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인물] 이승훈 교수 | 한국이 수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sungmi park
- 5시간 전
- 6분 분량
2025-11-13 최민욱 기자
한국은 에너지의 94%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국가다.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에너지 수입 비중이 87%, 독일이 약 66%라는 점을 비교하면 한국의 수입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명확하다. 한국은, 글로벌 유가 변동이나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하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받는 구조다. 에너지는 산업의 기반이 되는 생산 공정 전체를 움직이기 때문에, 에너지 안정성은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수소는 탄소 감축 수단과 동시에 에너지 공급 구조를 새로 설계할 수 있는 자원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약 10%에 머물고, 전력망을 통한 해외 도입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소를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고 어느 분야에 배치할지에 대한 전략은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다.

이승훈 교수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약 20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2006년부터 수소 및 수소차 안전 연구를 담당해 왔다. 수소차 저장용기와 부품의 안전 기준을 2010년 국내 기준으로 개발해, 현재 교통안전공단이 운용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반영된 수소차 안전검사 체계의 기반을 마련했다. 2014년 한국가스안전공사를 떠난 뒤 삼성에서 약 2년 6개월간 수소·에너지 관련 업무를 맡았고, 2016년 말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설립된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현 수소연합)의 창립 멤버이자 총괄본부장으로 참여해 약 6년간 활동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와 단국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우석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IEC TC 105(연료전지), ISO/TC 197(수소 기술) 등 국제표준화 기구에서 활동하고, 액화수소와 수소 인프라 관련 중소기업들의 기술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구조, 한국이 수소에 주목하는 이유
한국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94%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일본(87%), 독일(66%)도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이지만, 한국은 이들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수입 의존도가 클수록 국제 유가 변동이나 지정학적 충격에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이 차단되자 전기요금이 최대 5배까지 급등하며 이런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한국의 높은 에너지 수입 구조는 산업화 시기의 후발성에서 기인한다. 울산에 최초의 석유화학 공단이 조성된 것은 1960년대이며, 이후 여수·대산까지 세 곳의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형성되며 산업 기반이 갖춰졌다. 산업화 이전에는 석탄과 연탄이 주요 에너지원이었고, 산업화를 시작할 무렵 주요 산유국과 선진국은 이미 유전과 가스전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석유·가스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산업화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수입 중심 구조를 전환할 기회가 재생에너지와 수소 중심 체제에서 열리고 있다. 화석연료는 매장량이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재생에너지·수소 기반 체제에서는 기술력, 인프라 구축 역량, 제도 설계 능력이 경쟁의 주요 요인이 된다. 기존 자원 확보 경쟁과는 다른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작동하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후발국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한국이 재생에너지로 자급을 이루기에는 물리적 제약이 분명하다.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 태양광·풍력 발전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일조량과 풍속 등 자연 조건도 높은 발전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7~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육상 풍력은 소음, 경관, 민원 문제로 확장이 제한되며, 해상 풍력도 수심이 얕은 서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대규모 확장은 단기간 내 어렵다.
전력은 대규모 장기 저장이 어렵고, 북한을 사이에 둔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해 주변국과 전력망을 연계한 수입 방식도 불가능하다. 결국, 해외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입하려면 이를 저장·운반 가능한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수소가 대안으로 부상한다. 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한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중동 등에서 전기를 생산해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로 전환한 후, 이를 액화수소 등 형태로 운송하는 구조다. 전력을 직접 들여올 수 없는 국가가 활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경로다.
정부가 수립한 ‘수소경제 로드맵’이 국내 생산 20%, 해외 청정수소 수입 80%를 기본 구조로 설정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잠재량, 국토 조건, 사회적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한 비중이다. 따라서 수소 정책은 국내 생산 전략과 해외 조달 전략을 병행해 설계해야 한다. 한국에게 수소는 에너지 수입 구조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새로운 공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 선택지다.
경제성과 수전해기술, 수소경제가 넘어야 할 과제
한국은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 관련 기본법을 제정했다. ESG 흐름이 확산된 2020년 전후, 대기업들은 수소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연료전지, 충전소, 플랜트, 인프라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수소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았고, 산업계는 새로운 성장 시장의 개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정책적 선언과 민간의 준비에 비해, 수소경제의 실제 시장 형성 속도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제약은 경제성 부족이다. 수소는 현재 화석연료와 가격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다. 화석연료는 100년 이상 축적된 생산·공급 인프라를 바탕으로 단가가 안정화돼 있다. 반면, 청정수소는 생산 단가가 높고, 대규모 공급 체계도 형성되지 않았다. 주요국은 이 격차를 정부 지원으로 보완하고 있다. 미국은 청정수소 1kg당 약 3달러, 유럽은 4~5유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일본은 청정수소와 천연가스의 가격 차이를 정부가 직접 보전하는 구조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정책이 있어야 기업들이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장기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한국에는 이러한 생산단가 보전 시스템이 부재하다. 예를 들어, 제주 실증 사업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한 그린수소의 단가는 kg당 1만5천 원에서 2만 원 수준이지만, 동일 조건에서 천연가스를 개질한 그레이수소는 약 6천 원 수준이다. 1kg당 1만 원 이상 벌어지는 가격 격차를 메워 줄 정책 장치가 없기 때문에, 생산자와 수요자 모두 고가의 그린수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기업은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고도 실제 사업화로 연결하기 어렵고, 손실 위험이 큰 구조에서는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경제적 기반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린수소만을 요구하는 접근은 현실적으로 수소 활용 자체를 제약하게 되는 효과를 낳게 되고,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최소한의 가격 지원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시장 정체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두 번째 제약은 기술 경쟁력의 비대칭성이다. 