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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 권소희 수의사

권소희 수의사 | '비인간 도시 생물들'과 관계 맺기

권소희수의사

수의학의 한계, 병원이 아닌 도시를 바라보다

수의대에 들어가서도 고민은 이어졌다. 본과 1학년 때 해부학 실습 등을 하면서 동물은 너무 쉽게 실험의 대상이 됐다. 형식적인 묵념은 있었지만, 반복되는 해부와 실험 속에서 윤리는 점점 무뎌졌다. 동물을 좋아해서 온 친구들이 ‘내가 여기서 이런 걸 해야 한다’며 가장 힘들어 했다. 임상 현장에 나간 뒤에는 또 다른 한계를 느꼈다. 병원에 오는 동물은 이미 아픈 상태였다. 특히 길고양이는 치료를 마치더라도 다시 거리로 돌아가는 순간부터 이후의 삶을 담보할 수 없었다. 길고양이를 구조해 온 분이 입양할 의지가 없어 치료 후 재방사할 때,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었다. 이게 과연 실질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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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시동물, 공존의 잣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2개의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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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본래 인간의 공간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 인간 주변에서 살아가는 ‘도시동물(urban wildlife)’이 부각되고 있다. 급격한 도시 확장과 생활양식 변화에 따라 도시 생태계가 크게 흔들린 게 원인이다. 비둘기, 까치, 길고양이부터 고라니나 너구리 같은 중형 야생동물까지 도시 경계 안으로 들어오며 인간과 마주친다. 이는 도시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갈등과 위험을 함께 유발한다. 도시동물은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심각해지는 21세기에는 인간만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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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은 환경을 넘어 생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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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F가 기후변화 대응에 만능열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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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시대에 전기가 갖는 의미

인기 사설

플래닛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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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해야

기후위기는 과학 데이터, 기후 시나리오, 기술 옵션, 사회적 비용·편익, 취약계층 영향 평가가 얽힌 초복합 ...

기획 | 기후시민의회의 과제

기후와스포츠
이미지 제공: Igor Omilaev

일회성 공론장을 상설적 숙의 인프라로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기후위기 대응은 세금과 토지 이용, 산업구조, 생활 방식까지 건드리는 ‘구조적 변화’를...

기후와스포츠
도토리.jpg

[연대요청] (사)산과자연의친구, 불탄 숲에 도토리 직파! 생태복...

사단법인 산과자연의친구는 ‘도토리 직파’ 생태복원 활동을 시작한다. 산불로 불타버린 산림을 건강한 숲으로 되...

기획 | 도시동물

경계동물, 비인간 생명들이 만들어 온 도시...

방배동 재건축지역 길고양이 이주 활동가 단단 00002.jpg

도시 곳곳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을 '경계동물'이라 부른다. 경계동물(Liminal Animals)은 길들여진 가축도, 완전한 야생동물도 아닌 중간적 존재로, 인간이 만들어낸 먹이원에 의존하며 인간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야생종 또는 가축종을 가리킨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두고 인간이 떠난 도심의 빈 공간들은 경계동물들의 새로운 생태 공간으로 변모한다. 길고양이는 한번 터를 잡으면 쉽게 떠나지 않는 습성이 있다. 건물 철거가 시작되어도 제 영역이었던 개발 현장에 남는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조례를 통해 재개발...

경계동물이란 무엇인가

재개발 지역, 인간이 떠난 공간에 남은 동물들

기획 | 도시동물

'15분 도시',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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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도시 정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15분 도시’는 이동 시간을 줄이고, 동네 안에서 삶이 완결되는 도시. 기후위기 대응과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도시 모델이 전제하는 질서와 기준을 따라가다 보면, 도시가 오래전부터 반복해온 배제의 구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사건이 '얼룩말 세로의 탈출'이다. ‘15분 도시(15-Minute City)’라는 개념은 프랑스의 도시학자 카를로스 모레노가 2010년대 후반 제시했다. 주거, 일, 교...

