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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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9 박성미 총괄
이재명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70여 년 만에 대한민국 전기요금 체계가 변곡점을 맞았다. 정부는 수도권과 지역 간의 극심한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제도를 추진했던 영국의 실패와 스웨덴의 성공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본다

한국,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발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026년 2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산업용 전기부터 조속히 시행하겠다는 밝혔다. 김 장관은 “그동안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발전소가 밀집된 지역 인근에서 기업을 할 때 실질적인 전기요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송전 비용을 고려해 발전소 인근은 저렴하게, 수도권은 비싸게 책정하는 이 제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 국정과제다. 특히 김 장관은 "수도권에서 멀수록 인재 구인이 어렵다면 전기요금이라도 싸야 기업이 지방으로 갈 유인이 생기지 않겠느냐"며 국가균형발전의 강력한 도구로 이 제도를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지역별 차등 요금제 철회, 이해관계 고착화로 제도 변화 어려워
영국 정부는 2022년부터 지역별 차등 가격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전력 지도는 남북으로 나뉘는데 바람이 거센 북부(스코틀랜드)는 풍력 발전기가 밀집해 전기가 남고, 인구가 밀집한 남부(런던 등)는 전기가 항상 부족했다.
북부에서 만든 전기를 남부로 보낼 송전망이 부족하다 보니, 북부 발전소에 "전기를 그만 만들라"고 지시하고 그 손실을 세금(보상금)으로 메워 주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가 남는 곳은 싸게, 부족한 곳은 비싸게 팔아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려 했다.
그러나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는 지난 2024년 3월,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 계획을 전격 철회하고 전국 단일 도매가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미 재생에너지 수익 모델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산업계의 반발을 넘지 못한 결과다.
스코틀랜드 풍력 단지들은 이미 '전기 생산 중단 보상금'이라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지역별 가격제가 도입되어 북부 전기료가 폭락하면 자신들의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반발했다. 런던 등 남부 지역의 공장들은 전기요금이 오르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반발한 결과다.
영국은 이미 풍력 발전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성장한 뒤에 제도를 만들면서 실패한 사례다. 우리나라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시장이 초기 단계로 수익 모델이 '고정화'되기 전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지금이 지역별 차등 요금제의 큰 틀을 짤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스웨덴, 지역별 차등 요금제 안착… ‘초기 결단’이 승부수
스웨덴은 전력 공급과 소비의 극심한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지역별로 전력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스웨덴 역시 전력 공급은 풍력과 수력 자원이 풍부한 북부에 집중된 반면, 인구 대다수가 몰린 남부는 주요 소비처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영국이 시장이 비대해진 뒤에야 제도 도입을 시도하다 무산된 것과 달리, 스웨덴은 풍력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재생에너지 발전 초기 단계에서 시작했다. 전국을 4개 구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별 도매전력 입찰 시장을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소매전기 사업자가 지역별 도매 요금을 입찰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소매 요금의 차등화가 이루어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제도는 시장에 강력한 ‘가격 신호’를 보내는 결과를 낳았다. 전력 수요가 큰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자발적으로 전기가 저렴한 북부 지역으로 사업장을 옮기기 시작했다. 반대로 공급이 부족해 요금이 높은 남부 지역은 민간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비중을 스스로 늘리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불균형 해소는 물론, 인구 유출 억제 효과까지 거두며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스웨덴 북부 지역의 인구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1년 115만 2000명까지 줄어들었으나, 제도 시행을 기점으로 반등하여 2022년 118만 8700명까지 다시 늘어났다.
스웨덴은 재생에너지 수익 모델이 공고해지기 전 제도를 안착시킴으로써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은 사례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영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스웨덴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풍력발전 등이 아직 초기 단계인 지금이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기 전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의 큰 틀을 마련할 ‘골든타임’이라는 분석이다.
늦은 감 있지만 … “한국은 지금이 적기”
한국의 전력 시장 상황에서 스웨덴의 성공과 영국의 실패는 시사점을 준다. 현재 우리나라는 송전망 포화와 수도권-지역 간 에너지 불균형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풍력 및 태양광 등 분산형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늦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영국의 사례는 시장이 비대해진 뒤 기득권화된 수익 모델을 개편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는지를 보여 준다. 스웨덴은 재생에너지 확산 초기 단계에 선제적으로 요금 차등제를 안착시킴으로써 시장에 명확한 가격 신호를 보내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뤄 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복잡하게 얽히기 전에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의 큰 틀을 마련해 에너지 전환을 완성하고 지역균등 발전을 이루어 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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