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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11년, 도전과 과제

  • 11시간 전
  • 3분 분량

2026-02-09 박성미 총괄

2015년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K-ETS)를 시행하며 글로벌 기후 리더십을 자처했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2026년 현재, K-ETS는 ‘감축 유도’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기업들에게 저렴한 ‘탄소 면죄부’를 발행하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6년 ‘제4차 계획기간’의 문이 열렸지만, 정부가 내놓은 유상할당 확대안이 과연 산업계의 진정한 체질 개선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전경련과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 경제 단체들은 2015년 시행을 앞둔 배출권 거래제가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2014년 7월,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한국경제인연합회 박찬호 전무. 사진 뉴스1
전경련과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 경제 단체들은 2015년 시행을 앞둔 배출권 거래제가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2014년 7월,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한국경제인연합회 박찬호 전무. 사진 뉴스1

아시아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K-ETS) 시행


2015년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전국 단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시행했다.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당시 보수 정권의 핵심 국정 기조 속에서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2012년 배출권 거래제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정부는 녹색성장(Global Green Growth)을 국가 브랜드로 내세웠다. 서울에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행을 앞둔 2014년부터 기업들의 반발이 있었고, 첫 시작은 유상할당 '0', 무상할당 100%였다.


'100% 무상할당'과 '한전의 비용 보전' 등이 발목 잡아


배출권 거래제(ETS)가 시행될 수 있었던 것은 감축 비용이 낮은 기업이 먼저 줄이고 남은 권리를 파는 구조이기에, 국가 전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드는 사회적 총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경제적 판단이 컸다.


유럽 등 선진국들이 장기적으로 '탄소 가격'을 무역 장벽(현재의 CBAM 등)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 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이 먼저 거래제를 경험하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긍정적 지지도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반발했고 정부는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100% 무상할당'이라는 카드를 사용했다. 특히 '한전의 비용 보전'은 국민들의 전기세 부담을 전제로 했다. 태생적 한계를 지닌 '배출권 거래제'는 이제 2026년부터 시행될 4기로 넘어왔다. 2030년까지 배출권 거래제가 대한민국의 탄소 감축에 기여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표] 한국형 배출권 거래제(K-ETS) 계획기간별 주요 내용 비교

구분

제1기 (2015~2017)

제2기 (2018~2020)

제3기 (2021~2025)

제4기

(2026~2030)

핵심 기조

제도 도입 및 안착

유상할당 도입 시도

거래 활성화

실질적 감축 유도

유상할당 비율

0% (전량 무상)

3%

10%

15% ~ 50%

할당 방식

기배출량기준(GF)

GF + 효율(BM)

BM 비중 확대

BM 방식 전면 도입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경영을 유도하는 데 기여해야


정부의 이번 4차 계획에 따르면 발전 부문은 2026년 15%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50%까지 유상으로 배출권을 사야 한다. 유럽(EU)이 이미 '오염자 부담 원칙'에 의해 2013년에 발전 부문 유상할당 100%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17년이나 뒤처진 속도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수출 주도형 산업 부문은 약 95%가 여전히 100% 무상할당 대상이다. 정부는 이를 ‘국제 경쟁력 보호’와 ‘탄소 누출(규제를 피해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현상)’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탄소 다배출 산업에 충분한 비용 부담을 지우지 않았을 때 과연 탄소배출의 주범인 기업들이 수조 원이 드는 탈탄소 공정 전환에 나설 것인지 의문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경영을 유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1만 원대 배출권 가격의 딜레마


2026년 2월 현재, 한국 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 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유럽(EU-ETS)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계획기간 동안 반복된 배출권 과잉 공급과 완화된 시장안정 조치가 누적되면서 시장에 배출권이 흔해졌기 때문이다. 배출권 가격이 낮으면 기업은 비싼 돈을 들여 공장을 개조하기보다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는 쪽을 택한다. 이는 ‘제도의 목적은 감축인데, 현실은 현상 유지’라는 모순을 낳는다.


탄소경제의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2026년 시행되는 4차 계획의 '시장 안정화 예비분(K-MSR)의 총량 내 편입'은 정부가 시장의 물량을 더 정교하게 조절해 배출권 가격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중요한 것은 유상 경매를 통해 확보되는 수조 원의 재원이 ‘기후위기대응기금’을 통해 얼마나 투명하게 산업계의 기술 혁신에 재투자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이 낸 세금으로 탄소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이제 경제와 기업 경영의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2026년 1월 실시된 첫 유상 경매 이후 형성될 가격표는 대한민국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탄소에 매겨진 가격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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