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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변호사의 '살리는 일', '동물을 위한 정의', '정상동물'

 

2024-11-25 김사름 기자


박주연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에이파트 파트너변호사이면서 ‘동물권변호사단체 PNR’를 설립, 현재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물건이 아니다』(2023), 『동물보호법 강의』( 공저, 2024), 반려동물 의료체계의 문제점 및 제도개선방안(환경법과 정책, 2017)이 있다.

 

『살리는 일』

이 책은 오랜 기간 몸소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비건으로서 자신의 의지를 실천해 온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물권 에세이입니다. 직업이 기자인 저자의 필력을 느낄 수 있고, 길고양이를 돌보며 겪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장면은 머릿속에 그려지듯 생생합니다.

저자의 실천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추운 겨울, 밖에서 긴 밤을 버텨야 하는 동물들을 생각하며, 따뜻한 집에서 몸을 녹이는 자신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마음, 길고양이들을 꾸준하고 무탈하게 보살필 수 있도록 각종 노하우를 섭렵하는 마음, 토끼의 죽음과 맞바꾼 긴 속눈썹(마스카라)을 거부하는 마음, 위험을 무릅쓰고 개농장 개들을 구조해 내는 마음, 동물의 현실에 대한 불편한 사실들을 “아는 체 그리고 안은 채” 남은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는 마음에 가슴이 저릿하기도 합니다.

저자의 동물을 살피는 마음은 장애인, 홈리스와 같이 소외된 사람들을, 파괴되는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저자의 말대로, “약자를 위하는 마음은 또 다른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연결되고 확장”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다. 밥을 먹이고, 고통으로부터 보호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일.”

동물을 위한 일을 하면서 마음을 다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처럼 특히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동물을 위한 정의』 


미국의 법철학자인 저자는 4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저자의 딸 레이첼 너스바움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습니다. 레이첼은 동물권 변호사로서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일했고 특히 야생동물을 사랑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멘토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던 딸의 의지를 잇는 활동이자 이 땅의 모든 동물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담긴 결과물인 것입니다.

동물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는 자주, 철학적인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저자는 법철학자답게,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용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그것이 왜 허용되지 않는지, 동물 중 어떤 동물까지, 혹은 식물에게 ‘정의의 의무’가 적용되는지 등의 여러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되짚으며, 자신의 속시원한 해답을 풀어놓습니다. ‘인간과 유사하기에’ 일부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이론, 공리주의 이론, 칸트주의적 접근법 등 동물-인간 관계에 대한 주요 철학적 이론의 한계점도 함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내세우는 ‘역량 접근법’에 따르면, 쾌고감수능력이 있는(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을 갖고 고통과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각각의 생물은 그 생물 특유 삶의 형태로 번영할 기회를 가져야만 합니다. 여기서 ‘역량’이란 “실제적이고 실질적인 자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삶의 구체적인 영역에서 행동을 선택할 기회를 의미”합니다. “동물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각자가 추구하는 일련의 중요한 목적이 있는 삶의 형태를 갖고 있다”, (각 종의 목록이 아니라) “각 개별 생물을 목적으로 대우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역설은 각 생물이 그 자체로 고유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는 현대 동물권리 이론의 또 하나 근거가 되어 줍니다.

저자는 ‘번영하는 삶’을 살아야 마땅한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 활동에 의해 ‘방해받는 삶’을 살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나름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우리 모두가 저자의 희망처럼 “정의를 위한 선택”해 가기를 바라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정상동물』

변호사로서 소외된 ‘인간’을 위해 일하고 싶었던 저자는 고양이 ‘보리’, ‘나무’와 함께 살아가면서, 더욱 소외된 존재인 ‘비인간동물’의 권리에 눈뜨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의 변호사로서, 또한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 소장으로서, 기꺼이 “동물과 동맹을 맺고, 동물의 편에 서기로 결정”한 저자는 자신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이 책에 살뜰히 풀어놓았습니다.

이 책은 여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동물의 ‘고통’에 집중된 동물 권리 이론을 꼬집으며 동물의 ‘고통받지 않을 권리’ 이상의 동물 권리를 강조합니다. 또한, 자본주의 세상 속 동물의 ‘노동’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권리’와 ‘책임’의 연결 관계에 대해서도 서술합니다. 특히 이 책은 동물을 세는 단위인 ‘마리’ 대신 ‘명[목숨(命)]’을, ‘물고기’ 대신 ‘물살이’를, 암컷과 수컷 대신 여성과 남성처럼, 종평등 언어를 사용합니다. 언어의 변화로서 인간중심주의, 육식주의,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를 뒤집고자 하는 저자의 세심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이 비인간동물을 다양한 목적(음식, 장난감, 사냥감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류는 자본주의 체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동물을 특정 역할에 맞춰 정의하고 대하는 방식이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며, 이 이데올로기 아래에서 동물에 대한 모든 행위—심지어 죽임까지—자연스럽게 정당화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정상동물 이데올로기, 자본주의, 복합적 위기(기후위기, 생태위기, 식량위기 등)에 처한 현대 사회가 어떤 관점으로 동물을 바라보는지, 이를 어떻게 전환해가야 하는지, 앞으로 인간이 비인간 존재들과 어떻게 더 연대하고 공생해 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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