전문가 칼럼

​지난 칼럼

박정희의 산주변론(山主辯論)

많이 심은 숲이 더 약하다 … 울폐도를 건드려야 사는 산

일본 해안 도시와 섬들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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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폐도, ‘숲 속 하늘’의 지표

울폐도는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나무의 잎과 가지가 산지의 표면을 얼마나 빽빽하게 덮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다시 말해 ‘숲 속 하늘이 얼마나 보이느냐’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울폐도가 100%에 가까우면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한 숲이고, 50%라면 나무 사이로 하늘이 절반가량 드문드문 보이는 숲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문제는 우리 산처럼 경사도가 크고 인공조림 비율이 높...

배이슬의 기후월령가

4.정월달에는 조청을 곤다. 쌀과 엿기름으로 만들어내는 깊은 단맛은 3일 밤낮을 솥앞에서 살아야 만들어진다 (4).jpg

마을 청년과 추어탕을 먹으면서 소멸해가는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추어탕은 미꾸라지가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역마다 재료와 형태가 다양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울산의 추어탕에는 보통 방아풀(배초향, Agastache rugosa)과 제피가루(초피나무, Zanthoxylum piperitum 열매 껍질을 말려서 곱게 간 것)가 들어갑니다. 향이 독특해서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방아풀과 제피가루가 들어간 음식들이 남부지방의 생태계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손님이 오시면 추어탕을 비롯해 

밤이 가장 긴, 동지

기획 | 도시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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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도시’라는 오래된 오해, 도시는 애초에 인간만의 공간...

길고양이는 한국 도시에서 갑자기 등장한 존재가 아니다. 서울 등 대도시 전반에서 길고양이는 오랜 시간 도시 공간을 공유해 왔다. 서울시는 2013년 약 25만 마리로 추정된 길고양이 개체수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왔으며, 최근 조사에서는 2023년 기준 약 10만 마리 수준이 확인됐다는 자료가 있다. 이는 일정 규모의 도시 생명체가 도시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길고양이는 도시의 공식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

뒷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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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유종, 내란 1년

시끄럽지만 흥겨운 발화(發話)의 자유

나는 지난 칼럼 ‘우리 남한을 바라보는 씁쓸함’이라는 제하(題下)의 글을 통해서 쇠국(衰國) 중인 우리 국가의 현재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했었다. 대통령에 대한 얘기로부터 혁신이 지체된 현 상황에 대한 우려까지. 입만 열면 나라 걱정이라는 꼰대들의 특징 그대로 근심을 담은 염려의 글을 썼다.이런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나.

우리의 금도(禁度), 계엄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 이 시스템은 그래서 소중한 동시에 취약하다. 때때로 ‘갸우뚱한 균형’에 가까운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금도(禁度)가 있다.(이 말 자체는 신조어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나찌를 연상시키는 모든 것’이고, 미국에서는 ‘노예제의 흔적’에 비견할 수 있는 우리의 금도는 바로 ‘계엄의 추억’이다.우리의 민주주의 체제, 이 시스템은 그래서 소중한 동시에

조인호의 AI와 기후

조인호

기후위기, AI 기반 ‘시민 공론장 3.0’으로 해법을 찾다

중체서용(中體西用)

1919년 가을 풍우란은 뉴욕으로 향하는 장도에 오른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부분 중국인이 그렇듯, 그 역시 장즈통(張之洞, 장지동)의 구호를 떠올렸을 것이다. “중학위체(中學爲體), 서학위용(西學爲用).” 사실 이 말은 

꺼지지 않는 교육열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역사가 짧다. 1783년 독립 전쟁, 1863년 남북 전쟁, 1918년 세계 1차 대전 등 전화(戰火)가 꺼지지 않는 신생 국가였다. 하지만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대학을 세우고 인재를 키운다. 이 인재들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고, 국가는 다시 인재를 더 기른다. 선순환이다. 이 구도 일찍 깨달은 것은 고대 중국이다. 이 정신은 혼란기일수록 빛을 발한다. 이 전통은 우리에게 면면히 흐른다.

