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ㅣ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 | 아픈 강, 아픈 주민들
- planetssong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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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3일 전
2025-07-31 김성희 기자
강을 지키고, 생명을 묻는 낙동강 네트워크 활동가의 목소리
4대강 사업으로 보는 문이 닫혔고, 강은 흐르지 않았다. 이렇게 변화한 낙동강에서 가장 가깝게 살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민, 논밭에 물을 주는 농민, 지난 30년간 낙동강을 지켜 온 활동가까지, 이들은 하나같이 ‘강이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한다. 보가 막고, 녹조가 퍼지는 동안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주민들은 스스로 강을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었다. 이들의 말은 단지 피해자의 호소가 아닌, 흐르지 않는 강 앞에서 버텨온 시간, 침묵을 뚫고 내놓은 말들이다. 강이 다시 흐르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 모두의 응답이 필요하다.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30여 년간 낙동강 현장을 지켜 온 환경운동가다.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기점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산창원 공해추방 시민운동회’ 설립에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1992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그는 본격적인 환경운동에 뛰어들었고, 이듬해에는 환경운동연합 설립에도 참여했다.
그는 1998년부터 약 20년 동안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마산 인공섬 건설 반대 운동, 4대강 사업 저지 투쟁 등 경남 지역에서 벌어진 주요 환경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현재는 낙동강권역 환경단체들의 연합체인 ‘낙동강네트워크’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낙동강 보 개방과 재자연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를 계기로 환경운동에 발을 들였다. 당시 나는 대학을 막 졸업한 스물넷이었고, ‘마산창원 공해추방 시민운동회’라는 이름으로 지역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그 사건은 단순한 수질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가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직시하게 만든 계기였다. 이후 환경운동연합에 합류해 지금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을 낙동강과 함께 걸어왔다. 그 시간 동안 강은 여전히 아팠고, 문제는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활동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보 하나라도 철거하지 못한다면 나는 이 자리를 떠날 수 없다." 나는 이 말은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절실함 그 자체이다.
자정력을 잃은 강, 모래가 사라진 자리

과거 낙동강은 비록 탁해 보여도 모래를 파보면 맑은 물이 고여 있던, 자정 능력을 가진 강이었다. 낙동강은 본래 넓은 모래톱을 따라 스스로 정화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고, 이는 하천의 모래가 정수장의 침사지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4대강 사업 이후 이 모래들은 준설로 사라졌고, 보로 인해 흐름까지 막히며 강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현재 낙동강은 수심이 9미터에서 깊게는 12미터에 달해 수직 혼합이 일어나지 않고, 하층수에는 산소가 고갈돼 있다. 특히 수심 7미터 아래부터는 용존산소가 거의 사라지고, 이로 인해 메탄과 암모니아 같은 독성 가스가 발생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전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강은 여전히 물을 품고 있지만, 그 내부는 썩어가고 있었다.
준설된 모래는 지금도 강 안의 섬과 강둔치에 쌓여 있고, 이 모래를 다시 강바닥의 미세 퇴적물 위에 덮어주는 방식으로 자정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현장에선 제기되고 있다. 흐름과 모래, 이 두 가지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낙동강 생태 회복의 출발점이다.

