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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⑥ 4대강 재자연화 | 기후위기 시대, '보'는 아직 유효한가?

2025-07-31김복연 기자

환경부가 금강과 영산강 보의 재자연화 추진에 나선 가운데, 기후위기 시대에 ‘보’가 과연 실질적이고 유연한 물관리 해법이 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폭우, 폭염, 가뭄 등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보의 물리적·경제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연기반해법을 중심으로 한 유연한 대응 체계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독일 엘베강의 제방이 옮겨지고 조성된 420ha 수변 습지 ⓒ K. NABEL
독일 엘베강의 제방이 옮겨지고 조성된 420ha 수변 습지 ⓒ K. NABEL

최근 환경부 장관이 금강 세종보의 개방을 지지하며,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방향에 힘을 실었다. 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복원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고려할 때 분명 의미 있는 선언이다. 이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동시에 보 개방을 둘러싼 극단적인 이해관계와 찬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 마련도 절실히 요구된다. 단지 열고 닫는 물리적 행위를 넘어, 우리는 지금 '보'라는 구조물이 기후위기 시대에 과연 실질적이고 유연한 해답인지 근본부터 되묻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보는 강이나 하천의 물을 막아 수위를 높이거나 일정하게 유지시켜 농업용수 취수, 하천 수위 유지, 지하수 함양 등을 목적으로 하는 수리 시설이고 댐은 15m 이상의 대규모 구조물로 홍수 조절, 수력 발전 등의 목적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사진은 세종시 한솔동 금강에 건설된 세종보 전경. 출처 세종의 소리
보는 강이나 하천의 물을 막아 수위를 높이거나 일정하게 유지시켜 농업용수 취수, 하천 수위 유지, 지하수 함양 등을 목적으로 하는 수리 시설이고 댐은 15m 이상의 대규모 구조물로 홍수 조절, 수력 발전 등의 목적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사진은 세종시 한솔동 금강에 건설된 세종보 전경. 출처 세종의 소리

정치적 공방에 갇힌 보 논쟁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강을 살리겠다는 명분과 지역개발, 경제성, 물 관리라는 이유들이 한데 뒤섞이며, 정권에 따라 보는 개방되거나 다시 닫히는 운명을 반복해 왔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존재 의미가 뒤바뀌는 보, 경제적 타산성을 둘러싼 찬반 대립은 결국 본질에서 벗어난 싸움이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더욱 복잡하고 중대하다. 바로, 기후변화의 시대다.


기후 시스템의 급변, 과거는 기준이 아니다


기후는 더 이상 과거의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 폭우는 국지적으로 집중되며 단시간에 하천을 넘치게 하고, 가뭄은 더 길고 더 깊게 지속된다. 여름철 폭염은 일상이 되었고, 계절 간 경계는 흐려졌다. 불확실성과 급격성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보라는 구조물이 이런 극한 상황에 얼마나 유용하고 유연한지를 다시 따져 봐야 한다.


집중호우에 취약한 구조물


보는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물을 가두는 구조물이다. 집중호우처럼 단시간에 많은 물이 유입될 경우, 이미 가득 찬 보에서는 물을 제대로 흘려보낼 수 없다. 오히려 보가 있는 하천은 수위가 평소에도 높게 유지되어 범람 가능성이 커진다. 보 아래쪽에는 퇴적물이 쌓여 유수 흐름을 방해하고, 이 역시 배수 능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폭염 속 증발과 하류 피해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과 고온 현상이 반복되면, 보에 가둬 둔 물의 상당량이 증발하게 된다. 넓은 수면에서 발생하는 증발은 실제 가뭄기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줄인다. 또한 보로 인해 물이 상류에 머물게 되면 하류로 흘러가는 유량이 줄어들어, 하류 농업과 생활용수, 생태계는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녹조와 생태계 붕괴


칠서 취수장의 녹조. 사진 임희자
칠서 취수장의 녹조. 사진 임희자

수질 악화 역시 심각한 문제다. 정체된 물은 남조류 등 녹조가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특히 고온과 일조량이 강한 여름에는 녹조 발생이 빈번하며, 이는 용존산소 농도를 낮추고 어류 폐사를 유발한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현상이 자주 발생했고, 이는 단지 보기 좋지 않은 강의 풍경을 넘어 생태계와 수질 안전성에 중대한 위협이 되었다.


지하수 불균형과 생물다양성 감소


보는 지하수에도 영향을 준다. 상류에서는 보로 인해 수위가 상승해 지하수가 상승할 수 있지만, 하류 지역은 유입되는 수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지하수 고갈이 심화된다. 이는 농업용수나 생활용수 확보에 의존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더불어 물 흐름이 막히면 철새 도래지나 어류 산란장과 같은 민감한 생태 공간이 파괴되고, 생물다양성이 감소한다.


경직된 구조물의 경제적 한계


보는 고정식 인프라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 조건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유입량이 많아도 수문 구조상 순간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되어 있으며, 퇴적물 관리나 수질 유지 등 지속적이고 막대한 관리비용이 수반된다. 기후위기 시대, 이런 경직된 시설이 효율성과 경제성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는 보는 홍수와 가뭄에 만능 열쇠가 아님을 시사한다. 오히려 고비용, 저효율 구조물일 뿐 아니라, 기후위기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는 더 큰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유연하고 회복력 있는 시스템으로


하천의 흐름을 회복하고, 범람원을 복원하며, 유역 단위의 통합 물 관리를 통해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은 단지 생태적 명분이 아니라, 경제성과 회복력을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물을 다스리는 방식의 변화가, 기후위기를 이겨내는 첫걸음이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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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8월 04일

효용도 없고 비용 부담만 큰 보의 철거는 당연합니다. 아울러 댐에 대해서도 짚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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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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