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특집 | 근로자의 날에서 노동절로, 62년 만의 전환...기후위기 시대, 노동자의 ‘권리’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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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1 김사름 기자
2026년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이라는 이름으로 맞는 첫 해다. 62년 만에 돌아온 ‘노동절’ 앞에서 노동 현장은 더 복잡해졌다. 기후위기는 일하는 조건을 더 가혹하게 만들고, 탄소중립 전환은 산업과 일자리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오지만,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가장 적은 보호 속에서 기후위기를 맞는 이들은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노동절은 ‘쉴 권리’를 넘어 ‘살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말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오지만,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
2026년 부터 5월 1일의 법정 명칭은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이다. 1963년 이후 62년 만에 돌아온 '노동절'은 기후위기의 시대에 노동 현장을 돌아보게 한다. 폭염과 폭우, 산업 전환과 탄소중립, 에너지 정책과 지역 경제의 변화는 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기후위기는 자연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 환경의 문제이고, 일자리 문제이며,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오지만,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가장 적은 보호 속에서 기후위기를 맞는 이들은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기후위기는 노동자에게 먼저 온다
기후위기 시대의 폭염은 계절 현상이 아니라 일하는 조건을 바꾸는 구조적 위험이다. 야외 노동자와 이동 노동자는 그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냉방이 되는 사무실에서는 폭염이 불편함일 수 있지만, 건설 현장과 도로 위, 배달 경로와 농지에서는 생명과 안전의 문제다.
건설 현장, 배달·택배, 도로·철도 보수, 농어업, 조선소, 물류 창고, 공장 내부 노동자에게 폭염은 직접적인 위협이다. 기온이 오르면 노동 강도는 그대로일지 몰라도 신체 부담은 커진다. 같은 일을 해도 더 빨리 지치고, 더 쉽게 탈수와 열사병에 노출된다.
폭우와 태풍도 마찬가지다. 강한 비와 극한 기상이 잦아질수록 복구 노동, 시설 유지 보수, 공공서비스, 물류·운송 노동의 위험은 커진다.
기후위기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새로운 방식으로 위협한다. 노동 안전은 기계 사고와 추락, 끼임 사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폭염, 한파, 산불 연기, 미세먼지, 감염병, 침수, 재난 복구 노동까지 포함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노동자는 가장 먼저 노출되어 있다.
탄소중립은 일자리의 지도를 바꾼다
기후위기의 시대 사회 전환은 불가피하다. 석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고, 철강과 석유화학의 생산 방식을 바꾸는 일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전환의 필요성이 아니라 전환의 방식이다.
탄소중립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흔든다. 석탄화력발전소, 내연기관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고탄소 산업은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직접적인 전환 압력을 받는다. 이 산업들은 한국 경제의 기반이었고, 동시에 많은 노동자의 생계가 걸린 현장이었다.
정부와 기업이 전환의 방향을 정하고, 노동자는 결과를 통보받는 것이 지금의 구조다. 노동자는 산업을 유지해 온 주체이며, 전환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당사자다. 공장이 줄고, 라인이 바뀌고, 기술이 대체되고, 지역 산업이 약해지는 과정에서 구조 조정이 필요할 때 노동자들은 조정의 대상이 아니라 전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기본 원칙은 노동자가 전환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산업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어떤 기술과 설비로 바꿀 것인지, 어떤 직무를 새로 만들고 어떤 노동자에게 어떤 재교육을 할 것인지, 지역 경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노동자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기후 정책은 노동자의 참여가 원칙이다
민주노총은 2026년 노동절의 구호를 “다시 찾은 노동절, 가자! 노동자 시대!”로 삼았다. 원청 교섭,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반전 평화를 제시했다. 한국노총 역시 노동절을 계기로 노동권과 사회적 대화, 노동자의 권리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대전본부는 5대 노동정책 요구안에 “기후 재난 대응과 에너지 정책 결정에 노동자 참여 보장”을 포함시켰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정책이 지역 노동 정책의 핵심 요구로 등장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중앙정부의 감축 목표나 기업의 ESG 선언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에너지 전환은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 주민, 송전망이 지나가는 지역,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서는 농어촌, 산업단지가 있는 도시의 문제다. 에너지 정책 결정 과정에 노동자의 참여는 기후 정책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다.
기후위기 대응은 곧 노동 불평등 대응이어야 한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가 가장 먼저 흔들린다.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이주 노동자, 고령 노동자는 기후위기와 전환의 충격에 가장 큰 피해자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될 때 정규직 노동자는 전환 배치나 재교육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협력 업체 노동자와 지역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때 완성차 기업은 전략을 세우지만, 내연기관 부품을 만들던 중소 협력 업체 노동자는 더 큰 불안에 놓인다.
폭염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보다 하청·일용·플랫폼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을 요구하기 더 어렵고, 일을 쉬면 소득이 줄어드는 배달 노동자에게 폭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계의 문제다. 기후위기는 자연 재난이지만, 그 피해는 사회적 구조를 따라 흐른다. 노동시장의 약한 고리일수록 더 큰 위험을 떠안는다. 그래서 기후위기 대응은 곧 노동 불평등 대응이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노동절은 ‘살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말해야 한다
2026년 노동절은 62년 만에 이름을 되찾은 첫 노동절이다. 그러나 이름의 회복만으로 노동자의 삶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시점에 노동절은 더 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노동자는 안전한가. 탄소중립 전환의 결정 과정에 노동자는 참여하고 있는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녹색산업의 확대는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고 있는가. 석탄과 내연기관, 고탄소 산업의 노동자는 어떤 경로로 전환될 것인가. 폭염과 폭우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권은 법과 제도로 보호되고 있는가.
기후위기 시대의 노동절은 ‘쉴 권리’를 넘어 ‘살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말해야 한다. 노동자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 장치와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론화되는 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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