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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기후국가의 선택은?

2025-05-01 최민욱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2년, 재협상의 의지를 묻는다


2023년 8월 24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1차 방류를 시작했다. 2025년 4월 28일, 12차 오염수 방류를 마쳤다. 이는 2025년 계획된 7차례 방류의 시작이었다. 첫 방류부터 현재까지 약 9만4천 톤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었다. 2025년 4월 30일 정부는 12차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을 했다. 모든 안전수칙을 지켰으며, 삼중수소는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고 있고 인근 해역에서 채집한 수산물 또한 모두 적합했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는 국제적인 합의에 기반한 조치가 아니었다. 일본 정부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추진된 것이다.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고 밝힌 것을 근거로 방류의 안전성과 당위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IAEA는 방류를 승인할 수 있는 권리와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 하나의 원자력 기술에 관련한 의견을 가진 기구일 뿐이다.


그린피스(Greenpeace)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며,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사진 그린피스
그린피스(Greenpeace)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며,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사진 그린피스

후쿠시마 해역 인접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일본의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자체적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일본산 수산물에 전면 금수조치를 내렸다.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반발이었다. 한국은 후쿠시마산 수산물만을 수입금지했다.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내 시민사회와 그린피스 등의 국제환경단체는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두둔하는 입장을 취했다. 오염수 방류 직후 측정한 한국 연안과 해안의 방사능 수치가 변화지 않았다고 국민들에게 말한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한국 도달은 4~5년, 길게는 7~10년까지 예상되고 있다. 당장 확인할 수 없는 장기적으로 찾아올 재해의 위협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재협상을 추진할 의지가 있을까.

일본은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뒤 수십 년에 걸쳐 해양에 방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처리수”로 부르며 국제원자력기구 검증 등 과학적 안전성에 기반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의 인접국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오염수 해양 방류가 국제법상 해양환경 보호 의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사회에서 공유된 해양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과 여러 환경 조약들은 국가의 해양오염 방지 의무와 타국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ALSP 모니터링 포인트 사진. A. Vargas/IAEA
ALSP 모니터링 포인트 사진. A. Vargas/IAEA

오염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UNCLOS 제192조는 “모든 국가는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할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이는 환경법상의 “no harm” 원칙(타국에 해를 끼치지 않을 의무)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UNCLOS 제194조는 “각 국가가 자국 관할 내 모든 오염원에 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여 해양오염을 방지·감소·통제”하고, “타국 및 그 환경에 손상을 야기하지 않도록” 활동을 통제해야 함을 규정한다. 제195조는 오염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는 안 되며, 한 종류의 오염을 다른 형태로 전환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한다. 한 국가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자국 영해를 넘어 공해나 다른 국가의 해역으로 확산되어 타국의 환경과 주민에 위해를 주지 않도록 할 적극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희석후 배출? 농도가 줄 뿐,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이러한 조항들과 충돌한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핵종이 “희석 후 배출”된다고 하나, 방출되는 총 방사능 물질의 양은 변화하지 않는다. 일본은 방류수의 방사능 농도를 자국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바다에 내보내므로 국제 기준상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희석은 오염물질의 농도를 줄일 뿐 총량을 없애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른 형태의 오염으로 전가”한다는 UNCLOS 제195조 위반 소지가 제기된다.


일방적 방류 결정, 인접국과 협의하지 않았고 환경영향 평가 받지 않았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기까지 인접국과 충분한 협의 및 환경영향 평가(EIA)를 거쳤는지도 국제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이다. 과거 남중국해 중재 판결 등은 잠재적 환경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영향평가 실시와 관련 국가와의 협의가 국가의 성실의무에 속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북한, 러시아를 비롯한 인접국은 일본이 사전에 충분한 정보 공유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일방적으로 방류를 결정했다고 반발해 왔다.


전면 금지된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는 국제환경 범죄다

런던협약·런던의정서는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육지에서 연장한 파이프라인으로 배출하는 것이지 투기가 아니라 주장한다. 일본의 주장대로 육상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배출이 협약상의 “해양투기(dumping)” 정의에 직접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 해석 문제가 있다. 런던협약은 주로 배나 인공 구조물을 이용한 폐기물 투기를 다루며, 국가 관할권 내에서 육지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 배출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들과 일부 전문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은 본질적으로 해양투기에 해당하며, 1996년 런던의정서 위반에 따른 국제환경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실제로 한국 야당 지도부는 2023년 일본의 방류 결정에 대응하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는 런던협약·의정서 위반”이라는 내용을 담아 협약 당사국 88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국제 사회의 문제 제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류를 승인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수년간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계획을 검토하였다. 2023년 7월 최종 보고서를 통해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며 방사선 영향이 극미미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IAEA는 일본이 오염수를 충분히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규제치의 40분의 1 이하로 낮출 계획이며, 방류 과정에 IAEA 전문가를 상주시켜 모니터링하겠다는 일본의 약속을 확인했다. IAEA 사무총장은 해당 검토 결과가 “과학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철저하다”고 자평하며, IAEA의 역할은 승인이라기보다 국제기준 준수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IAEA 보증과 더불어 미국 등 일부 우방국도 일본의 조치를 지지하거나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2021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 계획이 “국제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고, 국제원자력기구 차원에서의 감시를 환영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일본에게 국제적 외교 지지 기반을 제공하여, 법적 분쟁 없이 방류를 실행하도록 하는 데 힘을 실었다. IAEA 검토 결과 보고서에 대해 중국은 “참여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성급한 보고서”라고 혹평했고, 방류 개시 직후 일본산 수산물의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단행하며 강력히 항의했다. 러시아 역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했다.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등 일부 국제기구 인사들도 2021년 일본 결정 직후 “인접 국가 및 이해당사자들의 참여 없이 방류를 강행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지적하여,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포기하고 방류에 눈감은 정부

