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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북ㅣ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극우 포퓰리즘

2025-10-31 박옥균 객원기자

국제 정치 전문가 파리드 자카리아의 책,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는 근대 400년 세계사를 분석한다. 정보통신 혁명은 참여 민주주의를 꽃피웠지만 사람들은 고립과 파편화를 겪고 있고, 인공지능은 거대기업의 지배와 우익 포퓰리즘 국가의 탄생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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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블로그 리더스가이드 / 홈페이지 www.readersguide.co.kr / 서점 알지책방


서양은 동양에 바통을 넘겨줘야 할지도


역사는 반복된다. 다만, 똑같이 반복되지 않을 뿐이다. 고대 로마 제국이 주변 민족의 성장에 의해 멸망했듯이, 오늘날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체제 역시 도전에 직면했다.


1989년 소련 붕괴 후 미국은 경제와 군사력에서 독보적인 유일 초강대국이었다. 그러나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발전시킨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와 모순을 일으켰고, 결국 함께 소멸해가는 상황이다. 더는 경제 대국이자 군사 강국이었던 미국의 절대적인 위상은 지속 불가능하다. 세계화 체제 속에서 신흥 경제 강국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와 군사력에서 미국의 점유율을 낮출 만큼 성장했다. 국제 교역은 1990년부터 2007년까지 133% 늘어났는데, 신흥 시장이 이러한 성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15세기 대항해시대 이후 세계 발전을 이끌었던 서양은 이제 동양에 바통을 넘겨줄 수도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극우 정당이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자민당은 오사카 유신회라는 우파 정당과 연대하며 간신히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미국 대통령 누구와도 다르다. 우익 포퓰리즘은 서서히 더 확장되는 상황이다. 특히 전통적인 민주 국가들에서 점점 더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근대 400년의 역사, 혁명과 역풍의 변증법


피라드 자카리아 지음, 김종수 옮김,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부키, 2025.9
피라드 자카리아 지음, 김종수 옮김,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부키, 2025.9

국제 정치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역사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CNN 간판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국제 정치 전문가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저서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에서 근대 400년 역사를 관통하는 통찰을 통해 현대 세계의 혼돈과 분열을 분석한다. 자카리아는 역사가 '혁명과 역풍의 변증법'으로 진행되었다고 이야기하며, 모든 진보적 혁명은 동시에 반동과 모순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설명한다. 자카리아의 이야기는 역사가 한 방향만으로 진행하지 않고,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나타난다는 헤겔의 변증법에 가깝다.


1789년과 1848년의 프랑스 혁명은 유럽을 변화시켰다. 군주제는 약화되었고 평민들의 정치 참여는 확대되었다. 특히 1871년의 '파리 코뮌'은 보수적인 정부조차도 사회 복지 정책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1883년, 갓 통일된 독일의 비스마르크 총리는 보편적 의료보장제도를 포함한 사회 안전망을 도입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에는 공화정이 지속되지 못하고 나폴레옹과 나폴레옹 3세가 집권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혁명 과정에서 나타난 폭력 때문에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프랑스식 혁명을 따르지 않았다.


가장 평화로운 시기는 역설적이게도 냉전기


사회주의 국가들의 탄생으로 인해 만들어진 냉전(Cold War)은 역설적으로 세계가 가장 발전적이고 평화로웠던 시기였다. 이 당시 자본주의 국가들은 사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사회민주주의 형태를 띤 새로운 자유주의를 표방했다. 소련은 사회주의 동맹국들에 자원을 무상 또는 낮은 가격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 정체되기 시작한 1970년대를 전후하여 신자유주의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미국은 소련과의 군비 경쟁이 격화시켜 소련의 경제를 악화시켰다.


1989년 소련이 몰락하면서 미국은 유일 강대국이 되었다. 실질적으로 전 세계가 자본주의화된 세상에서 세계화는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그러나 자유 시장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1989년 이후, 세계는 아시아 금융 위기로 촉발된 IMF 시기, 금융 위기,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축을 경험해야 했다.


소련 붕괴와 물질적 풍요, 우파 정당의 득세


이는 사회주의와의 경쟁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가 만든 모순이다. 자본주의 안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자본주의의 문제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일반인들에게는 물질적인 풍요가 더 체감되었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실업의 공포를 겪는 사람들조차 과거 귀족들보다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소련의 몰락과 물질적 풍요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어렵게 했다.


금융 위기로 타격을 받은 노동자는 세계화를 되돌리기를 원했지만, 다른 집단을 배척하여 자기 집단의 이익을 지키려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에 열광했다. 2009년 세금 인하를 요구하고, 사회 복지를 위한 정부의 과도한 국가 부채를 비난하던 미국의 티파티는 공화당의 노선을 더 오른쪽으로 끌어당겼다. 이는 백인 중심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주창하는 트럼프가 유력한 정치 세력으로 부상하는 토양이 되었다.


디지털 공간에 매몰된 고립과 파편화


한편, 정보통신 혁명은 참여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모든 사람이 주인으로서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열매가 다 피기도 전에, 나쁜 꽃도 함께 피었다. 디지털 공간에 매몰되어 고립과 파편화를 낳았고, 이를 악용하려는 정치 집단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청년 남성들이 윗세대에 눌리고, 청년 여성들에 대한 피해 의식으로 우경화되었다.


거대기업의 지배, 우익 포퓰리즘 국가의 탄생 가능성


인공지능(AI)이 만드는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인간을 기계적인 노동으로부터 해방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노예적인 속박도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 두 개의 AI 독점 기업 주가는 5000조 원을 넘어섰지만, 고용 인력은 수십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공황이 아님에도 엄청난 실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에 저항할 이론조차 만들어지기 힘들 수 있다.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AI는 학습 과정에서 편향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여 쉽게 세뇌(洗腦)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스토피아 SF에 나오는 한 거대기업이 세상을 지배할 가능성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디지털 혁명은 제조업과 농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고용 전환을 가속화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공동체가 해체되었다. 온라인 거대 유통 기업인 아마존과 경쟁할 수 없게 된 가족 운영의 소규모 상점들은 사라졌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


점점 심해지는 빈부격차, 국수주의, 이민자 배척, 고립의 불안감은 히틀러와 같은 인물이 이끄는 '우익 포퓰리즘' 국가가 탄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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