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 거버넌스와 마을자치
-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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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지역 생존 전략이고, 기후위기 대응이 지방 소멸 대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방은 지역 소멸과 기후위기를 함께 겪고 있다. 지역 소멸은 행정과 균형 발전의 문제로, 기후위기는 환경의 문제로 여겨 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방의 붕괴와 기후위기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지방 소멸 대책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
농촌, 산촌, 어촌은 기후위기의 충격을 먼저 받고 있다. 폭염은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이상기후는 농민의 소득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산불과 집중호우는 지역 기반 시설을 무너뜨리고 청년들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도시로 이동한다.
사람이 줄어들고 공동체가 붕괴되면 산림과 하천 관리, 농업 기반 유지가 어려워진다. 지역 돌봄과 재난 대응 체계도 무너진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기후 재난에 더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기후위기는 지방 소멸을 가속시키고 있다.
탄소중립과 기후 적응은 지역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지역이 어떻게 먹고 살고, 에너지를 생산하고, 재난을 견디며, 공동체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지역 생존 모델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전환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의 대부분은 지방에 존재한다. ‘햇빛 소득’이나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역 소멸의 원인을 인구 감소나 산업 쇠퇴로만 보는 것은 절반의 진단에 머문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치권의 부재다. 지역이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고 집행할 권한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지역 전략이 만들어지지 못한다. 예산은 내려오지만 지역에 남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읍·면 행정 구조다. 현재 읍·면장은 군청의 인사 발령으로 임명된다. 주민들이 오랜 시간 논의해 만든 마을 계획도 면장이 바뀌면 중단되거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주민의 장기 계획보다 행정 조직의 순환 인사가 우선한다. 이렇게 해서는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어렵다. ‘읍·면장 주민추천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단순한 선출 제도 논쟁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주민이 직접 결정할 권리를 확대하자는 요구다. 주민이 추천하고 주민이 평가해야 장기적인 지역 계획이 가능해진다. 탄소중립과 기후 적응은 단기 사업이 아니라 최소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 전략이기 때문이다.
마을자치회에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많은 마을자치회는 사실상 자문 기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회의는 하지만 결정권은 없고, 계획은 세우지만 예산 권한은 제한적이다. 주민 참여라는 이름은 있지만 실제 권한은 행정 조직이 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역 전환은 주민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을 단위 에너지 전환, 지역 돌봄 체계, 공동 농업, 재난 대응, 자원 순환 시스템 모두 주민 협력을 기반으로 움직여야 한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자원을 관리하고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 소멸 대응 예산은 계속 늘어났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각종 공모 사업과 지원 사업이 쏟아졌지만 사업 종료와 함께 지역 활력도 사라지는 경우가 반복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이 자기 계획을 가진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사업을 수행하는 하청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지방 소멸 대응 예산과 기후 예산은 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농촌 재생 사업이 경관 개선 사업에 머물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기후 적응형 농업, 지역 먹거리 체계, 돌봄과 교통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탄소중립 예산 역시 시설 설치 중심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회복과 연결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은 새로운 지역 비전을 만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와 녹색 산업, 지역 순환 경제, 돌봄과 먹거리 체계, 생태 관광과 산림 관리 등은 지방이 새로운 역할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지방은 ‘지원받아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공간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국토의 대부분은 지방에 있다. 면 지역 면적은 전 국토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인구는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1980년 1146만 명이었던 면 단위 인구는 2024년 439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 거대한 공간의 붕괴는 지역 문제를 넘어 국가 존립의 문제다. 사람이 사라진 국토는 관리되지 못하고 에너지와 식량, 생태계 기반 역시 약화된다.
지역은 전환의 주체다. 주민은 수혜자가 아니라 기후 전환의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방 소멸 대응이 만나는 지점은 결국 민주주의다. 지역 주민이 자기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때, 탄소중립도 가능하고 지역의 미래도 보장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살아남을 권리를 회복하는 일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마을 자치는 지역의 생존 조건이다.
![2025년 3월 14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읍면 자치권 확보를 위한 풀뿌리 공동행동(읍면자치공동행동)'이 발족했다. 읍면자치공동행동은 수도권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농촌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며 농촌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읍·면 자치권 확보가 절실하며, 읍·면 자치권 확보를 통해 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자 한다. 읍면자치공동행동은 '찾아가는 워크숍'을 통해 읍면자치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지역 주체를 조직하고 있으며, 올해 6월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읍면자치권 확보와 농촌 재생을 위한 10대 과제, 10대 시범 사업, 6대 법제도 개혁 과제를 제안했다. "[읍면자치 시리즈] 지방선거 정책제안: 읍·면 자치권 확보와 농촌재생을 위한 정책 제안" 사진_공익법률센터 농본](https://static.wixstatic.com/media/dac689_1ce3b4b1573f4e2196640dd624390caa~mv2.png/v1/fill/w_980,h_1385,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ac689_1ce3b4b1573f4e2196640dd624390caa~mv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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