2021년 4월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이 방류 결정을 공식화했을 때,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고 일본을 강하게 규탄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제소 검토를 지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MOX 플랜트 사건(2001년 아일랜드가 영국을 상대로 제기한 분쟁)처럼 해양투기 문제를 국제 분쟁 해결 절차에 회부하려는 것이었다. MOX 사건에서 ITLOS는 아일랜드의 방류 중단 가처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당사국 간 정보공유·협의를 명령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선례를 참고하여 일본에 국제법적 책임을 환기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MOX 사건의 경우, “해당 방사능 방류가 극미량이며 긴급성 부족”을 이유로 중단 조치를 기각했지만,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한국도 ITLOS에 제소하면 일본으로부터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안전조치 강화를 끌어낼 여지는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2023년 IAEA 검증 과정에 전문가를 파견하고 일본과 과학적 정보 공유 협의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023년 7월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방류 기준치 이내임이 확인되었고, IAEA를 비롯한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하여 방류를 암묵적으로 용인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강화와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유지 등을 통해 국민 불안을 달래는 선에서 대응을 제한했다.


승소 가능성 없어도 적극적으로 제소해야

국제법적으로 일본의 방류가 UNCLOS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한국은 UNCLOS 분쟁해결 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UNCLOS 당사국이므로 양자 협의를 요청하고 그 결과가 불충분하면 제소국이 일방적으로 제3자 해결에 회부할 수 있다. 이 경우 ITLOS나 중재재판을 통해 분쟁을 다툴 수 있으며, 특히 방류 중단 또는 안전조치 강화를 명하는 잠정조치를 신청할 여지도 있다. MOX 사건 선례로 미루어 즉각 중단 명령을 얻어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최소한 일본에 자료 제공 및 추가 협의 의무를 부과하는 결정은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이 이러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이미 방류를 반대해 온 중국, 러시아, 태평양 도서국 등이 제3자 소송참가 형태로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일본의 국제법 위반이 명백하므로 승소 가능성이 높다”며 적극적 제소를 주장한다. 일본이 해양법 협약, 런던의정서, 국제원자력안전협정 등 “3중의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인과관계 입증 없이도 국제 재판에서 국가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현실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려면 당사국 동의가 필요한데 일본이 응할 리 없고 해양법 재판을 통해도 실효적 구제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IAEA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근거를 제시한 상황에서 국제 재판부가 엄격한 과학적 증거 없이 방류를 금지하는 판단을 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분쟁 제기는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일본으로서도 국제재판 피소는 평판 리스크이므로, 한국이 제소를 공식화하면 외교적 협상에 다시 응할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국제법의 언어와 민주주의의 힘으로 일본과 건설적 재협상을 이끌어 내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는 국제법, 환경, 정치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일본의 일방적 결정은 국제 규범과 해양공동체 의식에 어긋난다.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에는 현실적인 우려와 피해 가능성을 안겨주었다. 한국으로서는 국제법과 국제여론을 지렛대로 일본과 협의 테이블을 다시 마련할 정당한 근거가 있다. 특히 국내정치의 변화로 대일정책에 여유와 수정 가능성이 생긴 지금, 한국은 국익 수호와 국민안전 보장을 위한 외교 재시동을 걸 수 있는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과학과 법률적 근거를 토대로 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감정적 대립을 넘어 실질적 성과를 얻는 일이다. “해양 환경 보호”라는 시대적 과제를 둘러싼 이번 한일 간 분쟁은 동북아 지역협력의 새로운 시험대이자, 한국 외교의 성숙도를 가늠할 무대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국제법의 언어와 민주주의의 힘으로 일본과 건설적 재협상을 이끌어 낸다면, 이는 향후 어떤 환경현안에도 귀감이 될 선례와 교훈을 남기게 될 것이며 '기후국가'로서의 위상을 견고하게 가지게 될 것이다. 차기 대통령과 정부는 책임과 의무감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해결에 적극 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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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May 07

새로운 정부는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해 반드시 재협상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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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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