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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포럼 | 길고양이와 함께하는 삶

최종 수정일: 5월 4일

 

온기를 찾아, 가족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 온 길고양이


2년 전 어느 추운 겨울 밤, 우리 가족은 울주군 상북면 소호마을의 숙소에 묵고 있었습니다. 차에 물건을 가지러 가기 위해 숙소 문을 여는 순간! 작은 아기 고양이가 숙소로 뛰어들었습니다. 밖이 많이 추웠던 모양입니다. 온기를 찾아 숙소 안으로 뛰어든 아기 고양이를 제 손으로 내보낼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상자에 따뜻한 물주머니를 넣어주고 밤을 보내게 했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밤새 우리와 함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소호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기 고양이를 다시 추운 밤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제 손으로 작은 아기 고양이를 죽음으로 내몰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아기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길고양이 릴리는 우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검은 아기 고양이의 이름은 릴리입니다. 릴리는 방에는 들어올 수 없고, 거실에서 지냅니다. 맨 먼저 일어난 제가 방문을 열고 나가면 릴리는 쪼르르 달려와 제 다리에 몸을 비빕니다. 누군가 의자나 소파에 앉으면 바로 달려와 올라앉습니다. 두 살이 넘은 지금도 꾹꾹이를 좋아하고, 혼자 있기 싫어하는 무릎냥입니다. 밤새 일하는 아내의 책상 위에서, 무릎 위에서 온기를 나누며 힘을 주는 작고 검은 가족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길고양이와 살게 되면 여러가지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휘말립니다. 가족 모두가 피부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집은 엉망이 됩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함께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혀 다정하지 않은 집사입니다. 방에 들어온 릴리를 혼내기도 하고, 집을 탈출한 릴리를 냅다 잡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릴리는 우리 가족에게 다정하고, 손님에게도 친절합니다. 먼저 다가가 몸을 비비고 무릎 위에 올라가 앉습니다. “아이고 이 집은 고양이도 착하네.” 다른 집 고양이들은 이렇지 않다고 하던데, 릴리는 다정하고 사교적인 고양이입니다. 손님들도 릴리를 좋아합니다.


고양이는 훌륭한 사냥꾼입니다


길고양이는 도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곤충,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모두가 길고양이의 사냥감입니다. 고양이는 오랜 진화를 통해 움직이는 작은 생물들을 사냥하도록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나무와 덤불에는 딱새나 박새류 같은 작은 새들이 살고 있고, 풀밭에는 나비와 풍뎅이들이 살아가며, 도시숲에서는 다람쥐와 청서가 살아갑니다. 모두 길고양이의 먹이입니다. 길고양이에게 물과 먹이를 주면 도시 생태계는 더 많은 길고양이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도시 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도시의 작은 생명들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합니다. 사람들은 길고양이와 공존하기 위해 TNR(Trap-Neuter-Return) 사업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길고양이를 잡아서 중성화 한 뒤 다시 풀어주는 사업입니다. 중성화 된 길고양이들이 번식을 하지 않을 테니까 개체수도 줄어들 테고, 길고양이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하면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자주, 많은 수의 새끼를 낳는 종입니다. TNR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전체 길고양이 개체군의 75% 이상을 반복적으로 중성화 해야 합니다. 도시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전체 길고양이의 75%를 포획해 중성화 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부 길고양이를 중성화 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남은 길고양이들이 풍부한 먹이를 바탕으로 번식에 성공함으로써 전체 길고양이 개체군의 크기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또한 중성화 된 길고양이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하더라도 길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작은 동물들을 사냥합니다. 오랜 진화를 통해 그렇게 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훌륭한 포식자니까요. TNR은 예산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일 뿐,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길고양이가 눈에 밟히면, 집으로 데려가 키워주세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시면 안 됩니다.”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입니다. 가련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길고양이는 더 많은 새끼를 낳고, 새끼들은 생존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길고양이의 번식에 관한 수학적인 모델를 장황하게 말하지는 않겠지만, 더 많은 길고양이가 태어나면 더 많은 길고양이가 굶주리게 되고, 더 많은 길고양이가 차에 치이게 되며, 더 많은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게 됩니다. 한쪽에서 먹이를 주고, 다른 한쪽에서 TNR을 시행하는 것은 모순적인 방법입니다.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제한함으로써 도시 생태계가 부양할 수 있는 길고양이 개체군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개인의 측은지심에 기반한 소규모, 일회성 먹이 주기까지 막고 싶지는 않지만 예산에 기반한 지속적인 먹이 주기는 지양해야 합니다. 예산을 써서 우리 주변의 작은 동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길고양이가 정말 가련하다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집으로 데려가서 키워주세요. 릴리는 도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오로지 저희 집 거실 생태계에만 영향을 미칩니다. 길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살 곳을 마련해주고, 가족이 되어주세요.



글 사진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

 『청년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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