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의 농업 이야기 | ①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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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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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1 김현권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소농 구조를 유지하며 소득을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농지의 규모화, 집적화에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대농마저 배가 고프다. 그렇다고 농업보조금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도 어렵다.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재정 여력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농지구조를 개혁하는 길밖에 없다.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 주는 것이 농업 구조개혁의 핵심이다.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끝이 까마득한 유럽의 농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농업의 구조 개혁은 농지제도에서 시작한다.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농지의 규모화하고 집적화했다. 집적화란 교환과 합병을 통해 필지의 크기를 키우는 걸 의미한다. 우리가 여행을 다니다 구경한, 끝이 까마득한 농지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유럽도 원래부터 컸던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꾸준하게 추진한 정책의 결과물이다. 유럽 농업 정책의 핵심이고 이것이 전부였다 할 정도로 집중했다. 소농구조를 유지하며 소득 지원을 했던 한국, 일본 등과 다른 길이었다. 유럽 농업의 경쟁력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 농가 평균 경작면적은 1.5ha이다. 지독한 영세 소농구조이다. 필지는 잘게 쪼개져 있다. 기계를 효율적으로 쓸 수 없다. 기계는 쓰고 있으나 인간 노동에 의존하던 시대의 농지구조에 머무르고 있다. 기계 동력에 맞는 농지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구조 개혁의 핵심이다. 기계가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땅은 유한하고 늘어나지 않으므로 농지 주인의 수도 줄이고 필지 수도 줄여야 한다. 길은 명확한데 지주의 절반이나 비농민이다. 농지 구조 개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오늘의 주제는 ‘부재지주를 어찌할 것인가’이다
모두 조금씩 갖고 있는 부재지주이다. 큰 부재지주는 없다. 한때 농사를 짓다가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부모로부터 상속을 통해 물려받은 땅도 있다. 그래서 부재지주의 수는 엄청 많다. 고령화 때문에 떠 빨리 더 많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대로 가다 가는 곧 농지의 85%가 비농민의 소유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현행 농지법에 허점이 있다. 1996년 제정했는데 상속 조항이 없다. 입법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농업인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하여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였다. 상속을 통해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상당 부분 허용하는 쪽으로 매듭지어졌다. 과거 농지개혁법에 있던 상속 조항은 농지법에서 사라졌다. 이제 농지도 민법에 따라 균분상속 원칙을 적용받게 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농지의 50%가 비농민 소유로 되었다. 민법의 균분상속 원칙에 따라 또 쪼개지고 있다.
농지법이 농업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
새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1996년의 잘못된 합의를 수정해야 한다. 농지를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누구나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드물다. 대만이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거의 모든 나라가 농지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것이 농업정책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상속받은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부모 사랑,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물려받은 땅에 애정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세금은 없고 미래의 개발 이익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비농민의 소유 농지는 차별적으로 과세해야 한다.
가짜 농민이 많다
세법은 오히려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부추기고 있다. 조세특례법에 8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조항이 있다. 농민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나 농지 투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청문회 때마다 농지의 불법 투기적 소유는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많다.
농지 소유 절차는 간단하고 의외로 보너스가 많다. 농업인의 자격도 얻고 의료보험 등의 특혜도 보고 농업 직불금도 챙길 수 있다. 매매 차익이 발생해도 8년 자경 조건만 갖추면 양도세도 감면해 준다. 너도나도 농민이 되고자 한다. 가짜 농민이 많다. 임차농들에게 확인해 보면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한다. 모두 가짜 농민들이다. 8년 자경 요건을 갖추기 위해 농업 직불금을 중간에서 불법 수령한다.
이전소득은 늘고, 농업소득은 줄었다
통계청의 2024 농가경제조사를 살펴보자.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5059만7천원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농업외소득이 39.8%, 이전소득은 36.0%, 농업소득은 18.9%이다. 2024년에 농업소득이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2020년은 26.2%였다. 공적보조금이 95.6%를 차지하는 이전소득이 36.0%로 늘었다. 2020년 이전소득은 31.7% 였다. 이전소득은 늘었고 농업소득은 줄었다. 전체는 조금 감소했다.
영농규모 별로 농업소득을 살펴보면 1~2ha가 32.8%로 가장 높다. 3~5ha는 25.5%, 7~10ha는 29.3%, 10ha 이상은 25.0%로 떨어진다.
사람만 바쁘고 소득은 늘지 않는다
통계청의 조사는 두 가지를 말해 준다. 하나는 농업이 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공적보조를 늘린다고 농가의 소득은 증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현재의 농지 소유 형태에서 단지 규모가 커진다고 농업소득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규모가 커진다고 농업소득의 비율은 증가하지 않았다.
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이는 우리의 대농이 모두 임차농인 것과 관련이 깊다. 지주의 수는 많고 필지는 잘게 쪼개져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효율성이 나오지 않는다. 규모를 키운 만큼 농기계는 커지고 빚은 늘어나고 사람만 바빠질 뿐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농마저 배가 고프다. 결국 농지구조를 개혁하는 길밖에 없다. 농업보조금을 획기적으로 늘이기도 어렵다.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재정 여력이 뒷받침하지 못한다.
임대차 활성화는 답이 아니다
‘비농민의 농지 소유는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두고 임대차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있다. 위 자료는 이 주장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단지 규모만 키운다고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다. 농지의 소유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임대차농에게 그럴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다. 임대차 활성화는 답이 아니다.
’농지관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유럽이 했던 것처럼 프랑스의 농지관리기구 제도를 도입하자. 일본도 아베 정부 이후에 ’농지중간관리기구’를 신설해 적극적으로 규모화와 집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비농민의 농지 소유는 세법을 고쳐 시장에 매물로 나오도록 촉진하자. 은퇴해야 할 고령농들의 토지는 국가가 예산을 늘려 적극 매입해야 한다. 농지관리기구는 농지 거래에서 우선매수권을 갖고 규모화, 집적화를 이끌고 그렇게 농장화된 농지를 청년농들에게 저비용으로 제공하자. 부재지주들이 물려 받은 농지를 소유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튼튼하게 강하게 성장시켜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로 가자.
지금의 구조는 명백한 착취적 제도이다. 모두가 조금씩 착취한다고 착취가 아닌 것은 아니다. 농업을 취약하게 만들고 농민을 가난으로 모는 데 조금씩 기여하고 있다. 국가의 50%의 농지가 그렇게 쓰이고 있다. 그 피해는 모든 국민이 소비자로서 보고 있다
농지구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