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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콘크리트 숲에서 나무 집 꿈꾸기

  • 2025년 12월 26일
  • 5분 분량

전세집 계약 종료를 맞아 새 보금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서울의 주거비 문제와 철근 콘크리트 건축의 환경적 영향을 고찰한다. 탄소 배출을 막고, 이동을 최소로 한 지역 목재를 쓴 목조건축에서 살고 싶은 꿈을 꾸어본다.


2025-12-26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최근 매일매일 울산 이야기쇼인 '매울쇼'에서 방송하고 있다.


숲 가까이 살기를 원합니다


죄송하지만 다른 집을 알아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세집의 계약 종료를 알리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 8년간 안전하고 평안하게 살아온 전세집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삶은 또 한번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내님은 언제나 숲 가까이 살기를 원했습니다. 집을 구할 시기가 오면 아내님은 지도를 펼쳐 놓고 초록색 땅을 찾은 다음 근처의 집들을 둘러보고 살 곳을 정했습니다. 창밖으로 단풍나무가 보이는 봉천동 산꼭대기의 단칸방, 숲이 가까운 정릉 꼭대기의 낡은 빌라, 지금은 백년숲 사무실이 된 다운동의 이층집, 군부대의 숲이 보이는 옥동의 한 동짜리 아파트까지. 우리 가족의 창밖은 언제나 초록색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지도를 펼쳐 놓고 새 집을 찾아야 할 시간입니다. 저는 오랜만에 통장을 들여다 봅니다. 물론 들여다본다고 숫자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우리 가족의 삶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요? 


지금 살고 있는 집 앞에는 오래된 군부대가 있습니다. 멋지게 자란 나무들을 도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소소한 행복입니다. 사진_김우성
지금 살고 있는 집 앞에는 오래된 군부대가 있습니다. 멋지게 자란 나무들을 도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소소한 행복입니다. 사진_김우성

서울에 청년들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울산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서울로 올라가 대학을 다니며 십오 년 정도를 살았고, 다시 울산으로 내려와 십 년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저의 삶은 대한민국 보통 청년들의 삶과 비슷합니다. 청년들은 전국 각지에서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서울로 유입됩니다.


서울은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전국의 20대 청년들을 빨아들입니다. 시간이 지나 청년들이 30대가 되고 결혼과 육아를 마주하는 시기가 되면 서울에서의 거주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기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됩니다.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시기도 이 즈음입니다. 자발적인 이주라기보다 비자발적인 밀려남에 가깝습니다. 청년들이 뿌리내리지 못한 서울은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서울에 청년들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서울의 콘크리트가 훨씬 더 비쌉니다


똑같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인데, 왜 서울의 아파트는 더 비쌀까요? 사실 똑같은 콘크리트가 아닙니다. 서울의 콘크리트는 훨씬 더 비쌉니다. 서울 도심은 규제가 많고 땅값도 비쌉니다. 2025년 기준 서울에 남아있는 레미콘(ready mixed concrete; 미리 섞어둔 콘크리트) 공장은 두 곳뿐입니다. 그마저도 행정구역만 서울일 뿐 실제 위치는 서울과 경기도 성남시의 경계에 있습니다.


서울에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경기도 외곽의 레미콘 공장에서 건설 현장까지 반죽을 싣고 와야 합니다. 커다란 레미콘 트럭이 꽉 막힌 서울 도심을 뚫고 현장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행길입니다. 외제차들과 눈치 싸움하며 교통체증 속에서 왕복 5시간 이상을 허비해야 합니다. 현장이 경기도라면 트럭은 현장과 공장을 하루 4~5회 왕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이 서울이면 하루 1회 왕복이 한계입니다.


서울 현장에서는 레미콘 트럭 기사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운송비에 웃돈이 붙게 됩니다. 서울의 아파트는 지방의 아파트와 똑같은 콘크리트로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아파트는 꽉 막힌 도로 위에서 허비한 시간, 낭비된 기름, 위험수당이 버무려져 지어집니다.  


서울에 그렇게 자주 왔다갔다 했음에도 제 하드디스크에는 그 흔한 롯데타워 사진이 없습니다. 63빌딩 사진도 없네요. 저는 높은 건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사진_김우성
서울에 그렇게 자주 왔다갔다 했음에도 제 하드디스크에는 그 흔한 롯데타워 사진이 없습니다. 63빌딩 사진도 없네요. 저는 높은 건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사진_김우성

철근과 콘크리트의 열팽창 계수가 비슷합니다


아파트를 콘크리트로 짓는 이유가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아름답고 훌륭한 재료입니다. 튼튼하고, 저렴하며,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장점이 너무 많아서 다른 재료들은 거들떠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철근으로 뼈대를 만들고 콘크리트로 형태를 채운 철근 콘크리트(Reinforced Concrete) 구조는 인류가 건축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 문명을 건설할 수 있게 만든 역사상 가장 훌륭한 발명품입니다.


과거의 석조나 벽돌 건축은 위에서 누르는 힘인 압축력에는 강했지만, 당기는 힘인 인장력에는 매우 취약해 건물을 높게 짓거나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약을 완벽하게 해결한 것이 바로 '압축력의 제왕'인 콘크리트와 '인장력의 제왕'인 철근의 결합입니다. 콘크리트는 돌처럼 단단하게 하중을 버티고, 철근은 뼈대처럼 끈질기게 인장력을 감당하며 서로의 약점을 상호 보완하는 이상적인 구조체를 형성합니다.