기획 | 도시동물

인간 중심 도시계획의 실패, 비인간 ...

조류, 해충 잡고 쓰레기를 치우는 자연 청소부

도시에서 곤충은 흔히 기피 대상이나 해충으로 간주되지만, 실제로는 생태계의 순환과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기능 수행자다. 이들은 낙엽과 사체를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상위 포식자인 조류와 양서...

자연이 가진 권리와 주체성

도시의 소형 조류는 곤충을 주 먹이원으로 삼는 포식자로서 해충 개체군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참새, 제비, 박새 등이 대표적인 식충성 조류다. 참새는 화단이나 풀밭에 서식하는 나방, 메뚜기 등을 섭취하여 지표면과 관목층의 해충을 제거한다. 제비는 공원 상공을 비행하며 날아다니는 곤충을 포획하고, 박새류는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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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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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만나야 한다

누구와도 연결돼 있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는 ...

우리는 만나지 않는다. 아픈 사람은 통계에 따른 처방전을 받고,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 정책이 우선시되고 있다. 10대들은 오프라인 친구 대신 헤드폰과 키보드로 연결된 세상 속에서 수많은 닉네임들과 만나, 게임을 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대화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청소년의 53퍼센트가 자신이 선호하는 디지털 기술을 잃느니 영원히 후각을 잃는 편이 낫다...

오픈넷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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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늘어난 수달 목격담.. 이주인가? 피난인가?

멸종 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익숙한 이름에 비해 접하기 어려운 희귀한 동물, 바로, 수달입니다. 그런데 요즘 도심 하천에서 수달을 봤다는 목격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만큼 도시 생태계가 건강해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기후변화 등으로 기존 서식지를 잃고 일종의 피난을 온 것이라는 의견까지 분분합니다. 지난달, 광주 남구 사직공원 인근의 광주천. 어두컴컴한 산책로에서 제법 몸집이 큰 수달 두 마리가 서로 뒤엉켜 싸웁니다. 잠시 대치하는 듯하다가 이내 격한 공격을 주고받습니다. 흥분 상태이거나 공격할 때 낸다는 고음도 끊이지 않습니다. 인기척도 아랑곳 않습니다. "왜...

플래닛03

​숲 아카데미

​기후위기의 시대, 대한민국의 최고의 산림학자  열두명이 전달하는 스페셜 강의, 지금 클릭하세요

"숲에서 배우면 희망이 보인다. 숲에서도 수많은 갈등이 일어나지만 자연스럽게 조화를 찾아간다. 크고 작은 나무, 동물과 식물, 미생물까지 숲의 구성원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안정을 찾아가는 걸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를 보면 힘이 있거나 돈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 인색하다. 욕심이 아니라 조화와 안정을 찾는 숲의 가르침을 도시인들도 한번쯤 되새겨 볼 만하다" -이돈구

인사이트 | 권소희 수의사

권소희 수의사 | '비인간 도시 생물들'과 관계 맺기

기후 재난 뒤에 따라오는 건강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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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의 한계, 병원이 아닌 도시를 바라보다

수의대에 들어가서도 고민은 이어졌다. 본과 1학년 때 해부학 실습 등을 하면서 동물은 너무 쉽게 실험의 대상이 됐다. 형식적인 묵념은 있었지만, 반복되는 해부와 실험 속에서 윤리는 점점 무뎌졌다. 동물을 좋아해서 온 친구들이 ‘내가 여기서 이런 걸 해야 한다’며 가장 힘들어 했다. 임상 현장에 나간 뒤에는 또 다른 한계를 느꼈다. 병원에 오는 동물은 이미 아픈 상태였다. 특히 길고양이는 치료를 마치더라도 다시 거리로 돌아가는 순간부터 이후의 삶을 담보할 수 없었다. 길고양이를 구조해 온 분이 입양할 의지가 없어 치료 후 재방사할 때,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었다. 이게 과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인지 계속 묻게 됐다. 아프지 않게 사는 조건은 개인의 돌봄이나 치료를 넘어, 덜 아플 수 있는 환경, 덜 위험한 환경이라는 인식으로 옮겨 갔다. 그러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종찬 선생님의 석사학위 논문을 읽게 됐다. 길고양이를 단순히 질병이나 개체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캣맘과 공무원, TNR을 수행하는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행위자 연결망 이론(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은 인간과 비인간을 모두 행위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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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동물, 공존의 잣대

