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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행정통합 특별법은 난개발 하이패스”…환경·시민단체 “국토 파괴 독소조항 폐기해야”

  • 19시간 전
  • 2분 분량

2026-02-23 김사름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 지자체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412개 시민·환경단체가 국회 앞에서 통합특별법안을 “국토 파괴 난개발 특별법”이라며 독소 조항 폐기를 촉구했다. 단체들은 개발 승인권자에게 환경·기후영향평가 권한까지 몰아주고 국·도립공원 해제권 이양 등으로 규제가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법안 처리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거셀 전망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진전되고 있는 광역지자체 간 ‘행정통합’이 “전국토를 파괴하는 난개발 종합 선물세트”라며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발사업 승인권자에게 환경영향평가 권한까지 몰아주고, 국·도립공원 해제 등 핵심 규제를 지방정부로 넘겨 사실상 환경 규제가 무력화된다는 주장이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왕적 개발 권력과 맞바꾸는 법안


전국 36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43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통합특별시 특별법안의 졸속 추진을 반대한다”며 “지방시대·행정 효율이라는 포장과 달리,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왕적 개발 권력과 맞바꾸는 법안”이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국회에 △광역 통합 특별법안의 난개발 독소조항 폐기 △지속가능한 지방분권 전략 수립 △시민사회와 함께 지역사회를 위한 논의 착수 등을 요구했다.


단체들이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건 환경 영향평가와 기후변화 영향평가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게 이양하는 조항이다. 개발 사업 승인권자인 특별시장이 평가 협의권까지 쥐면, 평가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비슷한 구조의 강원특별자치도법 시행 이후 강원도에서 6개 케이블카 사업이 ‘일사천리’로 추진된 사례를 거론하며, 행정통합 특별법도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도립공원 해제권까지…“국토 생태축을 시장에게 맡기는 꼴”


두 번째 쟁점은 국토 생태축 보전 해제 권한이다. 단체들은 특별시장이 국립·도립공원을 해제할 수 있고, 백두대간 완충 구역 개발, 산림보호구역·보전산지 용도 전환까지 가능해지는 구조를 지적했다. 여기에 갯벌 관리 구역, 배타적경제수역(EEZ) 안 공유수면, 절대농지, 그린벨트 등까지 해제·개발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현재는 중앙정부가 지정·해제·개발 허가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단체들은 “환경·국토 보전의 최후 안전장치가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인허가는 지방이, 비용은 국가가…에너지 정책 ‘기형 구조’


세 번째로 단체들은 에너지 정책의 권한과 비용 분리를 문제 삼았다. 태양광·풍력 발전사업 허가권과 심의를 특별시장 및 특별시 산하 위원회로 넘기면서도, 해상 풍력 송·변전시설이나 분산에너지 전력망 설치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설계돼 “인허가 권한은 지방이 갖고, 비용은 국가가 떠안는 기형적 구조”가 된다는 지적이다. 또 특별시에 입주하는 에너지 기업의 전력비를 할인해 주고, 그 부담을 한국전력공사가 지도록 한 조항도 논란 지점으로 꼽혔다.


“통합 인허가 자동 처리”…주민 의견·사전 검토 절차 사라져


네 번째 비판은 개발사업 승인 시 25~28개 관련 법률의 인허가·고시·공고가 자동으로 처리되는 통합 인허가 구조다. 단체들은 이 방식이 사전 검토 절차를 사실상 삭제해 난개발을 극대화할 수 있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배제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산업단지 내 폐기물 소각·매립시설을 허용하는 조항도 함께 지목됐다. 단체들은 이 조항이 산업단지를 대규모 폐기물 처리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타 면제 남발”…선거용 대형 사업·재정 낭비 초래할 것


다섯 번째로 단체들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의 광범위한 허용을 문제 삼았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최소한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배제하면, 선거나 인기 목적의 무리한 사업 추진을 막기 어렵고 재정 낭비·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난개발로 전국토가 파괴되고 국가는 환경 보전 의무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 균형 발전과 분권이라는 취지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특별시장의 독주를 통제할 장치와 환경 보전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국회가 ‘통합’의 속도전에 매몰돼 지역의 장기적 생태·재정 리스크를 외면하고 있다고 본다. ‘행정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규제의 바닥을 낮추는 순간, 통합의 비용은 결국 지역과 미래 세대가 치르게 된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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