식수·농업용수·여가가 만나는 곳, 그런데 녹조는 방치된다

본포 수변 생태공원은 창원 시민들의 주요 식수원 중 하나로, 먹는 물을 끌어오는 취수장과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양수장이 함께 위치해 있으며, 시민들이 자주 찾는 여가 공간이기도 하다. 식수 확보, 농업용수 공급, 시민 이용까지 맞물린 이 복합적 공간은 녹조 독소의 유입 가능성을 정밀하게 살펴야 할 지점이지만, 정부는 “취수를 저층부에서 하기 때문에 조류경보제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취수 구조는 수면 전체를 함께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표면에 떠 있는 녹조도 고스란히 유입될 수밖에 없다. 이는 조류경보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조 왜곡에 가깝다. 더욱이 이곳에서 끌어올린 물은 주남저수지로 보내져 농경지에 공급되는데, 이 저수지의 표면 대부분은 수초가 덮여 있어 녹조 발생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어로 작업을 위해 수초가 제거될 경우 그 빈 공간에서 오히려 녹조가 집중 발생한다는 점이다. 표면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논리는 현장의 구조와 경험 어느 쪽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수질오염을 넘는 녹조 독성, 생활권까지 위협해
2022년, 낙동강 유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녹조 독성물질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총 97명의 중 46명(47.4%)이 넘는 주민에게서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마이크로시스틴(MC)-LR은 검출된 46명 중 34명(73.9%)에게서 나타났다. MC-LR은 만성노출 시, 청산가리보다 약 6600배 강한 독성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독성 물질이 강을 넘어 실제 생활 공간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양산의 한 아파트 거실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된 사례가 있었고, 그 집에는 아이 셋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없는 환경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부모들이 깊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보고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조 독소가 강바람을 따라 최대 10㎞ 이상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1년부터 국내에서도 직접 조사를 시작했다. 첫 실험은 강 수면에서 1m 위 지점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바로 검출 결과가 나왔다. 이후 강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재조사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바람의 영향을 고려해 조사 지점을 세분화한 다음, 수면 인접부, 중간 거리, 원거리 등으로 나눠 실험을 실시했으며, 모든 지점에서 독소가 검출됐다. 2022년에는 실험 범위를 확장해 아파트 옥상까지 검체를 채취했으며, 강으로부터 1.7㎞ 떨어진 고지대에서도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이처럼 우리는 해마다 조사의 깊이와 범위를 넓혀가며, 녹조 독소가 바람을 타고 생활권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냈다.
생활 수돗물에서도 독성 검출되었지만 기준은 없어, 국민 건강은 무방비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에서는 주민들에게 수돗물 내 마이크로시스틴이 3ppb 이상 검출되면 24시간 이상 마시지 않도록 하고, 0.03ppb 이상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들어있을 경우, 3개월 이내로만 마시고 그 이상은 마시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음용 시 남성 정자 수의 감소 등 생식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절대 피하라고 미국 보건당국은 권고한다.
우리 정부는 녹조 독소를 ‘먹는 물 수질 기준’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즉, 수돗물에서 독성이 검출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단지 ‘감시 항목’으로만 설정되어 있을 뿐이며, 명확한 규제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실제로 독소가 검출되더라도 이를 근거로 한 제재나 보완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 아파트에서 시민들이 매일 사용하는 생활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당시 최고 수치는 0.4ppb 이상으로, 이는 미국 기준(0.03ppb 이상)의 10배가 넘는 수치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매번 국회 토론회 자리에서 “직접 현장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없다”였다. 현장을 보지 않고 설계된 기준과 정책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희석된 수치과 왜곡된 정보, 국가의 책임은 어디로
환경부에서는 우리가 진행한 녹조 독성 검사 결과에 대해 “검출되지 않았다”거나 “검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반박한 바 있다. 이후 정부가 자체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해당조사는 녹조가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9월경에 이뤄진 검사였다. 그 시기의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 없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조류경보제 운영 방식이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수질 검사를 할 때 상층, 중층, 하층의 물을 혼합해 분석값을 산출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수치를 희석시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표층에서 높은 수치가 검출돼도 하층의 수치가 낮으면 평균이 낮아지고, 이 값을 기준으로 조류경보제 경보가 조정된다. 우리는 이 점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후 언론은 해당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고, 정부 발표만이 여론의 주 흐름으로 남았다. 반면 환경단체의 반박이나 추가 설명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정부와 환경단체의 입장이 다르다”는 모호한 인식만 남게 되었다. 기준을 만들지 않았고, 분석 데이터를 희석해 발표하며 구조적 책임에서 비껴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당시 이 발표 과정을 주도했던 인물이 국립환경과학원장이었고, 현재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되었다는 사실이다. 과학적 신뢰성이나 행정 책임을 검증받아야 할 자리에서, 오히려 상위 보직에 임명된 사례는 정당성과 책임성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이와 같은 반복은 제도 개선 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도 그 구조가 계속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현장 목소리 없는 간담회, 진짜 ‘주민 참여’란 무엇인가
농민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물만 잘 나오면 된다”이다. 보 개방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다뤘던 지역 중 하나가 합천보 상류, 경북 고령군 일대다. 이곳에는 도동양수장 등 농업용수 시설이 밀집해 있는데, 우리가 직접 밭과 가정을 찾아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대부분 이 한 가지 의견으로 모인다. 농업이 생계의 전부인 이 지역에서, 주민들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물 이용의 안정성이다.
