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시동물, 공존의 잣대
- hpiri2
-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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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동물과의 공생은 인간에게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이 아니라, 앞으로 도시를 더 안전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전략적 투자다.

도시는 본래 인간의 공간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 인간 주변에서 살아가는 ‘도시동물(urban wildlife)’이 부각되고 있다. 급격한 도시 확장과 생활양식 변화에 따라 도시 생태계가 크게 흔들린 게 원인이다. 비둘기, 까치, 길고양이부터 고라니나 너구리 같은 중형 야생동물까지 도시 경계 안으로 들어오며 인간과 마주친다. 이는 도시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갈등과 위험을 함께 유발한다.
도시동물은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심각해지는 21세기에는 인간만의 공간을 유지하는 방식은 더는 의미가 없다. 도시동물과의 공존은 ‘환경 윤리’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의 안전·공중보건·생태 회복력 등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인간과 도시동물이 맺는 관계는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도시동물과 인간의 갈등 원인을 이해하고, 과학적·사회적 관점에서 현실적인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도시 확장 과정에서 숲과 초지, 하천 등 동물의 원래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야생동물은 먹이와 은신처를 찾아 도시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고, 인간과 직접 만나는 경우가 늘었다. 고라니가 도로를 넘나들며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너구리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며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은 인간이 생태계를 파편화시킨 결과다. 갈등 구조의 이면에는 ‘동물이 인간 영역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는 비대칭적 힘의 관계가 존재한다.
시민의 급식, 쓰레기 방치, 먹이 주는 행위 등은 도시동물의 개체 수를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길고양이, 비둘기, 까치 등이 이에 해당된다. 먹이 제공은 단기적으로 동물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체 과밀·질병 확산·소음 증가·조류 배설물 등 시민 불편과 갈등을 부추긴다. ‘도와주기 위한 행동’이 역설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셈이다.
인간 생활권으로 들어온 동물은 때때로 교통사고, 농작물 피해, 전염병 우려 등을 야기한다. 예를 들어 너구리와 고라니는 로드 킬 및 야간 교통사고를 증가시킨다. 비둘기는 배설물로 인한 건물 외벽을 오염시키고 시민 건강을 위협한다. 길고양이는 소음, 발정기 행동,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질병 전파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시민에게 불안감과 반감을 키우며 갈등을 확대한다.
도시동물에는 크게 두 종류 시선이 있다. 보호해야 할 생명으로 보느냐와 관리·통제해야 할 유해동물로 보느냐이다. 이 두 관점은 도시동물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을 불러온다. 길고양이 TNR(Trap–Neuter–Release) 정책, 야생동물 포획·이동 정책 등을 둘러싼 갈등은 인식 차이가 뿌리 깊다는 걸 보여 주며, 제도 문제만은 아니다. 공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식의 간격을 줄이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은 재난에 대응하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녹지 확충과 생태통로는 폭염 완화에 기여한다. 하천 복원은 홍수 완충 능력을 키우며 도시 숲은 미세먼지를 가시적으로 줄인다. 그 안에서 도시동물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구성원이다. 도시동물이 많다는 건 도시 생태의 건강이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다.
동물을 무분별하게 배제·포획하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비둘기나 길고양이를 제거하면 빈 서식지가 발생해 외부 개체가 들어오며 개체 수가 더 빨리 회복되는 ‘진공 효과’가 나타난다. 더욱이 포획 중심 관리는 지속성과 비용 효율성에서 매우 낮다. 반면 먹이 환경·서식지·개체를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공존은 장기적으로 비용이 적고, 공중보건에도 더 효과적이다.
도시동물의 상당수는 인간의 활동으로 생겨난 결과물이다. 인간의 행동이 원인이라면, 인간은 그 결과를 관리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는 단지 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이기도 하다. 도시를 인간만의 공간으로 유지하려는 발상은 구시대 유물이다. 다양성과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도시 정책은 변화해야 한다.
공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시동물과 인간의 갈등은 도시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구조적 문제다. 단순히 “동물을 통제할 것인가”라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된 미래 전략이다.
인간 중심 도시를 넘어 다양성과 윤리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과도한 갈등 비용을 줄이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도시가 생태·기술·사회적 합의가 결합된 미래형 도시로 발전함을 의미한다.
도시동물과의 공존은 인간에게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도시를 더 안전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전략적 투자다. 인간만을 위한 도시에서 다양한 생명과 함께하는 도시로의 전환은 미래 도시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표준이다, 이는 생태적 정의와 사회적 합리성이 만나는 지점이다. 도시동물은 인간이 지구의 다른 존재들과 공존할 수 있느냐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도시동물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구성원이다. 도시동물이 많다는 건 도시 생태의 건강이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다. 동물을 무분별하게 배제·포획하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특정 지역의 비둘기나 길고양이를 제거하면 빈 서식지가 발생해 외부 개체가 들어오며 개체 수가 더 빨리 회복되는 ‘진공 효과’가 나타난다. 더욱이 포획 중심 관리는 지속성과 비용 효율성에서 매우 낮다. 반면 먹이 환경·서식지·개체를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공존은 장기적으로 비용이 적고, 공중보건에도 더 효과적이다." 자료_서울특별시 홍보 포스터 중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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