 하는 이유로 늦었지만 뿌듯하다.
설립 이후부터 계속 일관되게 해 온 것이 '동물보호법 개정'이다. 학대에 대한 규정도 손보고, 동물을 학대했는데도 제한 없이 동물을 소유할 수 있는 것, 계속 문제가 제기됐던 부분들이다. 동물보호법은 여전히 동물을 '존재'라기보다는 '사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동물권, 동물복지를 주제로 하거나 관련 정책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없다. 연구를 전담하는 기관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정적으로만 이뤄지는 정부 연구용역이 아니라면, 스스로의 노력과 비용으로 연구나 조사를 수행해야 하는 환경이다 보니 연구를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동물복지를 고려한 새로운 법과 제도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관련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 동물들의 실태, 동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 등 필요한 연구는 무수하며, 이러한 연구들이 충분하고 꾸준히 이루어져야 좋은 법과 정책 수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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