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AI 시대의 전력 생산
- hpiri2
- 11월 14일
- 4분 분량
울산이 AI 산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7조 원 규모 데이터 센터 유치와 장기적으로 해상 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한다고 한다. 울산의 중화학공업 기반의 장점이 제조업 AI 기지로 이어지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부유식 해상 풍력은 해양 생태계에 문제가 없을까?
2025-11-14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최근 매일매일 울산 이야기쇼인 '매울쇼'에서 방송하고 있다.
도핑하고 달리는 운동선수 같은 삶
보고서의 계절입니다. 하루에 열 장 정도의 보고서를 쓰고 있습니다. AI가 정보 검색, 요약과 정리, 글쓰기까지 도와줍니다. 이제는 생각하는 방법도, 글을 쓰는 방법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작가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야 하는 글은 여전히 직접 쓰지만, 회의 자료, 회의록, 보도자료 등 정보를 전달하는 글의 대부분은 빠르게 AI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AI와 함께하는 글쓰기는 놀랄 만큼 빠르고, 결과물도 그럭저럭 봐 줄 만합니다. 이제 저는 AI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모두가 도핑을 하고 달리는 운동 경기 같습니다. 한 사람이 약물을 쓰면 부정이지만, 모두가 쓰면 새로운 표준이 됩니다. 우리는 도핑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것도 AI가 쓴 거 아냐?'라고 의심하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은 과연.

중화학공업의 중심에서 AI 인프라 허브로
저는 울산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회사 잠바를 입고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의 행렬, 노동자가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는 도시 울산 출신임은 마음 속 작은 자랑거리였습니다. 노동자들의 삶이 모여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과 같은 중화학공업을 일으켰습니다. 울산은 산업 수도로서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제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세계 반도체 가치사슬에 한국 기업들이 함께하면서 경기 남부의 반도체 벨트로 생산의 중심지가 이동했습니다. 울산에 기반을 둔 대기업들은 지주회사나 연구 시설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들을 수도권으로 옮겼습니다. 울산에는 공장만 남겨졌습니다. 활력을 잃고 천천히 늙어가던 울산이 AI 산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SK그룹과 아마존(AWS)의 7조 원 규모 '울산 AI 데이터 센터'(100MW급) 유치를 시작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왜 울산일까요? 울산에는 전기와 물, 그리고 산업 기반이 있습니다. 새로 지어지는 데이터 센터는 SK 멀티유틸리티의 300MW급 LNG 복합 화력 발전소를 통해 저렴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6GW급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단지 조성 계획을 통해 RE100** 기준 충족에도 유리합니다. 바다와 가까우니 풍부한 냉각수도 준비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울산에는 오래 쌓아온 제조업 기반이 있습니다. 축적된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기반은 AI 학습과 검증에 필요한 고품질의 산업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센터뿐 아니라 학습하고 적용할 수 있는 산업 현장이 아주 중요합니다. 중화학공업 기반을 갖춘 울산이 '제조업 AI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700조의 꿈,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 250기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샘 알트먼은 인류가 도달한 적 없는 거대한 규모의 AI 산업 혁신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무한대에 가까운 컴퓨터 성능을 위한 700조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입니다. 엔비디아(NVIDIA), 에이엠디(AMD), 오라클(Oracle), 브로드컴(Broadcom)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동참하며 ‘AI 동맹’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33년까지 250GW 규모의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50GW는 원자력발전소 250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입니다. 원자력발전소 250기라니! 인류는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이 전기를 생산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위협, 방사능과 화석연료
사람들은 원자력을 무서워합니다. 보이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방사선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훼손하고, 이로 인해 암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체르노빌 사고로 31명이 사망했습니다. 사고로 인한 직접 사망 이외에 방사선 피폭 등의 원인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6만 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노출로 인한 급성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고 이후 피폭에 따른 암으로 인한 사망이 다수 보고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의 총 사망자는 573명이지만, 대부분은 대피 과정의 스트레스로 인한 간접 사망이었습니다. 이 숫자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있지만 적어도 표면적인 통계는 그러합니다.
우리는 화석연료의 위험성을 훨씬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화석연료 관련 대기 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 관련 사망의 첫 번째 원인입니다. 매년 최대 400만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지난 50년 동안 약 1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무려 1억 명입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두 배입니다.
런던과 LA에서, 중국과 인도에서, 세계의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화석연료에 의한 대기오염으로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하여 폐암, 뇌졸중, 허혈성 심장병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이 피해는 서서히 그리고 무겁게 인류 사회 곳곳에 누적됩니다.
에너지 단위당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더 극명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석탄은 1테라와트시(TWh)당 25명, 석유는 18명, 천연가스는 3명의 사망자를 냅니다. 핵에너지로 인한 사망자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14년마다 1TWh당 1명입니다. 독일은 2010년 이후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화력 발전으로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 증가로 인해 매년 100명의 ‘피할 수 있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원자력을 두려워하며 석탄으로 돌아갔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에는 많은 화력발전소가 있고, 일부는 아직도 석탄으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해무가 짙은 봄날은 창문을 열기조차 어렵고, 많은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부유식 해상 풍력이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울산에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단지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총 6.2GW 규모, 사업비 42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울산 앞바다는 바람 많이 불고, 바다가 깊고, 공간이 넓습니다.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단지를 만들기 좋은 바다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 플랜트 기술과 인력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배를 만들던 기술로 풍력 발전기를 만드는 것, 울산만이 할 수 있는 전환입니다. 저는 원자력발전소 찬성론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화석연료 찬성론자도 아닙니다. 부유식 해상 풍력은 대안처럼 우리 앞에 와 있지만 해양 생태계나 철새의 이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부유식 해상 풍력이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답을 찾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AI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한 삶입니다. 우리는 편리한 AI를 사용하는 대가로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AI는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후변화에 맞서 함께 싸우는 든든한 동료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AI는 최적화를 통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위성 데이터를 이용해 메탄가스 배출을 추적하며, 철강과 시멘트 산업의 공정 제어를 최적화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효율을 높이고, 배터리 수명을 늘립니다. AI 트랙터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레이저로 잡초만 골라 태워 죽입니다. 위성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불법적인 훼손을 감시하기도 합니다. AI는 더 많은 분야에서 인류가 마주한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것입니다. 신께 기도하는 것보다 AI에게 명령하는 것이 지름길 아닐까요?
COME ON TARS!!!(타스야, 해줘!!!)
*20세기 중후반 컴퓨터, 인공위성, 인터넷 등의 발명으로 일어난 산업혁명입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공정이 가능해졌습니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약속입니다.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AI입니다. 도로 환경을 파악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상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로봇처럼 세상에.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