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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기업, 2026년부터 돈 내고 배출한다

2026-01-23 박성미 총괄

그동안 탄소배출권(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의 대부분을 무상(무료)으로 받아오던 국내 기업들이 2026년부터는 배출권 일부를 유상(경매 구매)으로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K-ETS, Korea Emissions Trading Scheme) 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 적용할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 발표했고 2026년 1월 시작되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11.10 사진 뉴스1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11.10 사진 뉴스1

2026년부터 시작되는 4차 계획기간, 유상거래가 감축 유도해야


2026년부터 국내 기업들이 확보해야 할 온실가스 배출권 가운데 유상(경매)으로 구매해야 하는 비중이 확대된다. 정부가 확정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2026~2030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 따른 조치다.


이번 개편은 배출권 가격이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며 감축 유인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 속에서 추진됐다. 다만 제도 변경의 폭과 구조를 놓고, 실질적인 감축 신호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필요하다.


발전 부문부터 유상할당 … 2030년에도 절반 수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발전(전기 생산)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2026년 15% → 2027년 20% → 2028년 30% → 2029년 40% → 2030년 50%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산업·건물·수송 등 발전 외 부문은 2026년부터 15%가 적용된다. 발전 부문은 설비 이전이 어렵고 국제 경쟁 노출도가 낮아, 경제학적으로 탄소 누출(carbon leakage) 위험이 가장 낮은 부문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발전 부문을 우선적으로 100% 유상할당 대상으로 전환해 왔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발전 부문 배출권을 전량 경매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30년에도 발전 부문의 절반만 유상할당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가격 신호의 강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량은 설정했지만, 산업의 대부분은 무상 유지


4차 계획기간 전체 배출허용총량(캡)은 25억 3730만 톤으로 설정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시장안정화예비분을 총량 “안”에 포함하고, 한국형 시장안정화예비분(Korean Market Stability Reserve)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급 과잉 시 배출권을 흡수하고, 부족 시 방출하는 방식으로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다만 할당 구조를 보면, 산업 부문의 약 95%가 여전히 100% 무상할당 대상으로 분류된다. 철강·석유화학 등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이 여기에 포함된다. 정부는 국제 경쟁력과 탄소 누출 우려를 근거로 들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이론적 전제는 배출에 비용을 부과해 감축 비용이 낮은 부문부터 감축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배출 산업 대부분이 무상할당을 유지할 경우, 감축 압력은 발전 부문과 일부 비산업 부문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배출권 가격 1만 원대 … 제도 설계의 결과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에 따르면 2026년 1월 중순 기준 한국 배출권(KAU25) 가격은 1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동일한 배출권거래제 하에서 운영되는 EU ETS 가격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가격 격차의 원인을 시장 참여자의 전략보다는 제도 설계에서 찾는다. 과거 계획기간 동안 반복된 과잉할당, 높은 무상할당 비율, 완화된 시장안정화 장치가 누적되면서 배출권 희소성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번 4차 계획기간에서 시장안정화예비분을 총량 안으로 편입한 것은 구조적 개선으로 평가되지만, 유상할당 비율과 총량 수준이 충분히 엄격하지 않다면 가격 상승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첫 유상할당 경매, 감축 신호가 될 수 있나


2026년 1월에 유상할당 경매가 처음으로 실시된다. 이 경매는 배출권거래제가 비용 신호를 통해 감축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가격 수준과 유상할당 비율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기업이 설비 투자나 연료 전환보다 배출권 구매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유상할당으로 확보되는 재원을 기업의 탈탄소 전환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재원 배분 기준과 감축 성과 연계 방식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제도의 성과는 ‘비율’이 아니라 ‘행동 변화’로 평가된다. 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계획은 이전 계획기간과 비교하면 분명한 조정이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의 성과는 유상할당 비율 자체가 아니라, 실제 배출 감소와 투자 방향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


발전 부문 중심의 제한적 유상할당, 산업 부문의 광범위한 무상 유지, 낮은 가격 수준이라는 조건에서 배출권거래제가 중장기 감축 경로를 충분히 유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2026년 첫 경매 이후 형성될 가격과 기업의 대응 전략은, 한국 배출권거래제가 실질적인 감축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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