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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특집 | 연재기획 2 | 기후 거버넌스 구축을 위하여 | ① 산발적 기후 조직, 협치와 협업 체계로 통합 정리해야

  • 13시간 전
  • 5분 분량

행정은 부문별로 나뉘어 있지만, 기후위기는 부문을 가리지 않는다.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재난, 교육, 지방 재정까지 모두 기후위기 대응의 영역이 됐다. 그러나 한국의 기후 관련 조직은 시대별·정권별·법률별로 분절된 채 만들어지고 운영돼 왔다. 중앙과 지방에 흩어져 있는 기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 조직의 역할을 정리하고, 지방정부의 실행 책임과 시민사회의 참여 구조를 정립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협치와 협업 체계로 통합될 때 비로소 작동한다. 대응 체계 구축의 시작부터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시행착오를 줄인다


2026-05-15 김사름 기자

[편집자 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정부 탄소중립 선언 이후 5년 동안의 흐름을 4주에 걸쳐 정리한다.  ① 2026.5.08 ‘탄소중립을 위한 지방정부의 핵심과제 ② 2026.5.15 ‘탄소중립을 위한 지역주민 거버넌스 구축 전략' ③ 2026.5.22 ‘탄소중립기본법 이전과 이후의 지방정부 책임과 의무’ ④ 2026.5.29 ‘17개 시·도별 탄소중립 성적표’ 등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기후공약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후보자들이 지방정부의 법정 책임을 어떻게 공약으로 구체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2025년 11월 10일 열린 제5차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 당시 위원회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제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등을 심의·의결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위원회 명칭은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변경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_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25년 11월 10일 열린 제5차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 당시 위원회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제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등을 심의·의결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위원회 명칭은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변경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_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거버넌스는 회의체가 아니라 의사 결정 구조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 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로 “협업 체계”로 정의된다.


기후거버넌스란 기후 대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정부, 지방정부, 전문가, 시민사회, 주민 등 기후위기의 이해당사자가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책임 있게 의사 결정에 참여하며, 그 결과를 투명하게 점검하는 제도적 장치로 풀이된다.


결국 거버넌스는 협치다. 정부가 혼자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책임 있게 참여하는 장치를 만들고, 예산과 실행을 점검하며, 결과를 다시 고치는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회의체가 아니다. 협치 또는 협업 체계다. 위원회가 모여 회의를 하고, 전문가를 위촉하고, 계획서를 심의한다고 해서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거버넌스는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예산과 권한을 연결하고, 이행 결과를 공개하며, 시민과 이해관계자가 다시 고칠 수 있는 의사 결정 구조다.


한국의 기후·환경 거버넌스 조직은 산발적이고 병렬적이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기후 정책은 행정 한 부서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폐기물, 농업, 산림, 해양, 교육, 복지, 재정 정책과 동시에 연결된다. 기후 적응은 재난, 보건, 물관리, 도시계획, 취약계층 보호와 맞닿아 있다. 탄소중립은 정부가 목표를 제시하고 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민의 생활, 기업의 투자, 지방정부의 예산, 지역사회 갈등을 함께 다뤄야 한다.


한국의 기후·환경 거버넌스 조직은 산발적이고 병렬적이다. 처음부터 통합적으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대별로, 정권별로, 법률별로 그때그때 만들어졌다. 기후위기는 점점 강해졌지만, 조직은 누적됐고 기능은 흩어졌다. 지금 필요한 기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 등 기존의 조직을 점검하고 거버넌스 실행 구조로 다시 묶는 일이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녹색성장에서 탄소중립까지 국가의 기후 정책 변화에 따라 명칭 바꿔


기후 대응의 최상위 조직은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이다. 위원회는 “국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주요 정책·계획을 심의하고 그 이행에 관한 사항을 점검·평가하는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심의기구”로 규정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15조가 설립근거다.


주요 기능은 국가비전과 중장기 감축 목표, 국가기본계획의 설정 및 이행 현황 점검, 국가 기후위기 적응 대책의 수립·변경 및 점검 등으로 기후 대응을 위한 국가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이 조직도 처음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존재한 것은 아니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공식 연혁은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한 녹색성장위원회, 2019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2021년 2050탄소중립위원회, 2023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그리고 2026년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변해 왔다.


명칭은 변했지만 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기후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어려워


이 연혁은 단순한 명칭 변경의 기록이 아니다. 한국 기후 정책의 성격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보여 준다. 처음에는 녹색 성장과 산업 전략의 언어가 강했다. 이후 미세먼지와 국민 건강 문제가 부각됐고,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는 감축 목표와 전환 정책이 중심이 됐다. 최근에는 탄소중립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기후 재난, 적응 정책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명칭은 변했지만 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기후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어려워 보인다.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법 체계에, 지속가능발전은 지속가능발전법 체계에, 환경 정책은 환경정책기본법 체계에, 탄소중립은 탄소중립기본법 체계에 따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법이 다르고, 위원회가 다르고, 담당 부서가 다르다.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를 위한 전체적인 구조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이 상태라면 통합 의제로 기후위기가 다뤄지기 어려우며 각 제도의 틀 안에서 쪼개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구조는 지방정부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있어, 실행 조직과 거버넌스 구축이 가장 중요


지방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명제다. 지방정부가 토지이용계획, 주택, 건축, 교통, 폐기물, 에너지 공급 등 기후 관련 의사 결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 이전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지자체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지방은 정책 인프라가 취약해 지자체 권한과 정책 수단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이후 지방정부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7개 시·도 기본계획이 2024~2033년 계획기간으로 수립되었으며, 226개 기초지자체 기본계획도 2025~2034년 계획기간으로 수립됐다. 광역과 기초 모두 법정 계획 체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법정 계획이 곧 거버넌스를 뜻하지 않으므로 지금부터 지방정부는 많은 것을 실행해야 한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고 실질 재정 계획과 자율 목표 설계를 해야 한다. 계획을 점검하고 예산과 연결시키고, 시민사회와 어떻게 거버넌스를 만들어가고, 중앙과 지방이 어떻게 권한을 나누고 공유할 것인지 정리해야 한다.


