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기후위기로 증폭되는 '건강 불평등' 시급히 풀어야
- Theodore

- 2025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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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25년 8월 11일
2025-08-07 최민욱 기자
기후위기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새로운 기술 개발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공중보건 시스템과 공동체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협하고, 기존의 불평등을 더욱 깊게 만드는 사회 문제다.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뜨린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은 기술 개발 너머,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살피고 공동체의 힘을 회복하는 데 있다. 숫자를 통해 사회의 건강을 진단하는 보건학의 관점에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제를 짚어본다.

김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계산통계학으로 학사 및 석사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보건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 보건통계학과 환경역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학으로 규명하는 연구에 집중해 왔다. 현재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환경한림원의 정회원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장,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술 연구와 정책 분야에 깊이 참여해 왔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근정포장(2024) , 국제환경역학회 석학회원(2023), 서울대학교 학술연구교육상(2020) 등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350여 편의 SCI 논문을 포함한 3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기후재난 뒤에 따라오는 건강 불평등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 위험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동일한 재난 상황에서도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은 사회적·경제적 위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이 회피 수단의 유무는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이다. 예컨대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 대피하는 것은 기본 대응이지만, 장애인이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에게는 대피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재난 정보 접근, 이동 수단 확보 등 모든 대응이 어렵다. 결국, 회피 수단이 없는 이들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런 불평등은 국가 간에도 나타난다. 선진국은 사회 시스템과 자본을 기반으로 재난 피해를 줄일 다양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저개발 국가는 동일한 재난에서도 더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겪는다. 적은 자원으로도 저개발 국가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현실의 대응은 자본과 정치력이 집중된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제적인 자원 분배가 권력 관계에 따라 왜곡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은 피해의 불평등한 분배 현실을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선진국의 기후 보건 과제 '폭염'
폭염은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가장 시급한 기후 보건 대응 과제로 여겨진다. 이는 이들 국가가 고도화된 의료 및 위생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수인성 전염병은 저개발국가에선 치명적인 기후 보건 위협이지만, 위생 관리가 잘된 국가에서는 대규모 유행이나 높은 사망률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대부분 설사 등 경미한 증상으로 그치며, 경제 피해도 화폐 가치로 환산할 경우 상대적으로 작게 평가된다. 반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은 한 명만 발생하더라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추정되며, 이는 공공보건 차원에서 매우 큰 부담이 된다.
공중보건 정책은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비용 대비 효과(비용-효용성)를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의 기후변화에 따른 전체 건강 피해액 중 약 70%가 폭염으로 인한 것으로 평가되며, 다른 선진국들 역시 60%에서 80%까지도 추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감염병보다 폭염 대응에 정책 우선순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감염병의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국가의 발전 수준과 보건 시스템에 따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기후 보건 위협의 유형이 달라짐을 보여 준다.
기후변화와 건강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의사 많아져야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해서 설명할 수 있는 의사는 국내에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의학 및 보건학 교육 과정에 관련 교과서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정권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 내에 성과를 보여 줘야 하는 정치 구조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보다 단기 처방에만 매달리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만약 궁극적인 목표를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에 최우선으로 둔다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시스템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러한 논의를 자유롭게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의료·보건계의 관심과 전문성 역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은 여러 한계에 부딪혀 있다. 대표적인 폭염 대책인 '무더위 쉼터'는 실증적으로 효과가 증명된 좋은 정책이지만, 운영상의 아쉬움도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더위가 심한 열대야 시간에는 정작 문을 대부분 닫는다는 점이다. 운영 인력의 퇴근 문제와 같은 현실 이유 때문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또한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등에서 기존 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특정 노인들이 소외되어 아예 이용조차 못 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기후위기 시대, 공동체 회복력이 생명을 구한다