수소경제의 핵심 기술은 연료전지(수소를 전기로 변환)와 수전해(전기를 수소로 전환)인데, 한국은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는 차량용 연료전지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도 정부 지원 아래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청정수소 공급의 출발점인 수전해 기술은 아직 충분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국내 기술 수준은 중국과 유사하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뒤처진다는 평가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들은 수전해 장비 시장이 2030년까지 약 120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과 배터리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수전해 장비 생산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개발과 산업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수전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청정수소 생산 기반은 물론, 국제 프로젝트 참여에서도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린수소 100% 전환에는 ‘과정’이 필요해
일각에서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 천연가스 개질을 통한 그레이 수소, 여기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을 결합한 블루 수소 등을 과도기적 방식으로 간주하며 비판한다. 그러나 현재의 생산 비용과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린수소는 그레이수소에 비해 단가가 크게 높고 이를 보전할 제도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청정수소 체계로의 전면 전환을 즉각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그레이 수소를 포함한 다양한 수소원을 활용하는 이유는 초기 시장과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수소차 보급, 충전소 구축, 산업용 수요 형성 등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소 소비 기반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시장 규모가 확보돼야 기술 고도화, 설비 확장, 생산 단가 하락이 뒤따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점진적인 구조 전환과 함께 그린수소의 비중 확대가 가능하다. 실제로 정부의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도 2050년까지 청정수소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중장기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전환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정책 신호다. 유럽처럼 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비용을 부과하는 규제가 도입되고, 동시에 청정수소 생산에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구조가 확립되면, 전체 비용 곡선이 재편된다. 화석 기반 수소에는 탄소 비용이 추가되고, 청정수소에는 지원금이 더해지면 일정 시점에서 양자의 경제성이 역전된다. 이 시점이 도달하면 기업은 선택이 아니라 비용 구조 변화에 따라 청정수소로 이동하게 된다. 결국, 그린수소 전환은 선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경로를 단계적으로 설계하는 정책 문제다.
수소와 재생에너지는 하나의 전략 시스템
에너지 전환은 단기간에 완료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한국은 1980년대에 천연가스(LNG) 도입을 시작했지만, 40년이 지난 현재도 전국 배관망 확충이 진행 중이다. 수소경제 역시 연료 공급망, 물리적 인프라, 산업 구조 전반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수소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16~1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액화수소가 LNG처럼 국가 간 대규모로 거래되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환이 현실화되려면, 재생에너지와 수소가 별개의 영역이 아닌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돼야 한다.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하는 잉여 전력을 저장하는 핵심 수단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간대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전력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수전해 설비는 이러한 잉여 전력을 수소로 전환·저장하고, 이후 전기·열·산업용 원료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즉, 재생에너지 확대는 수소 수요 기반을 형성하고, 수소 인프라는 재생에너지 계통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해 준다.
이처럼 두 에너지원은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수소 정책과 재생에너지 정책은 분리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전력계통 안정성,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수전해 설비 도입 계획, 수소 활용 전략, 해외 청정수소 수입 구조까지를 하나의 통합적 기후·에너지 전략 안에서 설계해야 한다.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제어하는 장치이고, 재생에너지는 청정수소 공급의 기반이 되는 에너지다.
청정수소 생산 보조 정책, 에너지 전환의 필수조건
청정수소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정부의 수소 생산 보조 정책이 필요하다. 청정수소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단가 경쟁력이 현저히 낮고, 생산·운송 인프라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주요국은 정책적 보조 장치를 통해 초기 시장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 역시 최소한의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기업 투자와 수요 확대가 선순환 구조로 연결될 수 있다.
정책 기반이 마련되면, 대기업들은 해외 청정수소 프로젝트나 국내 수소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 여건을 확보할 수 있다. 수소 전환 속도와 산업 생태계 확장도 결국 이러한 초기 정책 신호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은 수소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일찍 시작한 국가 중 하나다. 선도적인 기술 확보와 경험 축적을 시장 규모 확대로 연결하지 못하면, 기회비용만 커지고 실제 성과는 제한될 수 있다. 초기 시장을 조성하고 투자 여건을 확보하는 데 정부 정책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청정수소 기반 확대는 단순히 한 산업의 육성 문제를 넘어선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제조업 기반 경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 에너지는 산업의 토대이며, 탈탄소 전환의 시작점이다. 수소는 이러한 에너지 전환의 전략적 자산이자 미래 산업의 공급망 핵심이 될 수 있는 분야다. 산업 정책 못지않게 에너지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관점과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정수소 생산 보조 제도는 그 시작점이자, 정부가 에너지 전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수단이다.

![[10대 인물] 이승학 KIST 물자원순환연구단장 | 물을 저장하라](https://static.wixstatic.com/media/c15d53_7ab10873cc174b7aa902b56e29a5bfcc~mv2.jpg/v1/fill/w_980,h_735,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c15d53_7ab10873cc174b7aa902b56e29a5bfcc~mv2.jpg)
![[10대 인물] 한새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기후 대응 숲, 거버넌스에 성패 달려](https://static.wixstatic.com/media/c15d53_dcdfd113f73f461a83bc9591d3565930~mv2.jpg/v1/fill/w_980,h_1307,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c15d53_dcdfd113f73f461a83bc9591d3565930~mv2.jpg)
![[10대 인물] |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 | 폭염은 시스템 붕괴의 시작, 정확한 예측으로 연쇄작용 막아야](https://static.wixstatic.com/media/f8a1d4_da1737561e73490ab2532f9326f34e3f~mv2.png/v1/fill/w_390,h_406,al_c,q_85,enc_avif,quality_auto/f8a1d4_da1737561e73490ab2532f9326f34e3f~mv2.pn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