기후·환경 조직의 산발적 구조는 법체계의 분절에서 시작


기후·환경 조직이 산발적인 된 것은 법체계의 분절이 원인이다. 에너지위원회는 에너지법 체계에 있다. 정부는 주요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관련 계획을 심의하기 위해 장관 소속 에너지위원회를 두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영역에는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지속가능발전 지방위원회가 있다. 지속가능발전 관련 법 제정 취지는 국가와 지방의 지속가능발전 전략과 위원회 체계를 따로 두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환경 정책 영역에서는 지자체 조례에 따라 환경정책위원회가 운영된다. 예컨대 영등포구 환경정책위원회 조례는 환경정책기본법을 근거로 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규정한다.


각 법률은 나름의 필요 속에서 만들어졌다. 에너지법은 에너지 수급과 이용 합리화를 다룬다. 지속가능발전 법체계는 경제·사회·환경의 균형을 다룬다. 환경정책기본법은 환경 보전과 환경 정책의 기본질서를 다룬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 정의로운 전환을 다룬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기후위기라는 하나의 현실 속에서 만난다는 점이다.


행정 조직은 부문별, 기후위기는 통합적…거버넌스의 공백 만들어


정권별 정책 언어가 변화하면서 조직이 변해 왔다. 한 시기에는 녹색 성장이 강조됐고, 다른 시기에는 미세먼지와 국민 건강, 이후에는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이 부각됐다. 정책 의제는 발전했지만, 기존 조직을 통합하기보다 새 조직을 얹는 방식이 반복됐다. 그 결과 조직은 누적됐고, 책임은 분산됐다.


기후위기의 변화 속도도 영향을 주었다. 과거 기후 정책은 환경부서의 과제에 가까웠다. 지금은 다르다. 전력망과 산업단지, 건축물 에너지 성능, 대중교통, 재난 안전, 농업, 산림, 해양, 보건, 교육, 지방 재정까지 모두 기후 정책의 일부가 됐다. 행정 조직은 여전히 부문별로 나뉘어 있는데, 기후위기는 부문을 가로지르며 확산되고 있다. 이 간극이 거버넌스의 공백을 만든다.


이해당사자들이 기본계획을 보고, 예산을 검토하고, 이행률을 확인하고, 개선 의견을 제출하며, 행정이 그 의견에 답하는 구조가 있어야 거버넌스다

위원회는 많지만 권한이 약해 심의와 자문에 머물면서 실제 예산과 사업을 바꾸기 어렵다.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심의해도, 다음 해 예산 편성과 결산을 함께 보지 못하면 이행력을 갖기 어렵다. 결국 계획과 예산이 따로 움직이면서 실행력이 없어진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이 불명확한 것도 거버넌스의 부재 결과다. 지방정부는 건물, 교통, 폐기물, 생활권 에너지 정책을 직접 다루지만, 전력 구조와 산업 전환, 국가 재정은 중앙정부 권한에 크게 좌우된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중앙정부가 풀어야 할 일을 분리하지 않으면, 책임은 서로에게 미뤄지고 실행은 요원해진다.


시민 참여에 있어서도 공백이 있다. 시민공청회와 설명회는 거버넌스가 아니다. 시민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이 기본계획을 보고, 예산을 검토하고, 이행률을 확인하고, 개선 의견을 제출하며, 행정이 그 의견에 답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 참여는 절차적 장식에 머문다.


협치와 협업 체계로 통합하고 역할과 책임을 정리해야 할 때


기후위기 대응 조직을 모두 하나로 합치자는 뜻이 아니다. 에너지 정책에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환경 정책에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며, 지속가능발전에는 사회·경제·환경을 통합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조직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중앙에서는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기후위기 대응의 최상위 조정 기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에너지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환경 관련 위원회와 안건을 공유하고, 국가기본계획, 에너지계획, 기후적응대책,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을 함께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는 지방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지역 기후 거버넌스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지원센터는 단순 연구·행정보조기관이 아니라 위원회의 사무국, 데이터 지원 기관, 시민 참여 운영 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 지역에너지센터와 환경교육센터는 주변 조직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전환과 시민 숙의를 지원하는 실행 기반으로 들어와야 한다.


거버넌스는 회의체가 아니라 책임의 구조다


기후위기는 강해지고 있다. 폭염, 폭우, 산불,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는 행정 부서의 경계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런데 조직은 여전히 과거의 정책 언어와 법률 체계 속에 나뉘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흩어진 조직을 연결하고, 계획과 예산을 묶고, 시민이 이행을 점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거버넌스는 회의체가 아니라 책임의 구조다. 누가 목표를 정하고, 누가 예산을 보고, 누가 이행을 점검하며, 시민 의견이 어디에서 반영되는지 분명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기후공약이 신뢰를 얻으려면, 후보자는 더 많은 위원회를 약속할 것이 아니라 있는 조직을 어떻게 작동하는 거버넌스로 바꿀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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