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기후재난리포트12 ⑫ 생물다양성 | 미생물 다양성, 기후변화 논의에서 빠져

2025-09-11 최민욱 기자

기후변화 논의에서 미생물 다양성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미생물은 지구 생태계와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탄소·질소·인 순환을 매개하며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을 움직이는 주역으로서, 생물권의 회복력을 결정짓는다. 지구온난화, 해양 산성화, 가뭄 같은 환경 변화로 미생물 군집이 흔들리면, 그 파급 효과는 생태계뿐 아니라 농업·보건·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해양 및 육상 생물군계에서 미생물과 기후변화 관계. 그림_네이쳐
해양 및 육상 생물군계에서 미생물과 기후변화 관계. 그림_네이쳐

기후위기 담론에서 간과된 미생물 다양성


멸종 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둘러싼 기후변화 논의는 주로 벵골호랑이나 북극곰 같은 대형 포유류, 바다거북과 산호초 같은 상징적 종에 집중되어 왔다. 미생물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맨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심 밖에 놓여 있다. 하지만 지구에는 약 10³⁰에 달하는 세균과 고세균이 존재하며(Cavicchioli et al., 2019), 이들의 다양성과 활동은 탄소·질소·인 순환을 매개하며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다. 연구진은 미생물 다양성의 변화가 다른 모든 생물종의 회복력, 곧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능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생물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를 생산하기도 하고 흡수하기도 하면서, 기후 시스템의 핵심 조절자로 작용한다. 따라서 미생물 세계의 변동은 단순한 생태계 균형 차원을 넘어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감소하는 토양 미생물군


지속적인 온난화는 토양 속 미생물의 다양성을 뚜렷하게 약화시키고 있다. 7년간 전 세계 장기 온난화 실험 자료를 종합한 분석에서 평균기온이 오를수록 토양 세균과 곰팡이의 종다양성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토양 유기탄소도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특히 온난화 강도가 세고 기간이 길수록 종다양성 손실이 가속화되며, 2070년까지 기온이 3.4℃ 오를 경우 곰팡이 다양성이 80% 이상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토양 탄소저장 능력 상실로 이어져, 지구온난화를 더욱 빠르게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뜻이다.


가뭄 또한 토양 미생물군집에 큰 충격을 준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 연구는 극한 가뭄이 토양 미생물량과 군집 구성을 급격히 흔들며, 특히 농경지에서 이로운 미생물은 줄고 병원성 곰팡이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반복되는 가뭄과 강우는 단기적으로는 회복이 가능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토양 생태계 안정성을 무너뜨려 농업 생산성과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바다 산성화가 가져온 플랑크톤 격변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늘면서 해양 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표층 해수의 평균 pH는 약 8.2였으나 현재 8.1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금세기 말에는 7.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화학적 변화는 해양 미생물 생태계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 MIT 연구진은 지구 시스템 모델을 바탕으로,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100년경 전 세계 식물플랑크톤 종 구성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일부 미세조류는 사라지거나 급감하고, 다른 일부 종은 번성해 서식 범위를 넓히면서 군집 구조가 재편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해수 온도 상승이나 영양염 변화도 영향을 주지만, 종다양성 측면에서는 산성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밝혔다.


산성화에 민감한 석회질 조류는 줄어드는 반면, 적응력이 높은 종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가 바뀌고 탄소순환 경로도 달라질 수 있다. 호주 모내시(Monash) 대학교 연구에서는 산성화로 특정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가 이상 증식해 유독성 적조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해양 먹이망 전반이 교란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따라서 바닷물의 화학적 변화는 플랑크톤 군집 변화를 통해 해양 생태계 생산성, 어획량, 탄소 흡수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산소 부족이 바꿔 놓는 해양 미생물 지형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산소 용해도가 감소해 해양 저산소 지역, 즉 산소 최소층(OMZ, Oxygen Minimum Zone)이 확산된다. 현재도 일부 해역에서는 해류 순환의 정체와 온난화로 산소가 극히 희박한 수층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곳은 일반 어류나 무척추동물이 살기 어렵지만 특수한 미생물만이 번성하는 독특한 생태계를 이룬다. IPCC 6차 보고서는 수십 년간 진행된 전 지구적 해양 산소 감소가 해양 미생물 군집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원인임을 지적한다. 산소가 줄어들면 호기성 미생물의 활동 범위가 축소되는 반면, 혐기성 세균과 고세균이 상대적으로 우세해진다.


산소 최소층에서는 질소 화합물이 축적되며, 이곳의 미생물들이 이를 질소 가스(N₂)나 온실가스 아산화질소(N₂O)로 전환시킨다. 전 세계 해양 질소 손실의 25~50%가 이러한 미생물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동시에 산소 최소층는 해양 메탄의 주요 저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저산소 수역이 확대되면, 해양의 질소·탄소 순환이 미생물 주도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막스플랑크 해양미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은 온난화, 산성화, 성층화 심화, 영양염 공급 변화가 결합해 해양 미생물 군집을 크게 변화시키며, 그 결과 1차 생산력, 먹이망 구조, 심층 탄소수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닷속 산소 감소는 단순히 특정 종의 증감을 넘어, 해양의 탄소 저장 및 질소 순환 방식 자체를 바꾸며 지구 기후 시스템에 새로운 변수를 더하고 있다.


