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선 9기,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마지막 골든 타임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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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지방정부의 재정, 산업, 일자리, 안전, 인구 문제와 직결되는 현실이 됐다. 그리고 그 책임은 법과 제도로 지방정부에 주어졌다.

2026년 6월 3일 이후 출범하는 민선 9기 지방정부의 4년은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골든 타임이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 여부를 결정짓는다. 국가의 선언처럼 들렸던 탄소중립은 지방정부의 실행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단계로 넘어왔다. 국가 목표는 정해졌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2030년 국가 배출량 목표는 4억3660만 톤CO₂eq다. 정부는 2025년 11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순 배출량 대비 53~61% 감축으로 상향했다. 2035년 목표 배출량은 3억4890만에서 2억8950만 톤CO₂eq 범위다. 산업, 에너지, 교통, 건물, 농업, 도시 구조 전체를 바꾸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숫자다.
현재 속도로는 2030년 목표도 쉽지 않다. 2035년 목표는 더 가파른 감축을 요구한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이후부터다. 이 법은 지방정부를 협조 기관이 아니라 탄소중립의 책임 주체로 규정했다. 지방정부는 법에 따라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전국 모든 지방정부가 법정 탄소중립 계획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매우 중요한 변화다. 이전 지방정부의 기후 정책은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법정 계획과 이행 점검 체계가 생겼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행정의 의무가 됐다.
시작은 지금부터다. 수립된 지방정부 기본계획 상당수는 2030년 중심이다. 문제는 2035년 목표가 더 강력하다는 점이다. 2030년 이후 추가 감축을 짧은 기간에 몰아서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발전소, 산업단지, 교통 체계, 건물 효율, 도시 인프라, 농업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2026년 출범하는 지방정부는 지금 수립된 계획을 원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더 생활 현장에 가까이 있다. 온실가스는 추상적 공간에서 배출되지 않는다. 도시의 건물에서, 지역의 교통 체계에서, 산업단지에서, 쓰레기 처리 시설에서, 농촌과 축산 현장에서 실제로 배출된다. 탄소중립은 결국 지역 문제다.
노후 공공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 그린 리모델링, 제로 에너지 건축 확대, 지역 열에너지 체계 개편 모두 지방정부가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교통도 마찬가지다. 대중교통 중심 도시 구조, 생활권 중심 압축 도시, 자전거·보행 인프라, 광역 교통 연계 전략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 도시 계획 자체가 탄소 중립형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병목은 주민 수용성과 입지 갈등이다. 중앙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역 주민과 직접 만나고 조정할 수 있는 건 지방정부다.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영농형 태양광, 햇빛소득마을, 지역 에너지 협동조합 같은 모델이 중요한 이유다.
농촌 지역은 앞으로 탄소중립의 핵심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농촌은 재생에너지 생산지이자 탄소 흡수원이며 동시에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다. 산림과 자원 순환 정책도 지방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폐기물 정책은 주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과 주민 참여 수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탄소중립을 제대로 준비한 지역은 미래 산업과 투자, 일자리를 유치하기 쉽다. 반대로 준비하지 못한 지역은 산업 경쟁력 약화와 인구 유출, 기후 재난 비용 증가라는 삼중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세계 경제 질서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ESG 투자, RE100, 공급망 탄소 규제는 지역 산업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지방정부가 기업의 재생에너지 접근성을 높이지 못하면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탄소중립은 경제 정책이다.
그럼에도 지방 정치는 토건 중심 사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지역 경제 활성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지역 경쟁력은 과거와 다른 기준으로 평가된다.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높고, 에너지 비용이 안정적이며, 기후 재난 대응력이 높고, 탄소 규제에 적응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가진 지역이 경쟁력을 갖는다. 탄소중립을 준비하지 못한 지역은 미래 산업에서 배제되기 마련이다.
2030년은 행정 시간으로는 매우 가깝다. 계획 수립, 예산 확보, 주민 협의, 인허가, 사업 추진, 성과 확인까지 고려하면 지금 시작해도 빠듯하다. 민선 9기의 초반이 감축 성패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다. 탄소중립은 미래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탄소중립은 지방정부의 재정, 산업, 일자리, 안전, 인구 문제와 직결되는 현실이 됐다. 그리고 그 책임은 법과 제도로 지방정부에 주어졌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이번 임기 안에 실질적 감축 성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2030 NDC는 국가 문서 안에 잠들게 된다. 반면 지방정부가 움직이면 국가 목표는 현실이 된다.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승부는 중앙정부 회의실이 아니라 지역의 행정 현장과 시민의 삶 속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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