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기후권'은 국민주권의 기본
- sungmi park
- 8월 29일
- 3분 분량
2025-08-29 박성미 총괄
'기후권'을 보장해야 하는 시대로
기후권(climate rights)은 기후위기로부터 인간의 생명, 건강, 생계, 평등, 미래를 보호받을 권리를 말한다. 기존의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 평등권, 정보접근권, 참여권 등을 기후적 조건 속에서 통합하거나 확장한 복합적 기본권으로 본다. 기후권은 '기후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권리'.'기후위기로 인한 생명·건강 침해에 대한 보호','미래 세대의 존속 가능성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기후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의 정보 접근 및 참여 권리'가 핵심이다.
세계 각 국가들은 기후위기를 헌법과 법률의 영역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에게 이제 '기후권'을 보장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 각 국가의 국민들은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기후위기의 책임을 법적으로 묻고 있다. 각국의 법원과 국제기구가 이에 응답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기후권’이라는 새로운 기본권이 자리 잡고 있다. 기후권이 담론이나 선언이 아니라 헌법에 담겨야 할 기본권으로 전환되는 것은 입법기관과 국민의 논의에 달려 있다.
기후는 모든 기본권의 전제 조건
기후권은 헌법상 권리로 명시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기후는 모든 기본권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기후 안정성은 생명, 건강, 주거, 교육, 노동 등 모든 권리의 실현 가능성 자체를 좌우한다. 둘째, 국가의 기후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행정 정책이나 선언적 목표에 맡길 수 없으며, 헌법상 보호 의무로 명시해야만 입법·행정·사법 각 부문에서 구속력 있는 책무로 기능할 수 있다. 셋째, 미래 세대의 권리를 헌법적 틀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후위기의 피해는 다음 세대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기후권은 아직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세대의 권리를 오늘의 헌법 안에 제도화하는 장치다. 넷째, 기후위기는 국제사회와 같이 가야 한다.
이미 국제사회는 '기후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내용적으로 그 권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2021)는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접근”을 보편적 인권으로 결의했다. 유엔 총회(2023)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기후위기와 인권의 관계에 대한 법적 권고 의견을 요청했다. 이는 기후위기를 국제법상 인권문제로 접근하는 최초의 공식 절차다. 네덜란드 대법원(2019)은 '우르헨다(Urgenda) 판결'을 통해 정부의 감축 부작위를 시민의 생명권 침해로 판단하고, 기후 대응이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에 속한다고 명시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2021)는 정부의 기후법이 미래 세대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고 일부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2025년 4월 14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서울 정동에서 ‘전략적 기후 소송 글로벌 워크숍’을 개최했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기후위기를 헌법상 권리 침해 여부로 다룬 첫 공개변론(2024.4.18) 1주년을 맞아 준비된 워크숍이었다. 워크숍에서는 전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기후소송 사례가 공유되었으며, 전략적 기후소송을 수행 중인 법률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소송 당사자 등 국내외 연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를 법적으로 대응하는 흐름과 국내 적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자리로 아시아 등 해외 사례와 시민 참여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기후위기를 외면하거나 방기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 침해
각국 법률가들은 기후위기가 시민의 생명, 건강, 안전, 미래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국가와 기업이 이를 방기하거나 외면할 경우 헌법상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케냐에서는 데일 파스칼 온얀고 변호사(자연적 정의)가 라무 석탄화력발전소(Lamu Coal Plant) 허가 무효 소송과 EACOP(동아프리카 원유 송유관) 중단 소송을 소개했다. 케냐 법원은 기후위기 고려 없이 승인된 화석연료 사업을 무효화했으며, 이는 공공사업에서 기후 고려 의무와 시민 참여권을 법적으로 인정한 사례로 평가된다.

네덜란드의 에프예 데 크룬(그린피스 네덜란드)은 보네르 섬 주민들이 제기한 정부 대상 기후소송을 공유했다. 그는 정부의 기후 부작위가 생명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으며, 기후위기를 식민지 잔재와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찰리 홀트 변호사(Global Climate Legal Defense)는 에너지트랜스퍼(Energy Transfer)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및 그린피스 USA를 상대로 제기한 SLAPP(전략적 봉쇄 소송)을 소개했다. 이 소송은 시민단체의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시위를 법적으로 억제하려는 시도로, 기후행동에 대한 민주적 권리 침해로 해석되고 있다. 이 소송은 현재 반-SLAPP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올해 7월 네덜란드 법원에서 심리가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한국의 윤세종 변호사(플랜1.5)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2023년 기후 헌법불합치 판결을 소개했다. 정부가 2050년 장기 감축 목표를 명시하지 않은 점이 미래 세대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단으로, 국내 최초로 기후위기를 헌법상 보호의무의 문제로 인정한 판례다.
대만의 조에 황 변호사(대만 환경권리재단)는 2023년 발효된 기후법이 실질적인 감축 목표 없이 환경부에 책임을 전가한 구조를 비판하며, 태풍 모라콧 피해 주민들과 함께 사법청원을 제기한 사례를 공유했다.
일본에서는 KIKO 네트워크의 미에 아사오카 변호사와 소송 원고 코나츠 호리노우치가 참석해, 청년 16명이 국내 CO₂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요 화력발전소 운영사 10곳을 상대로 감축 의무화를 요구하는 기후소송을 소개했다.
필리핀에서는 버지니아 베노사 로린(그린피스 동남아시아)과 바차산 섬 보홀 지역 주민이자 소송 원고인 트릭시 수마발 엘이 참석해, 탄소배출 대기업을 상대로 진행된 기후 피해 인권조사 사례를 발표했다. 필리핀 인권위원회는 2022년 해당 기업들이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UNGP)에 따라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기후권을 헌법상 권리로 명시해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