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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과자 봉지를 빵빵하게 채운 질소, 비료 포대에 담긴 질소

왜 감자 과자 봉지에 질소를 채울까? 왜 밭에 질소 비료를 뿌릴까? 산소와 달리 질소는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질소는 대기 중에 충만하고 토양에는 모자라다. 단단한 질소를 깨는 기술이 개발된 이후 인류는 질소 비료를 대량 생산하게 되고 밭에 뿌려 작물을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질소 생산에 화학연료가 쓰이고, 토양에 남은 비료는 지독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2025-08-29 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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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최근 매일매일 울산 이야기쇼인 '매울쇼'에서 방송하고 있다.


“너 질소 사러 간다더니, 또 과자 사왔냐?”

“하하!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끼워 줬어!” 

아빠와 딸은 과자를 고르는 중에도 틈틈이 서로를 놀립니다. 딸아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감자 과자는 아주 얇습니다. 부서지기 쉽기 때문에 포장지 안은 질소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왜 우리는 과자봉지를 질소로 채울까요? 

질소를 사면 감자 과자를 끼워 주는 제품! 저와 딸아이가 사랑하는 감자 과자입니다. 사진_김우성
질소를 사면 감자 과자를 끼워 주는 제품! 저와 딸아이가 사랑하는 감자 과자입니다. 사진_김우성

과자 봉지에 산소를 넣으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대기는 78%의 질소와 21%의 산소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다른 기체들을 다 합쳐도 고작 1% 남짓입니다. 대기를 가득 채운 보통의 공기를 과자 봉지에 넣으면 과자에 문제가 생깁니다. 산소 때문입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산소는 여러 물질과 쉽게 반응합니다. 과자 봉지 속에 산소가 들어 있다면 그 산소는 감자 과자와 결합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감자 과자는 감자 과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해 있을 수 있습니다.


질소는 다릅니다. 질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며,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습니다. 두 개의 질소 원자가 삼중결합을 해서 하나의 질소 분자를 만드는데, 이 결합은 엄청나게 튼튼합니다. 질소가 다른 물질과 반응하기 위해서는 이 단단한 삼중결합을 끊어내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꺼내 놓으면 금방 눅눅해지고 며칠이 지나면 냄새도 달라지는 불안정한 감자 과자를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과자와 결합할 생각이 없는 요지부동의 원소, 질소 덕입니다.


여름 초록 풍경은 질소가 만든다


질소는 대기를 채울 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원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탄소라는 원소를 주로 다룹니다. 하지만 질소는 우리 삶 속에서 아주 핵심적인 원소입니다. 질소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핵심 원소입니다. 모든 생물이 공유하는 원칙, DNA에서 아미노산을 합성하고, 그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을 만들고, 그 단백질로 세포와 조직과 기관을 만드는 과정에 질소는 깊이 관여합니다. (아주아주 대충 설명하자면 탄소는 밥, 질소는 고기라고 이해해 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질소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식물의 초록을 만드는 엽록체의 핵심적인 재료입니다. 여름의 풍경을 가득 채우는 식물의 초록은 대기를 가득 채운 질소로부터 만들어집니다. 

여름 숲의 초록은 생태계의 질소순환 그 자체입니다. 사진_김우성
여름 숲의 초록은 생태계의 질소순환 그 자체입니다. 사진_김우성

대기는 질소로 충만하지만, 땅에는 늘 모자라다


지구의 대기는 질소로 가득 차 있으니까 식물들은 풍요로운 질소를 마음껏 누릴 수 있을까요? 질소의 삼중결합을 끊어내기에 식물들은 너무도 평화로운 삶을 사는 존재입니다. 식물 잎의 뒷면에 있는 기공으로 공기들이 드나들지만 광합성을 통해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기체는 이산화탄소뿐입니다.


식물은 기체 상태의 질소를 흡수하지 못합니다. 그럼 식물의 엽록체를 만드는 질소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식물은 뿌리를 통해 질소를 흡수합니다. 공기 중의 질소(N2)는 질산(NO₃⁻)이나 암모늄(NH4+) 형태의 이온으로 변해야 물에 녹아 뿌리로 흡수될 수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번개가 치는 순간의 에너지 정도는 있어야 질소의 삼중결합을 끊을 수 있습니다. 콩과 식물(Fabaceae)과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도 질소의 삼중결합을 끊을 수 있습니다. 콩과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포도당을 뿌리혹박테리아에게 주고 뿌리혹박테리아는 그 에너지로 질소의 삼중결합을 끊어 콩과 식물에게 줍니다.


이처럼 식물이 사용할 수 없는 형태의 질소를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질소로 바꾸는 과정을 질소고정(nitrogen fixation)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생물이 고정할 수 있는 질소의 양은 아주 적습니다. 숲의 수 많은 식물들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의 질소들은 비만 오면 물에 녹아 강과 바다로 떠내려갑니다. 대기는 언제나 질소로 충만하지만 토양의 질소는 늘 모자랍니다. 

