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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 탄소배출권과 전기요금청구서의 ‘기후환경요금’

  • 20시간 전
  • 3분 분량

2026-02-09 박성미 총괄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는 이유


전기요금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오르고 있다. 전기요금이 오르는 이유는 연료비(석유, 가스 등) 상승도 있지만, 기후환경요금의 급증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기후환경요금'이 전기요금 고지서에 등장한 2021년 5.3원이었던 기후환경요금은 70% 가까이 폭등해 2026년 약 9원이다. 언뜻 보면 9원이 적은 돈으로 보이지만 기후환경요금은 1kWh당 9원씩 ‘무한 합산’되는 일종의 ‘종량제’ 요금이다.


다시 말해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이나 겨울철에 사용량이 늘어나면, 기후환경요금은 사용량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예를 들어 500kWh를 썼다면 기후환경요금은 4500원이 청구된다. 결국 전기를 쓰면 쓸수록 kWh당 9원이라는 기후환경요금은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붙어 합산되기 때문에 전체 전기요금이 급증하는 구조다.


 기후환경요금 계산법: 내가 사용한 전력량(kWh) × 9원(현재 단가) = 최종 기후환경요금


[표1] 기후환경요금 연간 단가 및 인상율

연도

단가 (원/kWh)

인상률 (도입 대비)

비고

2021년

5.3원

-

제도 도입 및 분리 고지 시작

2022년

7.3원

약 38%↑

에너지 가격 상승 반영

2026년

9.0원

약 70%↑

탄소배출권 및 REC 가격 상승 반영


기후환경요금은 계속 증가할 추세


2년 사이 70%가 증가했지만 기후환경요금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후환경요금을 구성하는 세가지 항목 중 RPS(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은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채우기 위해 사는 인증서(REC) 구매 비용인데 이 가격은 2027년까지 14조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RPS는 전체 기후환경요금의 85%를 차지하는 항목으로 이 항목이 증가하면 전기요금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ETS(온실가스 배출권) 역시 탄소배출권 가격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석탄발전 감축 비용'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어 사용자가 부담할 전기요금은 앞으로도 꾸준히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표2] 기후환경요금 구성 항목 및 단가

항목

단가 (원/㎾h)

내용 및 근거

RPS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7.7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채우지 못해 인증서(REC)를 구매한 비용,  2027년까지 이 비용만 14조 원 이상 증가 예측

ETS

(배출권 거래제 이행)

1.1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배출 기준치를 초과하여 배출권을 사들인 비용

석탄발전 감축

0.2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을 가동 중단하거나 줄이며 발생한 손실 비용

합계

9.0

2024~2026년 현재 기준 단가


전기요금 고지서에 숨은 ‘오염자 부담 원칙’


기후환경요금은 크게 세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채우지 못해 인증서를 구매하는 비용, 온실가스 배출 기준치를 초과했을 때 사들이는 배출권 비용,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을 가동 중단하거나 줄이며 발생한 손실비용 등이다.


언듯 봐도 발전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들로 보이지만, 한전은 사용자에게 '기후환경요금'이라는 항목으로 청구하고 거두어들인 돈을 발전사에 나눠 주고 있다.


기후환경요금은 사실 새로운 비용이 아니다. 2021년 이전에는 전력량료에 포함되어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우리가 이전부터 지불해 왔던 요금의 일부였다. 정부는 요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기후변화 대응 비용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2021년부터 이를 별도로 표시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기후환경요금은 전기를 사용하는 매 순간 우리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탄소 통행료’와 같다. 문제는 이 통행료가 발전사의 저탄소 혁신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미흡한 성적표를 메꾸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1kWh당 9원이라는 숫자는 작아 보이지만, 국가 전체 전력 소비량을 생각하면 매년 5조 원이라는 거대한 자본이 ‘오염자 부담 원칙’을 거슬러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발전소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기후환경요금의 가장 큰 문제는 기후정책의 기본 원칙인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환경요금이 부과되는 원인은 발전사가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온실가스 배출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 초과분에 대한 비용(REC 및 배출권 구매비)을 발전사가 책임지지 않고, 한국전력을 거쳐 사용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발전사는 사용자가 비용을 보전해 주니 굳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탄소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저탄소 설비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연간 5조원의 기후환경요금, 어디에 쓰이나


기후환경요금으로 거둬들이는 연간 약 4조~5조 원 규모의 재원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갖춘 사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석탄발전을 줄인 발전사들의 손실을 메워 주는 데 활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깜깜이 정산’이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한전이 징수한 금액과 실제 발전사에 지급한 정산금 사이의 차액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며, 배출권 가격 하락 시에 요금이 즉각 조정되지 않는 등 투명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발전사의 배출권 구매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100% 내주고 있는데 유럽과 미국은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은 발전사에 배출권 비용을 요금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 대신 발전사가 탄소 배출을 줄여 남은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내도록 유도한다. 특히 기업이 공장을 돌리며 탄소세를 내는 경우, 전기요금에 포함된 탄소 비용을 감면해 주고 있다.


미국은 각 주마다 공공서비스위원회(PUC)가 발전사의 탄소 감축을 위해 실제 '시설 투자'를 한 비용을 요금에 반영해 주고 있으며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온 비용을 요금으로 전가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한다. 발전사가 배출권을 사는 것보다 감축 시설을 짓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발전사가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유인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국민이 발전사의 탄소 배출 비용을 대신 납부하는 현행 방식은 '대리 납부'일 뿐이다. 전기요금에 통합 정산되는 것을 사용자 개개인이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근본적 해결책은 정부가 발전사의 배출권 비용을 요금에 자동 반영하는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또는 발전사가 실제 탄소 감축 시설에 투자했을 때 그 비용만큼을 인센티브로 돌려주거나 배출권을 우대하는 ‘시설 투자 연계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의 지갑에서 나가는 기후환경요금이 발전사의 운영비 보전이나 영수증 처리에 소모되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의 시대, 국가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발전사의 탄소 저감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것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오염자 부담 원칙이라는 기본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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