먹이망 근간이 흔들리면 생태계도 위험하다


미생물은 육상과 해양을 막론하고 먹이망의 기초를 이룬다. 식물플랑크톤이나 토양 미생물이 사라지면 곤충, 어류, 포유류 등 상위 생명체는 먹이와 영양분을 확보하지 못해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미생물 다양성과 분포가 변하면 먹이망 전체가 흔들린다.


해양에서는 수온 상승과 영양염 감소로 일부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 산물을 체내에 저장하지 않고 용존유기물로 배출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이로 인해 미생물 루프가 강화되고 미세한 미생물 생산량은 늘지만, 고등 해양생물로 에너지가 전달되는 비율은 낮아진다. 같은 양의 플랑크톤이 자라더라도 어류의 먹이가 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곧 수산자원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해수 온난화와 산성화는 유해 조류 대발생(적조)을 빈발하게 만든다. 독성 조류는 산소 부족과 독성 물질로 어패류 떼죽음을 일으키며 먹이망을 무너뜨린다. 미국 NOAA는 유해 조류와 적조로 인한 경제 손실이 매년 1천만~1억 달러에 이르며, 단일 사건에서 수천만 달러 피해가 발생한다고 추정된다고 알리고 있다.


육상 생태계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난다. 토양 미생물은 식물의 영양분 흡수를 돕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숲과 초원의 생산성을 유지한다. 기온 상승과 가뭄으로 토양 미생물 다양성이 줄면 식물 생장이 억제되고, 곤충과 초식동물 개체수도 감소할 수 있다. 농업은 특히 미생물에 직접 의존한다. 토양 속 방선균, 균근균, 질소고정 세균(예: 뿌리혹박테리아)은 작물에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고 병원균을 억제한다. 기후 스트레스로 이로운 미생물이 줄면 작물 면역력과 생산성이 떨어져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미생물 다양성 손실은 결국 더 많은 비료와 농약 사용을 불러오고, 이는 환경오염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인간 사회에 식량 위기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미생물-기후 피드백, 악순환 고리


미생물은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동시에 기후를 다시 변화시키는 주체이기도 하다. 미생물 군집의 변화는 대기의 온실가스 농도를 바꾸어 기후에 영향을 주는 피드백 고리를 만든다.


대표적인 사례는 탄소 순환이다. 토양과 식생에 저장된 유기탄소는 원래 미생물의 분해 작용을 통해 서서히 이산화탄소로 배출된다. 기온이 오르면 이 과정이 가속되어 더 많은 탄소가 대기로 빠르게 방출된다. 특히 북극권 영구동토층은 지구 육상 탄소의 약 45%를 저장하고 있는데, 온난화로 동토층이 녹으면 얼음 속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며 대량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된다. 여러 장기 실험에 따르면 이러한 토양 탄소 손실은 고위도 지역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는 해당 지역 토양이 대규모 탄소 저장고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후변화로 미생물의 분해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지구온난화가 가속될 수 있다.


메탄도 미생물과 기후 간 악순환의 중요한 고리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잠재력이 28배 이상 큰 온실가스다. 자연에서 메탄은 혐기성 고세균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발생하며, 습지나 논 같은 수중 토양이 주요 배출원이다.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이 변하고 동토 습지가 녹으면 메탄 방출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북극권의 소규모 호수에서는 온난화로 유기물이 축적되고 수층이 안정화되면서, 바닥 퇴적층의 메탄 생성균이 증식해 메탄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또한 기온 상승과 부영양화가 심화되면 남조류 번성과 함께 메탄 발생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과정은 “기온 상승 → 메탄 배출 증가 → 기온 추가 상승”이라는 강화 고리를 형성한다.


질소 순환의 교란도 중요한 경로다. 토양 미생물이 질산염을 분해하는 탈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 대비 약 300배의 온난화 효과를 가진다. 농경지와 습지가 큰 배출원이며, 기후변화로 토양이 따뜻하고 습해질수록 탈질 반응이 활발해져 아산화질소의 배출이 늘어난다. 결국 기후변화와 미생물의 상호작용은 탄소, 메탄, 질소 등 여러 경로에서 동시에 작동하며, 기후 위험을 증폭시키는 복합 메커니즘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후·생물다양성 정책에 적극적으로 미생물 대응을 해야 해


미생물과 기후변화의 긴밀한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는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2019년 「과학자들의 인류에 대한 경고: 미생물과 기후변화」 공동성명을 통해 “미생물은 기후변화 연구와 정책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미생물을 외면하면 기후 대응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학계의 경고는 국제 협약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2022년 UN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에서는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해 2030년까지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 과정에서 미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다양성’ 보전 원칙이 명문화되었다. 또한 IPCC와 IPBES는 2021년 공동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서로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후 정책에 생태계·생물다양성 요소를 통합할 것을 권고했다. 토양 탄소흡수원 보호나 습지 복원처럼 미생물 서식지를 개선하는 자연기반해법(NbS)은 주요 대응책으로 제시되었다.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한국도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전략에서 자연기반해법을 핵심 수단으로 채택해, 산림·습지·갯벌 복원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고 홍수·폭염을 완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에서는 토양 생태계 관리와 미생물자원 보전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으며, 농업 부문에서는 화학비료를 대체할 미생물 비료 활용이 모색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토착 유용미생물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미생물제를 개발 중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도 「기후변화 대응 미생물다양성 연구」 사업을 통해 국내 토양·갯벌 미생물 변동을 장기 모니터링하고 있다.

댓글 1개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trokim
9월 16일
별점 5점 중 5점을 주었습니다.

기후위기 담론에서 간과되기 쉬운 미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 감사합니다

좋아요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