도시는 본래 인간의 공간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 인간 주변에서 살아가는 ‘도시동물(urban wildlife)’이 부각되고 있다. 급격한 도시 확장과 생활양식 변화에 따라 도시 생태계가 크게 흔들린 게 원인이다. 비둘기, 까치, 길고양이부터 고라니나 너구리 같은 중형 야생동물까지 도시 경계 안으로 들어오며 인간과 마주친다. 이는 도시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갈등과 위험을 함께 유발한다. 도시동물은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심각해지는 21세기에는 인간만의 공간을 유지하는 방식은 더는 의미가 없다. 도시동물과의 공존은 ‘환경 윤리’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의 안전·공중보건·생태 회복력 등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인간과 도시동물이 맺는 관계는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도시동물과 인간의 갈등 원인을 이해하고, 과학적·사회적 관점에서 현실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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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도시’라는 오래된 오해, 도시는 애초에 인간만의 공간이었던 적이 없...

길고양이는 한국 도시에서 갑자기 등장한 존재가 아니다. 서울 등 대도시 전반에서 길고양이는 오랜 시간 도시 공간을 공유해 왔다. 서울시는 2013년 약 25만 마리로 추정된 길고양이 개체수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왔으며, 최근 조사에서는 2023년 기준 약 10만 마리 수준이 확인됐다는 자료가 있다. 이는 일정 규모의 도시 생명체가 도시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길고양이는 도시의 공식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보호 대상도, 명확한 관리 체계도 없는 채로 묵인되어 왔고, 인간이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 ‘문제 동물’로 호명된다. 동물은 생명이 아닌 민원의 대상, 관리 대상이 되며, 이는 도시가 어떤 존재를 공간에 허용할지를 결정해 온 공간 윤리의 기준을 그대로 드러낸다. 너구리는 본래 산지와 구릉, 습지 주변의 자연 서식지를 중심으로 분포해 온 야생 포유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시 주요 공원, 하천변, 주거지 인근 등에서 너구리 출몰이 잦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너구리 출몰과 구조 사례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면적의 약 32%가 너구리 서식 가능한 지역이며, 전체 25개 자치구 중 16곳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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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해야

기후위기는 과학 데이터, 기후 시나리오, 기술 옵션, 사회적 비용·편익, 취약계층 영향 평가가 얽힌 초복합 의제다. 시민이 이 전부를 일일이 학습해 들어가기엔 시간과 인지 자원이 모자란다. AI는 바로 이 ‘부족분’을 보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하면 방대한 기후·에너지 자료를 시민의 이해 수준에 맞춰 요약·시각화·번역해 줄 수 있고, 특정 정책 제안이 가져올 배출량 변화나 가격 인상, 교통·주거비 영향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미리 보고 토론하도록 만들 수 있다. 공론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정보 기반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셈이다. 또 한 가지...

기획 | 기후시민의회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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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공론장을 상설적 숙의 인프라로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기후위기 대응은 세금과 토지 이용, 산업구조, 생활 방식까지 건드리는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이런 변화는 국회나 정부의 공식 의사결정만으로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방에서 이행되는 과정에서는 더 큰 저항이 생긴다. 그래서 “정책 실행력과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상설 시민 숙의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의회는 두 가지 개념을 포괄한다. 하나는 ‘시민성’이다. 무작위 추출이나 대표성 있는 구성으로 시민을 불러내어 특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숙의’다. 단...