무엇보다 철근 콘크리트가 '신의 선물'이라 불리며 위대한 건축 자재로 칭송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두 재료의 '열팽창 계수'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두 재료가 온도 변화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비율이 달랐다면, 온도가 변할 때마다 갈라지거나 서로 분리될지도 모릅니다.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이 몇 번 지나면 건물은 서로 다른 재료들의 수축과 팽창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 겁니다. 하지만 물성이 전혀 다른 철근과 콘크리트는 우연히도 열팽창 계수가 거의 비슷합니다.(신이시여!)


모래, 자갈, 시멘트의 배합 비율을 잘 지키면 철근과의 열팽창 계수를 거의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철근과 콘크리트의 절묘한 화학적 궁합 덕분에 여름과 겨울이 반복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수십년을 거뜬히 견딥니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은 건물, 거대한 다리, 대자연을 견디는 댐과 방파제 모두가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제 도시에는 나무들의 숲 보다 건물들의 숲이 더 높이 자랍니다. 나무들의 숲은 온실가스를 흡수하지만 건물들의 숲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사진_김우성
이제 도시에는 나무들의 숲 보다 건물들의 숲이 더 높이 자랍니다. 나무들의 숲은 온실가스를 흡수하지만 건물들의 숲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사진_김우성

시멘트 1톤을 생산할 때, 약 1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콘크리트는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핵심소재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콘크리트의 주 원료인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회석을 가마에 넣고 뜨겁게 가열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석회석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이 과정을 화학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CaCO3  → CaO + CO2 (석회석 → 산화칼슘 + 이산화탄소)  


석회석이 분해되면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이외에 가마를 가열하기 위한 화석연료 사용량까지 더하면 시멘트 1톤을 생산할 때마다 약 1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중국 내 빈집은 9000만 채


인류는 셀 수 없이 많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지었습니다. 미국은 1901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간 43억 톤의 시멘트를 생산했고, 43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2001년부터 2016년까지 불과 16년간 무려 258억 톤의 시멘트를 생산했습니다. 258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이 부자가 된 것을 모르는 세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가난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세대도 있습니다. 중국은 그만큼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나라가 빠르게 자란만큼 아파트 숲도 빠르게 자랐습니다. 하지만 수요를 무시한 공급과 인구 증가율 감소는 사람이 살지 않는 거대한 유령도시들을 낳았습니다.


현재 중국 내 빈집은 약 9000만 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프랑스와 독일 인구 전체를 수용하고도 남는 규모입니다. 빈집 문제, 자금 경색으로 중국 내 초대형 건설사들은 위기를 맞았고, 중국 정부 또한 고민이 많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콘크리트가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새 건물이 필요합니다. 도시는 건축과 철거를 반복하면서 유지되고 성장합니다. 인류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콘크리트를 생산할 수 있을까요? 굳지 않은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함으로써 콘크리트 안에 온실가스를 가두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콘크리트 내부에 탄산염 광물이 생성되면서 콘크리트의 강도와 내구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탄소 배출의 핵심 원인인 석회석 대신 다른 소재를 섞어 저탄소 시멘트를 만들거나, 석회석 가마를 가열하기 위해 사용하던 석탄을 다른 연료로 대체하는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술혁신 이외에 저탄소 인증을 받은 콘크리트 사용 의무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도입 등 정책혁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대 목조건축은 혁신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꼭 콘크리트로 지어야 할까요? 아기돼지 삼형제처럼 지푸라기와 나무, 벽돌 같은 다양한 재료로 집을 지을 수는 없을까요? 저는 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둘째 돼지가 지은 나무 집은 늑대가 부숴버렸지만, 현대의 목재공학으로 만든 나무집은 코끼리도 막을 수 있습니다.


수원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건물이나 영주의 한그린 목조관처럼 현대적인 고층 목조건축물이 있습니다. 영국은 런던의 중심가에 80층 높이의 오크우드 타워(The Oakwood Timber Tower)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밴쿠버의 테라스 하우스, 스톡홀름의 트라토펜 등 현대 목조건축은 여러 국가에서 혁신적인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경상남도 양산시에 위치한 카페 아리주진은 목조건축물입니다. 더 다양한 목조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사진_김우성
경상남도 양산시에 위치한 카페 아리주진은 목조건축물입니다. 더 다양한 목조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사진_김우성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로 지은 목조건축물에 살고 싶어요


목조건축은 환경친화적이며, 기후위기시대의 탄소 저장고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건축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또한 철근 콘크리트 건물보다 훨씬 적습니다. 단, 목조건축물을 지을 때 뉴질랜드나 캐나다처럼 먼 나라에서 수입된 목재를 사용하는 것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무가 저장한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로, 지역 사람이 설계하고 시공한 목조건축물을 갖고 싶습니다. 그 곳에서 더 큰 숲을 고민하고, 숲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살고 싶습니다.


아내님의 사무실에는 작은 목조 온실이 있습니다.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더 멋진 목조건물을 사무실로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사진_김우성
아내님의 사무실에는 작은 목조 온실이 있습니다.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더 멋진 목조건물을 사무실로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사진_김우성

아마도 우리 가족의 다음 집은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다른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때를 위해 돈을 모으고, 나무 집을 지을 전문가들을 찾고, 짓고 싶은 나무 집의 모습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튼튼한 집의 소파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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