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2 | 기후 거버넌스 구축을 위하여 | ④ 기후 거버넌스로 해결하는 지방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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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빈집이 늘어간다. 지방 소멸은 인구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폭염에 취약한 주거, 침수에 취약한 마을, 산불에 취약한 산촌, 가뭄에 취약한 농업, 태풍과 해수면 상승에 노출된 해안은 지역의 정주 여건 자체를 흔든다. 기후위기 시대의 정주 여건은 병원, 학교, 교통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후위기 대응은 그래서 지방 소멸 대책의 주변 의제가 아니라 중심 의제다. 지역의 기후 위험은 지역 주민이 가장 잘 알고, 대안은 지방정부와 주민, 기업, 시민사회, 전문가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방 소멸을 막는 기후 정책은 기후 거버넌스 안에서만 실현 가능하다.
2026-05-15 김사름 기자
[편집자 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정부 탄소중립 선언 이후 5년 동안의 흐름을 4주에 걸쳐 정리한다. ① 2026.5.08 ‘탄소중립을 위한 지방정부의 핵심과제 ② 2026.5.15 ‘탄소중립을 위한 지역주민 거버넌스 구축 전략' ③ 2026.5.22 ‘탄소중립기본법 이전과 이후의 지방정부 책임과 의무’ ④ 2026.5.29 ‘17개 시·도별 탄소중립 성적표’ 등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기후공약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후보자들이 지방정부의 법정 책임을 어떻게 공약으로 구체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탄소중립은 환경 정책이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이다
정부는 2021년 10월 전국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인구감소지역은 5년 단위로 지정된다. 이후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8조에 따라 2023년 12월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89개 인구감소지역과 이를 관할하는 11개 시·도가 상향식으로 수립한 계획을 종합한 최초의 범정부 종합 계획이다.
정부는 연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연 2~3조 원 규모의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인구감소지역 맞춤형 특례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역에 사람이 남으려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정주 여건은 병원, 학교, 교통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한 물, 안정적인 에너지, 재난 대응력, 냉방·돌봄 체계, 농수 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포함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지방 소멸 대책의 주변 의제가 아니라 중심 의제다.
지방 소멸을 막는 기후 정책의 계획과 실현은 거버넌스 안에서 실현 가능해

지방 소멸은 인구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 약해지고, 재난 대응력이 떨어지고, 농업과 어업, 산림과 해안, 지역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때 지역은 더 빠르게 쇠퇴한다.
기후위기는 이 흐름을 가속하는 압력이다.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과 가뭄, 해안 침수와 농수산물 생산 불안은 지역의 생활 조건과 경제 기반을 동시에 흔든다. 지방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탄소중립과 기후 적응은 지역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고, 재난에 견디는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며, 녹색일자리와 지역 순환 경제를 만드는 일은 지방 소멸 대응의 핵심 과제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어느 한 지방 부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방 소멸을 막는 기후 정책의 계획과 실현은 주민과 기업, 시민사회와 전문가,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기후 거버넌스 안에서 가능하다.
지역의 기후 위험은 주민이 가장 잘 안다
기후위기는 전국에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도시는 폭염과 열섬, 건물 에너지 수요, 침수 위험을 겪는다. 농촌은 가뭄과 폭우, 작물 재배지 변화, 병해충 확산, 농업 노동 환경 악화에 노출된다. 산촌은 산불과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 해안 지역은 태풍, 해일, 침수,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산업도시는 탄소 규제와 에너지 비용, 산업 전환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2025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 대책」, 즉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대책은 이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 대책은 「탄소중립기본법」 제38조에 따라 5년마다 수립되는 관계 부처 합동 계획이며, 기후변화 감시·예측, 기후 위험 영향·취약성 평가 등을 포함한다. 정부는 기후위기가 농수산물 수급, 생업과 생계 등 국민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사회·경제 전반의 대응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지역별 차이다. 같은 폭염이라도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과 열섬이 심한 도심의 대응 방식은 다르다. 같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도 산지, 농지, 해안, 산업단지의 갈등 구조는 다르다. 같은 침수 위험이라도 하천 주변 저지대, 노후 주거지, 지하 공간 밀집 지역의 취약성은 다르다.
