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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활동가 | 복날의 착취를 멈추고 돌봄의 보금자리를

2025-10-01 김복연 기자

동물해방물결 장희지 활동가는 기후재난 시대, 축산 시스템에 갇힌 동물들이 겪는 '기후 불평등'을 고발한다. 복날 삼계탕 문화는 산업 자본주의가 만든 착취 시스템이며, 개인의 육식 소비는 환경과 노동자를 착취하는 거대 구조를 직접적으로 '펀딩'하는 정치적 행위다. 장 활동가는 동물에게 '삶을 선사'하는 보금자리 같은 대안을 통해, 윤리적 소비가 사회 체제를 바꾸는 시작점임을 역설하며 기후정의 실현을 촉구한다.


동물해방물결의 장희지 활동가. 사진 장희지
동물해방물결의 장희지 활동가. 사진 장희지

지구의 기후변화가 '재난의 일상화'로 가속화되는 지금,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 받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인간이 만든 시스템 속에 갇혀 스스로 피난할 수 없는 사육 동물들이다. 기후정의의 측면에서 이들의 처지를 조명하고자 동물해방물결의 장희지 활동가를 만났다. 장 활동가는 인간의 과도한 소비 활동이 초래한 기후 위기의 대가를, 정작 위기의 원인인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치르고 있는 '기후 불평등'의 구조적 폭력을 비판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장희지 활동가는 공장식 축산업이 갖는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단지 동물권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이 초래한 위기의 대가를 가장 약한 존재에게 전가하는 차별적인 구조의 문제임을 명확히 했다. 동물해방물결(동해물)은 동물 해방과 종차별 철폐를 목표로 활동하는 단체다.


폭염 속 150만 마리 닭의 폐사와 '책임 전가'의 만행


기후재난 상황에서 피난할 권리조차 박탈당한 사육 동물의 현실이 올해 여름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폭염·폭우 기간 동안 폐사한 약 230만(7월 기준 폭염에 52만, 폭우에 178만) 명*의 동물 중 200만 명이 닭이었다. 이 수치가 보여 주는 진실은 기후위기를 초래하지 않은 동물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것, 즉 기후 불평등의 극단적인 모습이 공장식 축산업 현장에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밀집 사육된 닭들은 정전이나 시설 마비로 인해 대량으로 질식사하거나 열사병으로 죽어 나갔지만, 구조될 수도, 스스로 도망칠 수도 없는 무력한 상태였다.


동물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문제의 원인을 동물에게 전가하는 일도 버젓이 일어난다. 축산업의 탄소 배출량이 높다는 지적이 일자 호주에서 소의 메탄가스 포집을 위해 소에게 마스크를 씌웠던 사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인간의 과도한 육식 소비와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기만적인 행위다. 기후변화로 재난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착취 구조를 유지하려는 비겁한 행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마스크도 저탄소 사료 개발도 아니다. 공장식 축산업을 종식시킬 로드맵 수립이다.


*동물해방물결에서는 동물의 수를 세는 단위로 '명'을 사용한다. 이는 사람처럼 동물도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운동의 일환이다.


'복날 문화'는 전통이 아닌 시스템: 잔혹한 1억 마리의 희생

2024 삼계(백세미) 밀집 사육 실태 조사 보고서. 자료 동물해방물결
2024 삼계(백세미) 밀집 사육 실태 조사 보고서. 자료 동물해방물결

동물해방물결은 특히 복날의 상징인 삼계탕용 닭 '백세미'의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백세미는 빠른 성장을 위해 산란용 닭과 육계용 닭을 인위적으로 교배시켜 만든 종이며, 30일도 채 되지 않아 도살되는 병아리 상태다. '백세미 보고서'를 통해 밀집 사육의 실상이 고발되었고, 농장에서 벌어지는 학대 행위에 대하여 정부의 역할 강화를 이끌어 낸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복날 삼계탕 먹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둔갑해 시민들이 이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의 전통적인 복달임 문화는 대부분 채소나 곡물 위주의 음식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복날이 있는 7월에만 연간 닭 도살량(약 10억 명)의 10%에 달하는 약 1억 명의 닭이 희생된다. 산업 자본주의가 닭을 인위적으로 개량하고, 고통의 규모를 키우며 전략적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복날=삼계탕’ 도식이다.  이는 더 이상 복날을 '보양'의 날이 아닌 '죽임의 복날', '고통의 복날'로 불러야 하는 이유다. 


종차별 철폐의 이정표: 개 식용 종식 특별법과 끝나지 않은 과제


개동상과 함께한 장희지 활동가. 사진 플래닛03
개동상과 함께한 장희지 활동가. 사진 플래닛03

작년에 마련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우리가 바라는 종차별 철폐라는 목표를 향한 중요한 윤리적, 정치적 전환점이 되었다. 개 식용 금지 법제화는 '반려동물'과 '식용 동물'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균열을 냈으며, '어떤 동물이든 고통받고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구조적 폭력의 종식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이 윤리적, 법적 잣대를 법적 울타리 밖에서 대규모로 착취되고 있는 연간 10억 명의 닭, 돼지, 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축산업의 문제는 동물권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처우, 지역 불균형 등 다양한 구조적 폭력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폭력의 사슬 전체를 끊어 내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착취 대신 '돌봄 시스템'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실험, 보금자리


구조된 소들과 비건 마을 사업을 진행. 사진 동물해방물결
구조된 소들과 비건 마을 사업을 진행. 사진 동물해방물결

기후정의는 구호나 현실 비판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이 필요하고 그 활동 속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원도 인제에 도살 위기의 소 6마리를 구조해 조성한 '보금자리'가 바로 그 핵심이다. 보금자리는 단순한 보호 시설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산'에서 '이웃'으로, '착취 시스템'을 '돌봄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실험적인 장소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동물이 인간에게 착취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대안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에서 가축은 먹기 위해 죽임 당하고, 고기가 되지 못해도 죽임을 당한다. 그만큼 보호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아프면 당장 치료받기도 어렵다. 대동물수의사도 부족하고, 있다고 해도 치료 목적의 의료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다. 구조한 소 중 한 명이 채혈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넘어졌고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죽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만큼 축산업 동물을 구조하는 일은 그 시작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축산업으로 유명했던 마을의 축산업 종사자의 도움으로 소들을 돌보는 경이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또 인구 소멸 위기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지역 사회와의 공존 가능성까지 보여 주고 있다. 


소비 행위의 정치적 선언: 톱니바퀴 역할을 멈추는 일


사회 구조를 바꾸는 일은 개인의 실천에서 비롯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동물을 먹는 행위는 더 이상 개인의 선호나 욕구 충족이라는 말 뒤에 숨을 수 없다. 오히려 동물과 환경을 대규모로 착취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톱니바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개인의 선택이 공장식 축산을 유지하고, 기후재난을 가속화하며, 노동자 착취를 영속시키는 거대한 구조적 폭력의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펀딩'하는 행위와 같다.


따라서 무엇을 먹고 먹지 않을지에 대한 선택은 개인의 사적인 취향을 넘어선 '가장 강력한 정치적 선언'이 될 수 있다. 비거니즘과 윤리적 소비를 통해 시민들이 이 구조적 폭력의 톱니바퀴에서 스스로 이탈하는 것이야말로 밀집 사육을 종식하고 동물에게 존엄한 삶을 선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윤리적 선택이 사회 전체의 체제를 바꾸는 시작점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기후정의 실현의 길이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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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10월 10일

복날 삼계탕을 먹는 게 전통적인 복달임 문화가 아니었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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