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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포럼 | 나무는 일반쓰레기입니다

최종 수정일: 5월 4일

 

나무는 일반쓰레기입니다


우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나무는 우리에게 열매를 주고, 땔감을 줍니다. 나무로 집도 짓고, 가구도 만들고, 악기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공예품과 장난감은 나무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이는 동화속 이야기일 뿐 우리의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나무는 일반쓰레기입니다. 모두 일반쓰레기입니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나무 제품을 버릴 때는 크기와 종류에 따라 일반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대형 생활폐기물로 배출해야 합니다. 가지치기로 잘라낸 가지, 솎아베기로 베어낸 나무, 산불 등 다양한 이유로 죽은 나무들 모두 일반쓰레기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지 않습니다. 아니라고요? 우리가 볼 수 있는 나무 제품들은 대부분 수입산 목재로 만들어집니다. 우리나라의 목재자급율은 약 16%에 불과하며, 그나마 국내산 원목은 주로 부가가치가 낮은 땔감이나 보드, 펄프로 사용됩니다.


산불피해목이 땔감으로 소모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울주군에서 산불로 죽은 나무입니다. 대부분의 산불피해목들은 산불 이후 벌목 작업으로 제거된 상태입니다. 제거된 나무들은 대부분 화력발전소로 보내져 석탄 대신 바이오매스 연료로 태워져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됩니다. 오랜 시간 나무 안에 저장돼 있던 탄소들은 모두 이산화탄소가 되어 대기 중으로 배출됩니다.


우리는 산불로 죽은 나무를 가지고 산불 피해를 입은 마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무언가를 만들 준비를 합니다. 무엇을 만들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나무처럼 비정형의 재료는 작가가 나무의 형태나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는 회의를 하고, 재료를 준비합니다. 산불로 죽은 나무들이 무의미하게 일반폐기물이나 땔감으로 소모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신 우리 곁에 오래 남아 탄소를 저장하고, 산불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목공예는 그 자체로 업사이클링입니다



나무를 옮겨 심고 나면 뿌리를 내리기까지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줄기를 지지해 주는 지주목을 설치합니다. 나무를 심는 예산 안에 지주목 설치 예산은 포함돼 있지만, 지주목 제거 예산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지주목을 제거해 주지 않으면 지주목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게 됩니다. 나무의 줄기를 파고들어 상처를 입히거나 심하면 줄기가 부러져 나무가 죽기도 합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린 후에는 지주목을 제거해야 합니다. 지주목 제거를 위한 규정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제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나무의 관리 주체가 명확하면 관리자가 설치된 지주목을 제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주목 또한 일반폐기물로 버려지게 됩니다. 우리는 울산시설공단의 도움을 받아 버려지는 지주목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형태도 일정하고, 아직은 강도도 괜찮은데 의미 있는 곳에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아무런 의미 없이 일반폐기물로 버려지는 지주목으로 무언가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의자가 주인공입니다. 그 의자는 다리가 셋인데, 세 개의 다리로 막 뛰어다닙니다. 우리는 그 의자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모양을 맞춰 나무를 자르고, 목수님과 산들이가 함께 색칠하고 조립합니다. 다리는 지주목으로 만들었으며, 탄성이 있는 줄로 몸체와 연결해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게 참 낭만적입니다. 의미 있는 소재를 썼다는 점도 참 좋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조금 더 오타쿠가 되었습니다. 목공예의 재료인 나무는 일반쓰레기입니다. 목공예는 그 자체로 이미 업사이클링입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온 탄소를 예쁘게 쓰고, 천천히 돌려보내면 됩니다



가로수로 심어진 이팝나무의 가지를 잘랐습니다. 잘라낸 가지들은 보통 버려지게 되는데, 우리는 울산시설공단의 도움을 받아 잘라낸 가지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가 의미 없이 일반폐기물로 버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나무로 이런저런 물건들을 만들어 봅니다. ‘화분은 물과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곰팡이가 슬거나 쪼개지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하지만 우리는 화분이 영원하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나무 화분은 나무 화분 나름의 수명만큼 일해 주면 됩니다. 이후에는요? 분갈이를 해주고 망가진 화분은 버리면 됩니다. 자연스럽게 분해될 테니까요. 장작불에 넣어서 태워도 됩니다. 해로운 물질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자연에서 온 탄소를 예쁘게 쓰고, 천천히 돌려보내면 됩니다.

 

글 사진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

 청년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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