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권성옥 FSC Korea 대표 | 시장의 힘을 빌어 산림을 관리하다
- Theodore
-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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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6 최민욱 기자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를 기업에서 찾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개인들의 환경 보호 참여 의지가 높아진다는 것은 긍정적 변화다. 하지만 개인의 작은 행동이 미치는 영향력을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실질적인 임팩트가 제한적이다. 반면 기업의 영향력은 크고 측정이 가능하다.
정부 규제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지만 국제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변화 속도도 느리다는 한계가 있다. 가장 빠르게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주체가 바로 기업이다. 환경 문제를 기업 경영에 내재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FSC는 30년 전 "시장의 힘을 빌어서 산림을 관리하겠다"는 목표로 탄생한 NGO다. 정부의 하향식 접근이 아닌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한다. 기업들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접근법은 현재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숲의 레질리언스(복원력, 탄성력)를 높이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
많은 기업들이 CSR 활동으로 나무 심기를 선택한다. 그러나 나무 심기가 숲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숲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국가 단위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도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보다 손상된 숲을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더 의미 있다. FSC 인증 숲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는 까다로운 관리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
지속가능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숲의 레질리언스(복원력, 탄성력)를 높이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30년, 5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관리도 필수적이다. 단순히 공터에 나무만 심는 활동은 환경을 위해 깊이 생각한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업의 환경 활동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진정성 있는 접근이어야 한다. 보여주기식 활동보다 실질적 변화를 낳는 행동이 중요하다. 기업의 진정성은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통해 증명된다.
기업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임팩트 측정과 공개 과정이 중요
기업은 환경 활동을 통해 만들어 낸 구체적인 임팩트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친환경 활동을 했다'는 선언이 아닌, 실제로 어떤 변화를 일구어 냈는지 수치화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탄소 배출량 감소, 산림 복원 면적, 생물다양성 증가 등 구체적인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명확한 환경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초기 상태에서 목표 달성까지 단계별 진행 상황을 체계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 활동의 목표 설정부터 달성 과정, 이를 통해 창출된 환경적·사회적 가치까지 일관된 스토리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기업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단편적인 활동 소개만으로는 진정한 리더십을 인정받기 어렵다. 한국은 이런 구체적인 임팩트 측정과 공개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환경 활동에 대한 신뢰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친환경 제품이 조금만 비싸도 소비자들이 외면했다. 이제는 제품의 환경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면 해당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활용한 산림 보호 프로젝트 지원
기업이 환경 보호 활동을 추진할 때, 자사의 사업과 직접 연계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FSC 인증 제품을 도입하고, 이를 100%로 확대하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더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기업이라면, 생태계 복원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산림 보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임직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기업이 환경 보호의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공장 주변 상수원이 되는 지역의 숲을 보호하거나, 자사 제품 원료와 관련된 생태계를 보전하는 활동은 더욱 의미가 크다. 이러한 활동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환경 보호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으며 기업의 환경 활동의 진정성 또한 내비칠 수 있다.
한국은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역량 가지고 있어
한국의 환경 관련 활동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경제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환경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기업들의 환경 활동도 대부분 마케팅 요소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환경 문제는 더욱 뒤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의 환경 활동도 보여주기식인 경우가 많고, 진정성 있는 장기적 계획과 실천이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잠재력은 크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산업화를 이루고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위상을 확보한 경험이 있다. 빠른 실행력과 적응력이 환경 분야에서도 발휘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일단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K-컬처의 문화적 파급력이 중요한 역할할 수 있어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은 환경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이러한 문화적 파급력을 환경 보호 메시지 전달에 활용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을 통한 인식 개선 활동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정치인보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더 크며, 이들을 통한 환경 메시지 전파가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져야 정치권에서도 환경 문제를 중요 의제로 다루게 되고, 기업들도 친환경 정책을 도입할 동기가 생긴다. 결국 사회 전반의 환경 인식 개선이 정책과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환경 문제 해결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 학계, 기업, 시민단체 등이 함께 협력하여 환경 보호에 기여해야 한다.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환경 문제에 대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환경만큼은 정파를 초월해 협력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역량과 문화적 파급력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현재의 한계를 넘어 환경 분야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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