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이의 급격한 기후변화 | ① 기후위기 대응, 우리 사회의 우선 순위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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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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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9 이준이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며, 이에 대한 대응을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제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리더십과 사회적 협력이 필요하다.

이준이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한 기후과학자이다. NASA 가다드 우주비행센터 박사후연구원과 하와이대학교 국제태평양연구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기후시스템 예측 연구를 수행했으며, 현재는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프로젝트 리더로 재직 중이다.그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제4장 ‘미래 글로벌 기후’의 공동 주도 저자로서 기술요약본과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 몬순·기후변동성 부록 집필에도 참여했다. 2021년 한국과학기자협회 ‘기자가 뽑은 올해의 과학자상’을 수상하였으며, 2021년부터 세계기상기구(WMO) 산하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WCRP) 계절내~수십년 예측 실무그룹(WGSIP)의 공동위원장을 맡아 국제협력도 이끌고 있다.그의 연구는 기후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IPCC 및 WCRP와 연계한 실질적 기후 대응 시나리오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미 매우 심각한 상황
올해 3월 경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 대규모로 기록됐다. 3월 말까지 산불이 휩쓴 면적은 약 10만4천 헥타르로, 이는 2000년에 세워진 종전 연간 최대 피해 면적인 약 2만6천 헥타르의 거의 4배, 평균적 연간 피해 면적인 약 4천 헥타르의 무려 26배에 달한다. 이번 산불로 최소 3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주택과 사찰 등을 포함해 약 5000채의 건물이 전소되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막대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규모의 산불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인위적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극히 낮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동반되는 조건이 더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불 발생과 확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5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올해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1.55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사회가 장기적 온도 상승 제한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지구온난화 1.5도 임계치를 넘어선 것이다. 기록적인 기온 상승과 함께, 올해 전 세계 곳곳에서는 폭염, 집중호우, 가뭄, 산불 등 다양한 극한 기상·기후 현상이 전례 없이 빈번하고 강력하게 발생했다.
다만, 단일 해의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었다고 해서 지구온난화 1.5도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일 해의 연평균 기온은 인위적 지구온난화뿐 아니라 엘니뇨 등 자연 변동성의 영향도 받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지구온난화 수준은 약 1.3도로 추정된다. 정부 간 기후변화에 관한 협의체(IPCC)가 2023년 발표한 제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의 지구온난화는 1.15도로 평가되었다. 즉, 최근 몇 년간 온도 상승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1.3도는 이미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산업화 이후 바다에 흡수된 인위적 열에너지는 인류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의 무려 1000배에 달하며, 최근에는 매초 원자폭탄 4개가 터지는 것과 맞먹는 에너지가 지구에 쌓이고 있다는 과학적 분석도 있다.
기후위기는 사회 공정성 및 형평성 부재와 연결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진행된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극한 기상·기후 현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모든 지역의 자연과 인간 삶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피해 범위와 강도는 점점 더 광범위하고 심화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물 자원의 가용성, 식량 생산, 건강과 복지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염병 확산, 폭염 및 산불로 인한 피해 증가, 정신 건강 악화, 그리고 기후난민 발생 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우리가 이미 오늘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며, 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후변화에 가장 적게 기여한 사람들이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최빈국 및 도서국 등은 선진국에 비해 탄소 배출 기여도는 낮지만, 기후위기의 타격은 훨씬 크다. 이는 국제적인 불평등 문제를 더욱 부각시킨다. 한 국가 내에서도 이 불균형은 명확히 드러난다. 배출량이 적은 저소득 취약계층일수록 폭염, 홍수, 식량 가격 상승 등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피해에 더 취약하다. 다시 말해,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이며, 구조적 불평등을 드러내는 거울이기도 하다.
빈부 격차가 커질수록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탄소 배출량 차이도 더욱 벌어지며, 이는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를 과학과 기술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 비용 가중
지금까지의 기후변화 대응은 속도와 규모 모두에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험, 그리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훨씬 더 큰 위기에 대처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각국이 채택한 정책과 이행 수준으로는 기후위기의 속도에 따라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연구들은 기후변화가 초래할 경제적 손실이 그동안 과소평가되어 왔음을 보여 주고 있다. 미래 온실가스 배출 경로와 무관하게, 지금까지 축적된 배출량만으로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평가에 따르면, 이러한 누적 배출로 인해 향후 26년간 전 세계 평균 수입이 약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2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감축 비용의 약 6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는 한국의 경우 현재 수준의 배출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25년 이내 국내총생산(GDP)이 12.8%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경제적 예측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부족이 초래할 사회 전체의 충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이제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경제와 복지, 국가 경쟁력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과감한 기후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피해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엄청난 도전을 위한 기후리더십 절실
2024년 발표된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은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소비, 기후 정책 등 전 부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는 단지 국제적 평가에서의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부끄러운 결과이며,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삶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 있으며, 앞으로 2030년까지의 대응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모든 부문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이 이미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의롭고 체계적인 전환(just transition)이 필수적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단지 과학기술적 해법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공정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로 삼아야만,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 감축(완화)만이 아니라, 기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적응(adaptation), 생물다양성 회복, 그리고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이라는 다층적인 과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IPCC는 효과적인 기후행동의 조건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정치적 책임과 기후 리더십, 포용적 거버넌스, 국제 협력, 그리고 생태계 관리 및 지식 공유, 행동 변화를 뒷받침할 정책과 사회적 기반이 그것이다. 사회적 신뢰 회복, 이익과 부담의 공정한 분담, 상호 협력과 인정의 문화 또한 반드시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공정성, 기후정의, 포용성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지식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회는 더 지속가능하고, 더 혁신적이며, 더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의 기후 리더십 강화이다. 대응이 늦춰질수록 선택지는 줄고, 대응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 및 해결을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이다.
우리 사회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한다면,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향하는 길은 빠르게 닫히고 말 것이다.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매우 중요한 기회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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