이러한 현장 목소리는 정부나 지자체 주관의 공식 간담회 자리에서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간담회에 나오는 이들은 대부분 ‘주민 대표’로 불리는 사회단체장들로, ‘바르게살기운동’이나 ‘새마을협의회’ 소속이 많다. 정작 물을 사용하는 농민들은 이 자리에 거의 초대되지 않거나, 초대돼도 발언권을 갖기 어렵다. 현장에서 누군가가 “물만 나오면 된다”고 말하면 곧바로 옆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며 말을 막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 단체들이 특정 정당 기반의 조직망과 연결돼 있어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창녕 지역에선 보 개방을 반대하던 주민 대표가 이후 군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진정한 주민 참여가 정치적으로 왜곡되는 사례다.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때 모든 보를 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문은 다시 닫혔다. 그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문재인 정부 4년, 윤석열 정부 3년,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낙동강 보 처리 문제는 여전히 본질적인 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최근 환경부 장관이 세종보 개방의 의지를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종보 앞에서 1년 넘게 농성을 이어온 우리들은 단지 보 하나 열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만약 그 정도의 변화로 만족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면, 이처럼 오랜 시간 현장을 지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낙동강 보와 녹조 문제는 이미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결국 핵심은 명확한 ‘보 처리 방안’이다. 더불어 개별 지역에 국한된 요구를 넘어, 낙동강 전체의 보 처리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요구는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유역 전체의 물 관리 패러다임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낙동강 녹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매일 마시는 물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미비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중대한 책무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같은 상처를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행정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SPC 노동 문제가 단 하루만에 타결된 사례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수년간 해결되지 않던 갈등이 대통령의 직접 개입으로 신속히 마무리됐다. 이는 정부가 어떤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게 접근하면, 해결 방법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동안 두 차례 정부가 보 철거와 재자연화를 약속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약속하고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뢰의 무너뜨리는 일이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책임 있는 결단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리기가 지친다.
지속가능한 강물의 정화 활동을 위해서 공공 책임을 더해 줬으면 | 밀양 내수면 어업계 류인창 계장

어민들에게 강은 삶의 터전이다. 우리가 먹고사는 곳을 우리가 직접 정화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강에 가보면 아직도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있다. 너무 무거워서 손으로는 도저히 꺼낼 수 없는 것도 허다하다.
어민들이 낙동강 정화 활동을 해 온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1년에 한두 번씩 낙동강 청소를 해 왔지만, 비닐이나 직거래 포장지 같은 쓰레기들이 물에 떠내려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낙동강은 육상 청소로는 안 되고 반드시 배를 타야 하는데, 배 없이 청소는 아예 불가능하다.
청소에 드는 기름값과 식사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어민들은 낙동강환경관리청이나 지자체 등에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결과 나오면 연락 드리겠다”는 형식적인 답변 뿐이었다. 강에서 폐그물을 걷어도 담을 포대 하나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고, 결국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소리 없는 답변 속에서 공동체의 노력은 소모되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돕는 건 가능해도,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 우리도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배고픈 사람은 봉사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어민들은 점점 지쳐간다. 지속가능한 공동체 참여를 위해선, 자발성을 존중하되 최소한의 공적 지원이 함께해야 한다.