지방정부의 기후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의 위험은 지역이 가장 잘 알고, 지역의 대안은 지역 이해당사자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방정부 탄소중립은 지역 생존 전략이다
탄소중립이 지역 경제 전략이 될 수 있다.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은 지역 건설·설비 일자리와 연결된다. 지역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비용 절감과 주민 참여형 수익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대중교통과 보행·자전거 인프라는 고령자와 청년의 이동권을 높인다. 폐기물 감량과 자원 순환은 지역 순환 경제를 만든다. 도시숲과 하천 복원은 폭염과 침수에 대응하는 생활 인프라가 된다.
반대로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못하는 지역은 취약해진다. 재난 피해가 반복되면 주거와 생업이 불안정해진다. 농업과 어업의 생산성이 흔들리면 지역 소득이 줄어든다. 에너지 비용이 커지면 기업과 주민의 부담이 늘어난다. 청년은 더 안전하고 기회가 많은 지역으로 이동한다. 지방 소멸은 인구 통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지역 회복력 약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행정 한 부서로는 지역 생존 전략을 만들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이 지방 소멸 대책이 되려면 여러 정책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재난 부서는 침수와 산불을 관리해야 하고, 농업 부서는 작물 전환과 물 관리를 다뤄야 한다. 에너지 부서는 재생에너지와 효율 개선을 추진해야 하며, 복지 부서는 폭염 취약계층과 돌봄 체계를 챙겨야 한다. 도시계획 부서는 주거, 교통, 녹지, 하천을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 산업 부서는 지역 기업의 전환과 일자리를 다뤄야 한다.
이 구조에서는 거버넌스가 핵심이다. 지역 생존 전략 안에서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기후 조직과 기후 행정을 연결시켜야 한다. 지방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지역 기후 정책의 심의와 점검 허브가 되어야 하고 탄소중립지원센터는 온실가스 데이터와 실행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정의로운 전환과 지역 경제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 환경교육센터는 주민이 정책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후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 지역에너지센터는 에너지 전환 사업과 주민 참여를 연결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거버넌스안에서 계획되고 점검되고 공개되는 일련의 과정을 가져야 한다.
기후 적응은 주민 안전과 생활 인프라의 문제다
탄소중립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면, 기후 적응은 이미 닥친 기후 위험에 지역이 견디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폭염 쉼터, 그늘과 도시숲, 침수 취약지 정비, 노후 하수관로 개선, 산불 예방, 농업용수 관리, 취약계층 돌봄, 재난 예·경보 체계가 모두 기후 적응이다.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대책은 대형화·장기화되는 기후 재난에 대비한 국가 기반 시설 혁신, 인공지능을 접목한 재난 예·경보, 취약계층과 산업계 대상별 맞춤형 지원을 담고 있다. 수립 과정에서도 지자체, 시민사회, 청년단체, 산업계 등과 거버넌스 포럼을 진행한 것으로 설명된다.
이 방향은 지방정부에도 적용된다. 기후 적응은 중앙정부 계획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느 마을이 침수되는지, 어느 농지가 가뭄에 취약한지, 어느 골목이 폭염에 취약한지, 어느 노인이 냉방비를 감당하지 못하는지는 지역이 파악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기후 위험 지도를 만들고, 주민과 함께 취약지역을 확인하고, 예산을 붙이고, 매년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지방 소멸 대응 예산과 기후 예산을 연결해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지역활성화 투자펀드가 지역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려면 기후위기 대응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유로 탄소집약적 산업만 유치하거나,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기후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기반 시설을 짓는다면 미래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지역 활성화 사업은 기후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노후 주거지 개선은 건물 에너지 효율과 폭염 대응을 함께 봐야 한다. 농업 지원은 기후 적응형 작목 전환과 물 관리, 재생에너지 기반 농촌 에너지 자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관광과 생활인구 정책은 생태 훼손이 아니라 지역 자연자본 보전과 연결되어야 한다. 산업단지 지원은 RE100,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배출 감축과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지방 예산을 기후 영향을 가진 정책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 소멸 대응 예산도 같은 기준으로 점검해야 한다. 지역을 살리는 예산이 기후 위험을 키우는 방식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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