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우리는 녹아내리는 빙하를 멈출 수 있을까
- hpiri2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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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안정'을 생각해 본다. 떠 있던 카누가 뒤집히면 다시 바로 세우기 힘들고, 민둥산을 우거진 숲으로 되돌리기도 어렵다. 현재 기후변화로 북극 빙하는 녹아내리는 게 안정 상태이다. 빙하의 대체 안정, 즉 다시 빙하가 자라기를 바란다. 인류는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2026-01-27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최근 매일매일 울산 이야기쇼인 '매울쇼'에서 방송하고 있다.
첫 카누 탑승자는 목수 님과 나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의 마당에는 나무로 만든 카누가 있습니다. 울주군의 청년 목수 님이 직접 만든 카누입니다. 길게 자른 나무에 열을 가해 휘게 만든 뒤 켜켜이 쌓아 접착제로 붙입니다. 카누의 안과 밖에 유리섬유를 발라 물이 통과할 수 없는 층을 만듭니다. 나무로 만든 카누는 가볍고 튼튼합니다. 무엇보다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아내 님과 저는 가끔 태화강에 카누를 띄우고 조용한 시간을 즐깁니다. 가끔 카누를 타러 손님이 오시기도 합니다.
훌륭한 목수의 손 끝에서 멋진 카누가 “뿅!”하고 탄생한 것 같지만 사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저는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 영상에서 나무 카누를 보았습니다. 사촌동생인 목수 님께 영상을 전달하고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이런 일을 전혀 해 본 적이 없었던 목수 님은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목수 님께서는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의뢰를 승낙했습니다. 제대로 된 설계도조차 없는 카누는 목수 님의 오랜 고민 끝에 만들어졌습니다.
카누의 첫 탑승자는 의뢰인인 저와 제작자인 목수 님이었습니다. 건장한 두 남자가 탈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탈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선주와 목수가 해결하면 되겠지? 물에 빠져도 선주와 목수가 빠지는 건 괜찮지 않을까?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무게중심을 잡고 우아하게 물살을 가르다
상상 속에 존재하던 카누를 실제로 만들고 물에 띄우고 노를 저으며 소소한 문제점들을 개선했습니다. 카누에는 편하게 앉아서 노를 저을 수 있도록 의자가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건장한 두 남자가 의자에 앉아서 노를 젓다 보니 무게중심이 높아 배가 좌우로 흔들렸습니다. 우리는 의자에서 내려와 카누의 바닥에 앉았습니다. 배의 무게중심이 낮아지니 배가 안정을 찾았습니다.
노를 젓거나 사진을 찍는 정도로는 흔들리지 않고 우아하게 물살을 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17세기 스웨덴 함선인 와사(Wasa)는 왕의 요구에 따라 보통 함선보다 한 층 더 높게 만들어졌습니다. 완성된 함선은 멋져 보였지만 첫 항해를 떠난 직후 불어온 산들바람을 못 이기고 옆으로 넘어져 침몰했습니다. 배의 안정된 무게중심은 아주 중요합니다.

떠 있거나 뒤집히거나, 두 개의 대체 안정 상태
카누가 처한 물리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카누는 잔잔한 강물 위에 안정된 상태로 떠 있습니다. 카누에 탄 사람이 몸을 조금 기울이면 카누는 흔들리지만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옵니다. 작은 변화에는 스스로 복원되는 안정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몸을 계속 기울여 어느 한계를 넘으면 카누는 갑자기 뒤집힙니다. 이 순간이 카누 상태의 전환점입니다. 카누가 뒤집어진 이후의 상태는 이전과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안정 상태가 됩니다. 중요한 점은 카누가 한번 뒤집히고 나면 쉽게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뒤집힌 카누 역시 그 자체로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시스템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안정 상태가 존재하고, 임계점을 넘는 순간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상황을 ‘대체 안정’이라고 부릅니다. 카누의 경우 ‘떠 있는 상태’와 ‘뒤집힌 상태’가 서로 대체 가능한 두 개의 안정 상태입니다.
맑은 호수를 탁한 호수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연에서 다양한 대체 안정 상태를 만납니다. 맑은 호수와 탁한 호수가 있습니다. 맑은 호수는 질소(N)나 인(P) 같은 양분이 적고, 물에 사는 생물도 적습니다. 반면 탁한 호수는 양분이 많고 조류(algae)*가 번성하며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복잡한 생태계입니다.
사람들이 맑은 호수에서 캠핑을 하고 약간의 음식쓰레기가 호수에 버려져도 시간이 지나면 호수는 다시 맑은 상태로 돌아옵니다. 쓰레기는 확산되고, 분해됩니다. 우리는 이를 자정작용이라고 부릅니다. 맑은 호수는 맑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탁한 호수를 맑은 호수로 만들기 위해 식물을 기르거나, 새우를 도입하거나, 호수의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긁어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탁한 호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탁한 호수 또한 탁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수의 상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질소나 인 같은 양분 관리, 오염물질 관리, 동식물 생태계뿐 아니라 호수 인근의 경관 전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맑은 호수를 탁한 호수로 만들기 위해서도 많은 양분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민둥산이 숲이 되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
울창한 숲과 황폐한 민둥산에서도 대체 안정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울창한 숲은 계속 숲으로 존재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 나무들은 매년 씨앗을 떨어뜨리고, 숲의 바닥은 비옥하고 축축합니다. 씨앗들은 싹을 틔우고 어린 나무로 자랍니다. 큰 나무가 죽은 자리에 만들어진 숲틈은 숲 바닥에서 자라던 어린 나무들이 채웁니다. 산불처럼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숲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이상 숲으로 존재합니다.
반면 민둥산이 숲이 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민둥산의 토양은 대체로 건조하고 척박합니다. 비가 오면 흙이 쓸려내려갑니다. 소중한 양분도 함께 사라집니다. 민둥산에는 나무의 씨앗도 어린 나무도 없습니다. 운 좋게 어딘가에서 씨앗이 날아와도 척박한 땅에서 싹을 틔우고 큰 나무로 자라는 것은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아주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을 들여야 숲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숲을 망가뜨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산불처럼 거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는 사건 이후에도 숲은 자연스럽게 복원되기도 합니다. 매일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내 땔감으로 쓰는 일을 수십 년간 반복해야 숲이 사라집니다. 안정된 생태계를 대체 안정 상태로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대학원생이었던 시절 미생물 연구를 위해 북극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북극에 가까운 나라들은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나타납니다. 우리 나라도 여름에는 해가 길고, 겨울에는 해가 짧습니다. 고위도 지방으로 갈수록 이 차이가 더 커집니다. 여름에는 해가 더욱 더 길어지고, 겨울에는 해가 더 짧아집니다.
극지방에 가까워지면 더욱 극단적인 상황이 나타납니다. 지구가 자전축을 중심으로 뱅글뱅글 돌다 보면 낮과 밤이 생겨야 하는데 자전축이 23.5° 정도 기울어져 있다 보니 밤에도 반대편에 있는 남극은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나타납니다. 아침에 현장에 나가 하루 종일 조사하고 들어온 뒤 저녁을 먹고, 현장에서 가져온 토양을 분석하고, 회의하고, 와인을 마시고(응?) 새벽 한 시가 되어도 창밖은 환합니다. 해가 지지 않는다니! 대학원생들에게 여름의 극지방은 아주 가혹한 땅입니다.