현대 인류의 농경지는 질소의 축복 아래 풍요롭습니다. 사진_김우성
현대 인류의 농경지는 질소의 축복 아래 풍요롭습니다. 사진_김우성

드디어 질소의 단단한 삼중결합을 깨다


질소는 인구를 결정합니다. 더 많은 질소는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옛날의 농부들은 질소의 순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식물이 필요로 하는 물질을 알고 있었습니다. 똥, 재, 뼛가루, 썩은 물고기 등 온갖 것들을 밭에 뿌리며 부족한 질소를 보충하려 애썼습니다. 콩과 식물을 함께 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농사 기술이 발달해도 콩과 식물과 퇴비만으로는 부족한 질소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농토는 늘 부족했습니다. 인간들은 비옥한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반복했습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인류는 만성적인 질소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독일의 과학자 프리츠 하버*는 높은 온도와 압력, 철 촉매를 통해 질소의 삼중결합을 깨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인류는 공장에서 비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인류는 굶주림의 악순환을 끊고 공기로 빵을 만들 수 있는 존재, 공기를 먹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제 인류는 공장에서 만든 비료를 사용합니다. 비료를 뿌리고 나면 밭에 자라는 식물의 초록빛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짙은 초록은 더 많은 수확으로 돌아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배불리 먹고, 남는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이제 인간은 질소의 삼중결합을 끊고 비료를 만들 수 있는 종이 되었습니다. 사진_김우성
이제 인간은 질소의 삼중결합을 끊고 비료를 만들 수 있는 종이 되었습니다. 사진_김우성

비료의 생산과 운반에서 화석연료가 쓰이고


비료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냐고요? 물론입니다.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19% 가량이 무엇을 기르는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소, 돼지, 닭이 먹는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이 분야에서 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중요합니다. 비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질소의 삼중결합을 끊기 위해 많은 열이 필요합니다. 이 열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는 화석연료를 사용합니다. 또한 공장에서 생산된 비료를 각 지역의 농장으로 운송하는 차량 또한 화석연료를 사용합니다.


밭에 뿌려진 비료가 물에 녹아 강력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화석연료와 상관없이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있습니다. 식물은 농경지에 뿌려진 비료들 중 절반 정도를 흡수합니다. 나머지 비료들은 물에 녹아 하천으로 떠내려가거나 아산화질소(N2O)의 형태로 전환되어 대기 중으로 날아갑니다. 하천으로 떠내려간 비료들은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공기 중으로 날아간 아산화질소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됩니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임에도 아직 마땅한 포집기술이 없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농경지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아산화질소를 우리는 어떻게 포집할 수 있을까요? 비료를 적당히 뿌리면 되지 않냐고요? 비료를 뿌리는 양을 최적화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농경지에 적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비료를 넉넉하게 뿌리는 비용이 훨씬 저렴합니다. 저렴한 비료 생산을 가능케 한 인류의 혁신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강물이 초록색이라는 것은 상류의 숲과 농경지 토양에 질소가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사진_김우성
강물이 초록색이라는 것은 상류의 숲과 농경지 토양에 질소가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사진_김우성

적게 기르고 적게 먹을 수 있을까?


인류는 비료를 통해 2010년 기준 13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2025년 현재는 그 2배 정도를 배출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배출되는 모든 종류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합니다. 비료의 제조와 사용 과정에서 인류가 생산하는 온실가스의 2% 정도가 배출됩니다. 적은 양 같지만 이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줄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산화질소 포집기술처럼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비료 낭비를 줄이는 기술처럼 현장에 직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델도 만들어야 합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적게 기르고 적게 먹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랜 진화의 역사를 통해 탐욕스러운 존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많이 먹고 잔뜩 살을 찌운 뒤 다이어트를 위해 돈과 시간을 쓰며 고통받는 존재들입니다. 질소로 불룩했던 과자봉지는 지방으로 불룩해진 아빠의 뱃살이 될 예정입니다.  

먹고! 찌우고! 빼고! 다시 먹고! 탐욕스러운 저는 그 굴레에서 살아갑니다. 사진_김우성
먹고! 찌우고! 빼고! 다시 먹고! 탐욕스러운 저는 그 굴레에서 살아갑니다. 사진_김우성

*

프리츠 하버_ 굶주림의 굴레에서 인류를 구원한 과학자로서 노벨화학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차 대전 중 독가스를 개발하는 바람에 역사 속에서 프리츠 하버의 공로를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유대인이었던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독가스가 홀로코스트 과정에서 수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빼앗은 것 또한 아픈 역사입니다.

우리_ 개인의 이야기를 모두의 이야기처럼 쓰는 것을 ‘자기화의 오류’라고 합니다. 굳이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저의 어리석음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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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6시간 전

질소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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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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