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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포럼 | 김우성 | 해달이 만드는 바다의 숲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2 024. 08. 22. 저는 ‘아기해달 보노보노’와 숲속 친구들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보노보노의 사랑스러움도 좋고, 포로리의 ‘나 때릴 거야?’를 말하는 순간과 너부리의 폭력성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해달은 만화 또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해달을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은 없습니다. 현실 세계의 해달은 일본의 홋카이도,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와 쿠릴 열도, 미국의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멕시코의 바하 칼리포르니아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제는 유튜브와 같은 경로를 통해 보고 싶을 때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달은 커다란 바다코끼리나 물범처럼 추운 바다에서 사는 다른 포유류들과는 달리 토실토실하지 않습니다. 두꺼운 지방 대신 부드럽고 촘촘한 털로 체온을 유지합니다. 해달의 털은 인간의 털보다 훨씬 빽빽하게 자랍니다. 게


생태포럼 | 김우성 | 해초가 만드는 바다의 숲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2 024. 08. 16 우리는 땅을 밟고 살아갑니다. 땅 위에서 먹이를 구하고, 땅 위에서 일하고 쉽니다. 우리의 집은 땅 위에 있고, 우리가 누리는 숲 또한 땅 위에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생각은 땅 위에 묶여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이고, 지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70%도 바다에서 일어납니다. 바다의 숲은 어떨까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탐험가 크레이그 포스터와 로스 프릴링크는 잠수복이나 산소탱크 없이 맨몸으로 차가운 바닷속을 헤엄치며 바다의 숲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글과 사진,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바다의 숲’이라는 좋은 책이 출판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습니다. 숲은 육상생태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바다에도 빛이 있고, 물이 있으며, 흙이 있습니다. 땅 위에 숲이 있는것처럼 바다 속에도 숲이 있습니다.


생태포럼 | 김우성 | 태양이 만드는 숲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2 024. 08. 08. 한 여름의 태양이 쏟아집니다. 나뭇잎들은 너무도 강렬하게 반짝여서 오랫동안 쳐다볼 수가 없습니다. 태양이 내리쬐는 길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나무 그늘 아래로 숨어듭니다. 사람들은 여름의 태양이 버거운데, 나무들은 밝고 뜨거운 빛을 찾아 위로 위로 자랍니다. 나무들은 태양이 뜨겁지 않은 걸까요? 나무들은 왜 태양을 향해 자라는 걸까요? 나무들은 오랜 진화의 역사를 통해 태양을 향해 자라는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태초의 생명체들은 개척자로서 광합성을 위한 공간을 찾아서, 새로운 틈새와 자원을 찾아서 물에서 육지로 올라왔습니다. 비어 있는 모든 땅은 개척자들의 몫이었지만 그들은 가혹한 건조를 견뎌야 했습니다. 땅 위에서 물은 언제나 귀했습니다. 키가 작았던 개척자들은 조금이라도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습니다. 차지하는 땅의 넓이


생태포럼 | 김우성 | 비가 만드는 숲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2 024. 07. 18 비가 내립니다. 숲에 내리는 비는 나뭇잎을 적시고, 나뭇가지와 줄기를 적시고, 땅을 적십니다. 빗물은 땅속을 천천히 흘러 계곡을 채우고 더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비가 지나가고 나면 나무들은 젖은 땅에서 물을 빨아올려 잎으로 보내고, 잎에서는 광합성을 통해 나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포도당을 만들어 냅니다. 나무는 어디에 뿌리를 내릴까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립니다. 땅에 있는 물과 무기양분을 흡수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비가 매일 내리는 숲이 있다면 어떨까요? 나무는 굳이 땅에 뿌리를 내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땅이 아닌 다른 곳에 뿌리를 내려도 뿌리가 마를 즈음에는 다시 비가 내립니다. 열대우림에 가까운 동남아시아에 가보신 적이 있다면 가로수에 붙어 있는 착생식물(着生植物, epiphyte)들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나무의 줄기나 큰


생태포럼 | 김우성 | 새가 만드는 숲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2 024. 07. 05 2012년 여름, 아내님과 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새공원을 방문했습니다. 열대 기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새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꺄아아아아악!!” 커다란 새가 아내님의 어깨에 잔뜩 똥을 쌌습니다. 과일을 먹는 새였는지, 묽은 똥의 색은 과일처럼 붉고, 냄새도 과일향이 났습니다. 우리는 재빨리 과일똥을 닦아 냈고, 얼룩이나 냄새도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새들의 똥은 왜 우리의 똥과 다를까요? 인간의 똥에는 우리가 먹고, 분해하고, 흡수하고 남은 음식 찌꺼기 이외에도 소화효소의 일부와 장에 살고 있던 미생물들이 잔뜩 섞여 있습니다. 길고 꼼꼼한 소화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먹었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잘 분해된 배설물이 배출됩니다. 하지만 새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새들은 날아다니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했습니다. 몸무게를 줄이


생태포럼 | 김우성 | 씨앗으로 만드는 숲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2 024. 06. 20 하나의 작은 씨앗은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운 뒤, 오랜 시간을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됩니다. 누구나 아는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씨앗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다릅니다. 많은 씨앗들은 싹을 틔워 보지 못하고 동물이나 미생물의 먹이가 됩니다. 싹을 틔우더라도 대부분은 빛이나 물이 모자라서, 치열한 경쟁 속에 도태되거나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어 사라집니다. 드물게 병에 걸리거나 가뭄과 홍수, 산불과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에 의해 큰 나무가 되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시련을 이겨 내며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낼 수 있어야 하고, 셀 수 없이 많은 행운이 있어야 큰 나무로 자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작은 씨앗은 큰 나무가 되고, 큰 나무들이 모여 숲이 됩니다. 제 딸이 저의 모든 것이듯, 씨앗은 식물의 모든 것입니다. 현 세대의 소중한 유전정보와 모든


김우성 | 나무는 사람이 죽입니다
김우성 2024-04-05 연재를 시작하며 김우성의 ‘생태포럼'은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산과 들의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또한 제 딸과 아내 한새롬박사와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마당 안 정원과 가까운 공원, 가로수와 도시숲,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숲과 해외에서 만난 다양한 생태계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름다운 숲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망가진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관한 이야기,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이야기, 숲에서 느낄 수 있는 기후변화의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담을 예정입니다. 짧은 글과 사진이 여러분을 산과 들로 안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가지치기의 계절입니다 가로수는 우리가 문을 열고 나서면 맨 처음 만나는 초록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일 만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그늘을 주고, 맑은 공기를 주며, 도시의


생태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 김우성
생태학자 아빠의 육아 에세이, 아이를 키우는, 한국의 젊은 스콧과 헬렌 니어링 김우성은 40살 청년 생태활동가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 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지역 활동가로 살았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이 책은 기후가 숲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던 생태학자였고, 지역 도시에 내려와 숲과 마을을 살리기 위해 일했던, 한 생태활동가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늘 숲 가까이로 가려한 그의 가족 이야기이다. 그는 한 가족의 주부로 식탁을 책임졌고, 이타주의자인 아내의 삶이 지속하기를 꿈꿨다. 그리고 누구보다 아이가 자라는 데 숲이, 마을이 필요함을 실행해 보였다. 숲 활동가로서 다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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