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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입지 선정,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 1월 23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월 25일

2026-01-23 김사름 기자

'남방한계선'이라는 오만이 부추기는 지역 소멸의 가속화


용인을 고집하는 핵심 키워드는 언제나 '인재'다. 수도권이 아니면 고급 인력이 내려가지 않아 기업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인프라 격차에 기반한 때 지난 논리일 뿐이다. 오늘날의 인재들은 단순히 '지역'이 아니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정주 여건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따라 움직인다.


특히 이번 용인 산단 논쟁에는 반도체 공장이니 당연히 최고급 인재가 대거 필요할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선입견이 깔려 있다. 이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고도의 설계를 담당하는 R&D 인력과 실제 공장을 돌리는 공정 운용 인력으로 명확히 나뉜다. 공장(Fab)은 표준화된 매뉴얼에 따라 장비를 운용하는 숙련된 기술자의 영역이지, 원천 기술을 연구하는 석·박사급 인력을 대규모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도권이 아니면 안 된다는 ‘남방한계선’이라는 인식은 지방 시민을 하등 취급하는 모욕적 사고이자, 반도체 공장에 대한 무지가 가져온 소모적 논쟁이다. '남방한계선'이라는 차별적 단어 뒤에 숨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국 시안에도 가는 인재가 호남에는 왜 안 간다고 생각하는가


용인 산단에 지으려는 것은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팹(Fab) 6기를 구축하는 거대한 제조 시설이다. 반도체 팹은 고도의 R&D를 수행하는 연구소와는 성격이 다르다. 실제 웨이퍼를 생산하고 공정을 관리하는 엔지니어와 생산직 인력 중 석·박사 비중은 5% 내외에 불과하다. 나머지 95% 이상의 인력은 전문적인 기술 교육을 받아 생산을 책임지는 실무 인력들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팹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고,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팹은 D램 생산의 약 30%를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상해에서 기차로 2시간, 혹은 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중국 오지에서도 생산이 원활하며, 한국의 핵심 인재들이 파견 나가 공정을 진두지휘한다. 호남은 KTX로 불과 2시간이면 닿는 곳이다. 왜 인재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기업이 망할 것이라 주장하는것일까.


이미 반도체 팹 16개를 운영 중인 싱가포르의 인구는 고작 300만 명 수준이다. 500만 인구를 보유한 호남의 인력 풀은 반도체 생태계를 유지하고도 남을 만큼 차고 넘친다. 지역의 교육 인프라와 결합한 지역 노동력만으로도 충분히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 설령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산단 설립을 계기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순리다.


국가 전략산업은 리스크 분산이 상식


'메가 클러스터'를 주장하는 이들이 간과하는 핵심은 '집중'이 아닌 '분산'이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단일 지역에 모든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도박에 거는 행위다. 대만 TSMC가 지진과 지정학적 위기를 대비해 팹을 세 지역으로 나누고, 일본이 규슈(TSMC 구마모토)와 홋카이도(라피더스) 등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전략적 분산 배치를 결정한 이유는 유사시 산업의 회복력(Resilience)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삼성뉴스룸 , 삼성전자 반도체 내부 전경. 영상_삼성 반도체 뉴스룸

수도권이라는 좁은 지역에 국가의 명운이 걸린 반도체 팹을 몰아넣는 것은 '한 방에 날아갈 타겟'을 제공하는 안보적 자살 행위다. 호남권에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기존의 것을 '이전'하는 소모적 싸움이 아니다.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SK하이닉스의 일반산단 등은 용인에 두고, 아직 계획 단계이거나 보상 절차 초기인 삼성전자의 국가산단 계획 등을 수정해 분산 배치하자는 지극히 합리적인 제안이다.


'입지의 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


용인 산단 계획은 약 728만㎡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멀쩡한 산을 깎고 인근 지자체와 용수 갈등을 빚으며 7년의 시간을 허비했다. "시간이 보조금"이라며 속도를 외치는 정부가 전력 및 용수 공급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용인에 집착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과학적 입지' 선정은 정치적 표심이나 기업의 단기적 편의가 아닌, 에너지 자립도와 국가 안보를 기준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충남, 영남, 호남, 제주 등 권역을 넓혀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 특히 호남권은 광활한 부지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량, 그리고 항만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 탄소중립과 지역 소멸, 반도체 경쟁력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용인 입지 선정은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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