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탄소배출권(Carbon Credit)'과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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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9 박성미 총괄

'탄소배출권'의 탄생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비용’으로 변하자, 세계 각국은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을 정하고 이를 쪼개어 거래하는 '자산' 형태로 만든 것이 배출권이다. 정확히 하면 “배출권”은 국가가 정한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안에서 각 업체에 나누어 주는 배출허용량(톤수 등)을 단위화한 것이다. 따라서 배출권은 막연한 “오염시킬 자유로운 권리”가 아니라, 정해진 한도(허용량)를 표시·대표하는 권리(일종의 재산권적·증권적 지위)다. 배출권은 전산상으로 계정에 기록해 두는 전자적 권리(계정잔고) 형태로 사업자는 “배출권등록부”에 거래계정을 열고, 이 계정 간에 숫자가 이동하는 방식으로 매매·양도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전산상으로 기록되고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어, 법적 성질·거래 구조가 증권과 비슷해 “증권적 권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장경제를 이용한 탄소 감축, ‘캡 앤 트레이드(Cap & Trade)
단순히 배출량을 제한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국가의 일방적인 ‘규제’이다. 여기에 ‘거래’ 시스템이 결합하면 경제적 효율성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캡 앤 트레이드(Cap & Trade)’ 메커니즘이다.
'캡(Cap, 총량 설정)'은 정부가 국가 전체의 배출 한도를 정하고, 업종별·기업별로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을 나누는 행위다. '트레이드(Trade, 거래)'는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주고받는 행위다. 기업이 거래를 하게 되는 이유는 '탄소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감축 비용)'이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최첨단 설비를 갖춘 기업은 탄소 1톤을 줄이는 데 1만 원이면 충분하지만, 노후 설비의 기업은 1톤을 줄이는 데 10만 원이 든다고 가정하면 탄소를 줄여 남은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수익을 올리거나 비싼 설비 투자 대신 다른 기업의 남은 배출권을 사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는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사회 전체가 지불하는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시장 원리로 탄소배출량을 조정해보자는 것이다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무역 장벽(CBAM 등)
탄소배출권은 기업에게는 새로운 비용이다. 과거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배출권 구매 비용이 기업 재무제표의 큰 항목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탄소를 많이 내뿜는 기업은 수익성이 나빠지고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는 구조다. 무엇보다 새로운 무역 장벽이다. 유럽(EU) 등 선진국은 탄소 규제가 느슨한 나라의 제품에 세금을 매기는 ‘탄소국경세(CBAM)’를 도입하고 있다. 배출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국가의 제품은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 결국 기업이 지불하는 탄소 비용은 제품 가격에 반영되게 될 것이다. 전기요금 고지서에 찍히는 ‘기후환경요금’이나 친환경 제품의 가격표 뒤에 탄소배출권에 따른 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시장의 원리다.
탄소 비용이 제품 원가에 포함되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시대
탄소배출권은 기업과 국가라는 거대 담론을 넘어, 우리 개인의 일상과 지갑 속에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 매일 타는 자동차, 집안의 가전제품까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물건에는 ‘탄소’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과거에는 공짜였던 ‘탄소를 내뿜는 행위’에는 이제 가격표가 붙어 있다. 탄소 비용이 제품 원가에 포함되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시대에 소비자로서 우리는 이미 물건값과 전기요금을 통해 탄소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탄소 절감을 통해 ‘포인트’를 받는 등 탄소배출권의 공급자가 되기도 하고 탄소 ETF나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탄소배출권의 소비자가 되기도 한다. 탄소배출권은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사고 어떤 기업에 투자하며 어떤 미래를 선택할지를 결정짓는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보이지 않는 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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