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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북ㅣAI 시대와 노동의 종말

2025-12-26 박옥균 객원기자

제레미 리프킨이 예측한 노동의 종말이 AI 시대에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직까지 위협받는 지금, 기본소득과 공동체 복원 등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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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블로그 리더스가이드 / 홈페이지 www.readersguide.co.kr / 서점 알지책방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영호 옮김, 『노동의 종말』, 민음사, 2005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영호 옮김, 『노동의 종말』, 민음사, 2005

예견된 미래, 다가온 노동의 종말

     

오늘은 어제의 미래였다. 미래학이 예견하는 사회도 시간이 지나면 현실이 될 수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종말’이라는 키워드로 여러 권의 미래 전망서를 냈다. 그중에서 『육식의 종말』, 『소비의 종말』은 아직 멀게 느껴지지만, 최근 뉴스를 보면 『노동의 종말』은 바로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노동은 단순히 몸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속해 임금을 받는 활동을 의미한다. 리프킨은 기술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 책을 1995년에 썼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대로 수많은 노동자의 해고와 실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AI의 ‘폭력적’ 확장과 지식 계층의 위기


이제 다가오는 AI 시대의 대량 해고를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당혹스럽다. 리프킨은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노동자는 줄어들겠지만 프로그래머, 전문직, 컨설턴트 등 소수 엘리트로 구성된 지식 부문은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최근 전문직과 개발자들의 취업난은 심화하고 있다. 공인회계사(CPA) 합격자의 40%가 수습처를 찾지 못하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리프킨은 정보통신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인력은 필요하리라 생각했지만, 현재의 생성형 AI는 ‘폭력적인’ 양적 확장을 통해 운영 인력 자체를 최소화했다. 기업은 신규 인력 채용 대신 AI 투자를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이런 기업들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되었다.


육체를 넘어 정신까지 대체하는 기술


리프킨은 2050년쯤이면 전통적인 산업 부문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전체 성인 인구의 5% 정도만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동자가 거의 없는 농장, 공장, 사무실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그의 전망은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한 로펌이 지역 변호사 사무실들을 인수한 후, 최소한의 인력만 둔 채 체인 형태로 운영하는 사례나,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자를 해고하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영화 <허(Her)>에서처럼 많은 이가 인공지능과 심리 상담을 하고 관계를 맺는다. 초기 산업 기술이 인간의 육체적 힘을 대체했다면, 새로운 컴퓨터 기술은 인간의 정신(Mind) 자체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

     

양극화된 미래: 풍요로운 여가인가, 무자비한 몰락인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노동이 사라진 자리에 모두가 여가와 풍요를 누릴 수 있을까?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살아남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이를 순순히 인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 기업과 그 구성원들은 막대한 시간과 부를 축적할 것이다. 반면 대다수 실업자와 잠재적 실업자들은 하층 계급으로 내던져질 것이다. 불안정한 삶은 범죄의 유혹이나 마약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분배의 정의와 새로운 대안의 모색


책의 서문에는 “왕 혼자 로봇을 사용해 영국 전체의 산출량을 생산하는 것이 이상적인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의 창출이 가능하다면 나누는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고전 경제학자 리카도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200년 전의 이 논쟁은 지금도 유효하다. 임금을 유지하며 노동 시간을 단축해 실업률을 낮추거나,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리프킨은 유연한 고용 형태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달려 있다.

     

관계의 복원, ‘공동체’라는 역설적 해법


어쩌면 더 근본적인 방법은 공동체의 복원일지 모른다. 비영리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민 사회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리프킨이 제시한 ‘타임 뱅크(Time Bank)’가 대표적이다. 일한 만큼 시간을 적립해 보상받는 이 시스템은 물물교환보다는 헌혈 증서와 유사하다.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양도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시간 화폐’다. 거대한 자본과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AI 시대에, 오히려 더 작고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는 비영리적 공동체 실천이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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