기후재난과 같은 외부 충격이 왔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힘을 '회복력(Resilience)'이라고 부른다. 이 회복력은 단순히 튼튼한 기반 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유대, 서로를 돌보는 건강한 공동체가 회복력의 핵심을 이룬다.
1995년 미국 시카고 폭염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당시 사회적으로 고립된 독거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일부 지역에서의 사망자가, 가족과 이웃 간의 유대가 강한 지역보다 훨씬 많았다. 유대가 강한 지역은 이웃과 가족이 수시로 안부를 확인하고 서로를 돌보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인명 피해를 줄이는 방어막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안전망이 바로 '사람'임을 증명한다. 폭염, 홍수 등 극한 기상 상황에서 공식 대피 시스템이 가동되기 전후로 이웃의 작은 관심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은 방재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과적 접근과 함께,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는 문과적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도시의 녹지 공간을 늘리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며(로컬 푸드), 집이나 공동체 텃밭에서 식물을 함께 가꾸는 활동들은 모두 파편화된 사회를 연결하고 공동체의 회복력을 키우는 구체적인 실천이 될 수 있다.
5년마다 나오는 '기후보건영향평가' 기후변화 속도 못 따라가
정부는 기후변화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기후보건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현재의 방식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 주기다. 5년에 한 번씩 수행되는 평가는 너무 길다. 기후 패턴이 급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평가는 매년 또는 최소 2년에 한 번씩 이뤄져야 정책의 시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방법론의 고도화 역시 시급한 과제다. 현재 폭염 사망자 통계는 온열질환으로 신고된 사례만을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를 과소 추정하게 된다. 진짜 피해 규모를 파악하려면 전체 사망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통계 모델링이 필수다. 예를 들어, 현재 시스템으로는 한여름 사망자가 낮의 폭염 때문에 사망했는지, 밤의 열대야 때문에 사망했는지 그 기여도를 구분할 수 없다. 이러한 분석은 모델링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연구 인력, 시간, 비용 등 국가적 차원의 꾸준한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폭염, 감염병 등 기존의 평가 항목을 넘어 더욱 다양한 건강 결과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평가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질병관리청에서 2022년 첫 발표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 링크 1차 보고서에서는 3개 영역[기온(폭염, 한파), 대기질, 감염병]을 총 31개 감시 및 추산 지표로 구성하여 △질병의 유형과 발생 추이, △성별, 연령별, 지역별 분포, △질병의 특성과 진료 경과(의료 이용 환자 및 사망자 수)를 평가하였다. 질병관리청은 2026년 예정된 2차 평가에서 다양한 기후변화 요인과 건강 영향을 고려하여, △평가영역·지표 확대(태풍, 폭우·홍수, 산불 등 이상기후), △평가 세분화(알레르기질환, 정신건강, 신장질환 등의 비감염성질환, 말라리아, 노로바이러스 등의 감염병), △미래예측(기후변화시나리오 기반의 미래 질병 부담 추정 등 예측 모델링)을 포함하여 평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https://static.wixstatic.com/media/4d7ec9_bf8f9909ecca4235bd5d95ec2ab6389f~mv2.jpeg/v1/fill/w_980,h_1375,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4d7ec9_bf8f9909ecca4235bd5d95ec2ab6389f~mv2.jpeg)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답이 필요해
과학적 연구와 평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기후보건영향평가의 결과물은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에는 어렵다. 평가 결과를 국민들의 '생활 수칙'과 정부의 '정책'으로 변환하는 후속 작업이 평가만큼 중요하다. 복잡한 분석 결과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어야 한다.
현재 폭염 경보상황에서 제공되는 "물을 많이 마셔라", "햇볕을 피해라"와 같은 일반적인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취약 그룹별로 세분화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고혈압과 당뇨를 함께 앓는 노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등 개별 상황에 맞는 지침이 필요하다. 특정 직업군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다. 더울 때 야외 활동을 하지 말라는 권고가 생계가 걸린 노동자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이들에게는 "소득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안전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현실적인 해법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결국 영향평가는 국민의 행동 변화와 실질적인 정책 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의미를 다하게 된다.
기후위기에 대응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해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구체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정확한 진단과 연구를 위해 정부는 여름철만이라도 전체 사망 자료를 연구자들이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통계 생산 및 공개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폭염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생산성 감소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보상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나 고령 노동자처럼 제도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터로 내몰리지 않도록 손실 보전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부처 간 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시스템 구축 또한 필수이다.
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사회 전체의 노력을 모으는 데 있다. 개인이 아무리 분리수거를 하고 에너지를 아껴도 사회 전체가 변하지 않으면 무력감과 '기후 우울'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는 개인과 공동체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시작은 학교 교육이 될 수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기후와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고 함께 실천하는 경험을 하도록 환경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최첨단 기술이 없어서 목숨을 잃는 사람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제도를 이용하지 못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기후위기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새로운 기술 개발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공중보건 시스템과 공동체의 힘을 키우는 일이다.



![[2025 연말특집] '기후국가로 가는 길' 을 묻다](https://static.wixstatic.com/media/c15d53_28187c4b70f14a2e8997f073249effc9~mv2.jpg/v1/fill/w_806,h_604,al_c,q_85,enc_avif,quality_auto/c15d53_28187c4b70f14a2e8997f073249effc9~mv2.jpg)



기후변화->기후재난->기후질병 으로 이어지는 연관성에대한 보다 많은 데이터들이 축적되어 기후질병이 국민건강의료보험 체계 안으로 포함되는 노력도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