흰 빙하는 차갑고, 검은 땅은 뜨겁다
북극은 눈과 얼음의 땅입니다. 북극의 빙하는 여름에는 녹았다가 겨울에는 얼었다를 반복합니다. 북극 다산 과학기지가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군도의 여름 평균 기온은 3~7°C 정도입니다. 빙하가 녹은 물이 하천을 따라 흐르고, 가끔은 유빙이 떠내려 오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스발바르 군도는 북위 78°의 고위도 지역입니다. 보통 4월 말부터 8월말까지 4개월간 백야 현상이 나타납니다. 하루 종일 햇볕이 내리쬐는 북극의 빙하 표면을 상상해 봅시다. 빙하의 표면은 차가울까요? 아니면 뜨거울까요? 차갑습니다. 얼음이니까요. 게다가 흰색의 빙하 표면은 대부분의 빛을 반사합니다.
하지만 기후가 변하고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전혀 달라지고 있습니다. 빙하가 녹은 자리에 검은 땅이 드러납니다. 하루 종일 햇볕이 내리쬐는 검은 땅의 표면을 상상해 봅시다. 땅의 표면은 차가울까요? 아니면 뜨거울까요? 뜨겁습니다. 검은 땅은 흰 빙하와 달리 대부분의 빛을 흡수합니다.
북극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될 때, 다시 밤이 찾아올 때,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빙하가 자라기 시작하는 계절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차가운 빙하 위에 내린 눈은 차곡차곡 쌓이고 다져져 빙하가 됩니다. 하지만 뜨거운 땅 위에 내린 눈은 녹아서 강으로 흘러갑니다. 극지방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녹아내리는 빙하가 '대체 안정'을 찾으려면
북극의 대체 안정을 이야기해 볼까요? 기후변화 이전 북극에 눈이 쌓이고 다져지면서 빙하가 자라는 상태는 과거의 안정입니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태워 열과 에너지를 얻고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그 결과 지구의 온도가 달라졌습니다. 이제 빙하는 빠르게 녹아내리고 그 자리에 검은 땅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상태는 현재의 안정입니다. 누군가 마법을 부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든다고 가정해 봅시다. 검게 드러난 땅 위에서 녹아들어가고 있는 빙하를 멈출 수 있을까요? 탁한 호수를 맑은 호수로 만들기 어렵고, 민둥산을 푸른 숲으로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녹아내리는 빙하를 다시 자라는 빙하로 되돌리는 것 또한 아주 어렵습니다.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을까요?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은 우리가 티핑포인트를 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인류는 과연 티핑포인트***를 넘지 않은 걸까요?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남아있을까요? 우리는 녹아내리는 빙하를 멈출 수 있을까요?


카누는 아주 작지만 지구와 비슷합니다. 높은 의자에 앉아 어설프게 노를 젓는 의뢰인과 목수는 카누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어쩌면 인류는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쌓아 배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아직 배가 뒤집히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의자에서 내려와 카누의 바닥에 앉는 것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인류의 항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조류(algae): 새가 아닙니다. 물 속에 살면서 광합성을 하는 생물입니다. 부영양화 조건에서 녹조나 적조를 발생시키도 합니다. 김, 미역, 다시마처럼 바다에 사는 조류도 있고, 민물에 사는 조류도 있습니다. 단세포부터 다세포까지 아주 다양한 형태와 분류가 있습니다.
**저는 과학의 변두리에서 사는 사람이지만 마법이 편해보일 때가 있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는 법이죠.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작은 변화들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급변하는 임계점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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