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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에너지 바우처, 겨울을 지탱하는 마지막 안전망

2026-02-02 박성미 총괄

겨울철 한파 대응의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제도가 에너지 바우처다.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등유·LPG·연탄 등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이용권(바우처) 형태로 지원해, 한파 속 취약계층의 최소한의 생활을 지탱하는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다만 기후위기로 겨울이 더 길고 불규칙해지면서, 기존 제도의 한계 역시 분명해지고 있다.



에너지 바우처는 어떻게 작동하나


에너지 바우처 제도는 정부가 저소득 취약계층의 냉·난방 에너지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이용권 지원 제도다. 수급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운데, 노인·영유아·장애인·임산부 등 취약 특성을 지닌 세대원이 포함된 가구다. 2020년 66만 가구에 지원했으며 2024년에는 126만 가구로 약 2배 이상이 늘어났다.


지원 방식은 계절과 연료 유형에 따라 나뉜다. 동절기에는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에서 자동 차감받는 방식과 ▲등유·LPG·연탄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절기 냉방 지원은 전기요금 차감 방식으로 제공된다.


에너지바우처 제도는 2015년 폭염 대응을 위한 냉방 지원으로 처음 도입된 뒤, 2016년부터 겨울철 난방비 지원까지 포함하며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의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이 제도는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에너지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용권 정책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기본권’ 정책의 성격을 갖는다.



지원 규모가 실제 겨울 비용을 따라가지 못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정부 위탁사업 예산 총괄표’에 따르면 에너지 바우처 예산은 2022년 2069억6000만 원에서 2023년 2692억51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약 30%가량의 증가율로, 한파 등 겨울 에너지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확대 현상으로 해석된다.


2024년 동절기 바우처 예산은 약 6856억원이 편성됐지만 일부 불용이 발생하는 등 집행 측면에서도 예산 확대와 정책 효율성 문제 논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에너지 바우처 사업 예산은 약 5624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 예산은 에너지 바우처가 정부 에너지 복지 정책의 중심 사업임을 보여 준다.

에너지 바우처는 난방비 전액을 보전하는 제도가 아니라, 평균적인 에너지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한파가 길어질수록 체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연구원과 국내 학계 연구들은 저소득 가구의 경우 에너지 비용 비중이 소득 대비 높아, 동일한 지원을 받아도 난방 사용을 스스로 줄이는 ‘에너지 절약형 생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이는 난방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energy poverty)’ 현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제도가 동결을 막는 최소 안전장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연료 유형에 따른 체감 격차, 사후 보전 중심 설계가 가지는 한계


에너지 바우처의 효과는 사용하는 난방 연료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은 상대적으로 단가가 안정적이고 요금 차감 방식이 간편한 반면, 등유·LPG 사용 가구는 가격 변동성과 접근성 문제를 동시에 가진다.


농촌·노후 주거지·쪽방촌 등에 집중된 등유·LPG 사용 가구는 연료를 선구매해야 하고,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직접 노출되며, 카드 결제 방식 자체가 번거롭다. 그 결과 동일한 바우처 금액을 받아도 실질적인 난방 효과는 연료 유형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등유·LPG 사용 취약계층의 부담을 직접 언급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격차를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바우처는 기본적으로 겨울이 시작된 이후 발생한 비용을 보전하는 사후 지원형 제도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의 겨울은 한파의 시작과 종료 시점, 지속 기간을 예측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갑작스러운 한파에는 대응이 늦어질 수 있고, 장기 저온 국면에서는 지원 한도가 소진된 이후 공백 기간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도가 기후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기보다는, 이미 발생한 피해를 완화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소비 보조’에서 '구조 개선 정책'으로 확장해 나가야


기온과 한파 지속 기간과 연동되는 탄력적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 예컨대 한파 경보·주의보 발령 시 지원액 자동 증액, 장기 저온 국면이 이어질 경우 추가 지원 트리거를 가동하는 방식이다. 이는 한파를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위험 수준에 따라 관리되는 기후 리스크로 다루자는 접근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난방비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단열이 취약한 주거 환경에서는 바우처가 투입돼도 에너지 효율이 낮아 체감 효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노후 주택 단열 보강, 창호·보일러 개선, 공공임대주택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 등 주거 개선과 결합된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는 에너지 바우처를 ‘소비 보조’에서 구조 개선 정책으로 확장하는 방향이다.


"같은 추위라도 고통의 무게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바우처를 기후 복지(climate welfare)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폭염 대응의 냉방 지원과 한파 대응의 난방 지원을 분절적으로 운영하기보다, 기후 위험에 취약한 계층을 연중 보호하는 통합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2025년 12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서 밝힌 “같은 추위라도 고통의 무게는 다르다”는 인식과 닿아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겨울은 더 이상 예외적 계절이 아니다. 반복되고, 길어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됐다. 그만큼 에너지 바우처 역시 임시방편이 아니라 상시적 기후 안전망으로 진화해야 한다.


에너지 바우처의 핵심 질문은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누가, 어떤 조건에서,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가”다. 한파 앞에서 국가의 역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기후 시대의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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