기획 | 도시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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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도시계획의 실패, 비인간 생명체의 서식처로서의 도시설계 필요해

곤충, 해충 퇴치와 수분을 책임지는 작은 동물들

도시에서 곤충은 흔히 기피 대상이나 해충으로 간주되지만, 실제로는 생태계의 순환과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기능 수행자다. 이들은 낙엽과 사체를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상위 포식자인 조류와 양서류의 먹이원이 되며, 수분(受粉) 매개와 해충 개체군 조절이라는 필수적인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간이 유해하다고 분류하는 곤충조차 특정 생태적 지위에서는 먹이사슬의 연결고리이자 분해자로서 기능한다. 즉, 다양한 곤충군집이 유지되는 도시야말로 생태적 회복력과 건강성을 갖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곤충의 대표적인 생태적 기여는 포식 활동을 통한 해충의 생물학적 방제다. 잠자리는 모기의 주요 천적으로, 성충 한 마리가...

조류, 해충 잡고 쓰레기를 치우는 자연 청소부

도시의 소형 조류는 곤충을 주 먹이원으로 삼는 포식자로서 해충 개체군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참새, 제비, 박새 등이 대표적인 식충성 조류다. 참새는 화단이나 풀밭에 서식하는 나방, 메뚜기 등을 섭취하여 지표면과 관목층의 해충을 제거한다. 제비는 공원 상공을 비행하며 날아다니는 곤충을 포획하고, 박새류는 가로수 가지와 잎에 붙은 나비목 유충 등을 집중적으로 잡아먹어 수목의 병해충 피해를 경감시킨다. 이러한 조류의 포식 활동은 인위적인 살충제 사용 없이도 해충의 밀도를 억제하는 '생물학적 방제' 기능을 담당하며, 도시 녹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도시 조류와 야생동물은 '생태적 청소부'...

재개발 지역, 인간이 떠난 공간에 남은 동물들

​현장취재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두고 인간이 떠난 도심의 빈 공간들은 경계동물들의 새로운 생태 공간으로 변모한다. 길고양이는 한번 터를 잡으면 쉽게 떠나지 않는 습성이 있다. 건물 철거가 시작되어도 제 영역이었던 개발 현장에 남는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조례를 통해 재개발 지역 내 길고양이 보호 대책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철거 과정에서 발생할 동물 매몰 사고를 방지하고, 안전한 이주를 돕기 위한 조치다. 공원화를 앞두고 폐쇄된 용산 미군기지는 사람의 간섭이 사라지자 길고양이들에게 거대한 도심 속 은신처가 되었다. 기지 내부의 낡은 시설물은 고양이들의 쉼터로 활용되었으며, 높은 담장은...

경계동물, 비인간 생명들이 만들어 온 도시 생태계

도시 곳곳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을 '경계동물'이라 부른다. 경계동물(Liminal Animals)은 길들여진 가축도, 완전한 야생동물도 아닌 중간적 존재로, 인간이 만들어낸 먹이원에 의존하며 인간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야생종 또는 가축종을 가리킨다. '경계'는 담이나 울타리와 같은 물리적 구분이 아니라, 인공환경과 자연환경 사이를 오가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한다. 길고양이는 대표적인 경계동물이다. 서울의 길고양이는 주택가 골목, 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원 등에서 인간과 빈번히 마주친다. 사람이 제공하는 사료나 버려진 음식물에 의존하고, 상자나 차량 보닛 위와 같은 도시 구조물을 은신처로 활용한다. 인간이 의도치 않게 제공한 자원으로 생존하지만, 특정 개인의 보호를 받지 않고 독자적인 생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반려동물과 구별된다. 도시의 하늘과 건축물을 터전으로 삼는 비둘기와 까치, 쓰레기 더미와 도심 하천을 오가는 너구리, 공원 숲에 서식하는 청설모 역시 경계동물에 속한다. 이들은 인간 주변에서 먹이를 얻고...

방배동 재건축지역 길고양이 이주 활동가 단단 0000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