강을 복원해야 생명도, 생계도 돌아올 수 있다 | 정한수 어민

얼마 전 작업을 나갔을 때 강에 녹조가 잔뜩 끼어 있었다. 녹조가 시작되면 그물에 온통 들러붙어 고기들이 그물을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고기가 걸리지 않는다. 부유물까지 함께 걸려 올라와 작업은 더 힘들어진다.
어제는 장어를 잡기 위해 주낙을 놔봤지만 장어들이 뻣뻣하게 죽은 채로 떠올랐다. 보통은 탈출하려고 몸이 상처 나거나 꼬여서 올라오는데, 아무런 움직임 없이 굳은 채로 올라오는 걸 보니 뭔가 이상했다. 숨을 쉬지 못해서인지, 녹조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지금 강바닥은 완전히 썩은 진흙으로 변했고, 발을 들이면 푹푹 빠지고 올라오는 냄새는 하수구 수준이다. 뻘층은 오염돼 있고, 그 안의 미생물들이 썩은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산소를 계속 소비하고 있어 바닥에 사는 장어나 조개들이 숨 쉴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예전에는 ‘대치’라는 큰 조개가 많았다. 최근 강물에 들어가 대치를 찾다 피부병까지 생겼다. 강바닥에 발을 담근 만큼만 간지럽고 따갑다. 긁다 보니 피부가 헐고 밤잠도 설치게 될 만큼 고통이 뒤따랐다. 강은 생명을 잃고 있고, 사람에게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
실제로 이전엔 어민이 100명이 있었다면, 현재 어업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은 15명에 불과하다. 낙동강이 다시 살아나야 우리도 살 수 있다.
농민이 안심하고 물을 줄 수 있게 해 줬으면 | 윤종현 농민
단체에서 진행한 녹조 독성 검사에서 에어로졸이 검출되었다. 그 뒤로는, 직접 물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녹조가 있는 환경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고 걱정도 앞선다.
예전에는 고추 같은 경우는 일부 판매하기도 했고, 생산한 농작물 대부분은 지인들이나 친척들, 가까운 이웃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수확철이 되면 기꺼이 챙겨서 맛 좀 보라고 나눠 주는 것이 농사의 보람이자 즐거움이었다. 요즘은 농수로로 들어오는 물에도 녹조로 오염되어 있다 보니, 작물에 물을 줄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고 그러다 보니 농작물이 안전한지 확신도 안 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누군가에게 선뜻 나눠 주기도 어렵다.
현재는 가족들끼리 먹는 상추나 토마토, 작은 고추 같은 작물은 상대적으로 물이 덜 들어가니까, 일부러 빗물을 받아서 쓰거나 수돗물로 물을 주고 있다. 그마저도 쉽지는 않지만 차라리 안전한 물을 쓰는 게 낫겠다 생각이 들어 물을 가려서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대응은 매우 소극적이다. 우리 주민들이 주남저수지 수질 개선 완화를 위해 저수지 내 수생식물 제거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기관은 어로 활동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수초를 제거하는 대응만 반복하고 있다.
여기는 인근 밤나무와 논밭에서 농약과 비료 사용량이 많고, 작물에 흡수되지 못한 성분이 빗물이나 지하수를 통해 저수지로 흘러 들어가 저수지 오염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주남저수지 물을 사용하는 논에서 생산되는 쌀이나 감 같은 작물들이 녹조에 노출돼 있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퍼지면, 지역 농산물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농민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게 된다.
녹조와 수질 문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다. 지역 생계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대응해야 하며,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행정이 적극적으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지역 전체를 위한 길이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들으니 울컥 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