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청춘의 사랑과 이별도 바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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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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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를 통해 만난 청년들의 연애와 결혼, 출산에 대한 고민을 들여다본다. 벚꽃 피면 연애를 시작하고, 더워지면 이별한다, 대항해시대에는 성공했건 실패했건 항해를 해 본 이후가 결혼 적령기였다, 파충류는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고 한다. 합계출산율 0.75 시대, 기후변화와 불확실한 미래가 청년들의 삶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6-01-16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최근 매일매일 울산 이야기쇼인 '매울쇼'에서 방송하고 있다.
50여 명의 학생들과 보낸 한 학기 수업
저는 2025년 봄, 울산대학교에서 ‘기후변화의 과학적 이해’라는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제목부터 재미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강의였지만 운 좋게도 50여 명의 학생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기후변화의 원인과 현상, 해결 방안에 대해 배웠습니다. 인류가 언제 얼마나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이를 혁신적으로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관해 다양한 사례들을 나누었습니다.
열과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집을 짓고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서, 먹고 마실 것들을 생산하기 위해서,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들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은 어떤 것들을 바꿀 수 있는지, 사회 구조의 변화가 왜 중요한지 한 학기 동안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강의가 재미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느리게 다가오는 재난이 주는 공포로 학생들을 겁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를 온실가스나 배출하는 죄인으로 느끼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한 걸음 떨어져서 우리 사회가 지닌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화석연료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지, 이 편리함과 이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짬짬이 다양한 개그를 시도했지만 대부분은 실패했습니다. 이 부분은 반성합니다.

벚꽃 피면 연애, 더워지면 이별
기후변화는 지구적인 문제이며 인류 전체가 참여하는 조별 과제입니다. 인류가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510억 톤 가량입니다. 얼마나 큰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큰 숫자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다루다 보면 '기후변화가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지? 나의 실천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나는 대충 살아도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겠지?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개인의 삶과 동떨어진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학생들에게 기후변화가 각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학생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원고를 쓰고, 그 원고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학생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낚시를 하러 아버지와 함께 찾던 바다가 달라진 이야기, 여행을 갔다가 홍수를 만난 이야기,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없게 된 이야기,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던 외할머니네 마을 풍경이 달라진 이야기 등 기후변화는 학생들의 삶 곳곳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혹시 벚꽃이 피면 연애를 시작하고 더위가 오면 이별을 반복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학생의 발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공들인 화장이 집을 나서자마자 무너지고, 실외는 너무 더운데 실내에서 여름을 보내려면 외투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폭염과 소나기, 벌레와 모기를 싫어하는 학생에게 여름은 불편함을 넘어 외출 자체를 꺼리게 되는 계절이 되었다고 합니다.
여름은 특히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 기복이 심해졌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 돌아보면 후회로 남는 행동을 하게 된 경험이 유독 여름에 많았음을 고백하며, ‘기후 불안’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짧은 겨울 후에 다시 긴 여름을 맞이할 텐데, 학생들의 연애는 무사히 여름을 넘기고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아이를 낳을 수 없거나 겨우 한 명 정도 나을 수 있어
‘여러분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인 거 아시죠.’
저는 일상 속에서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일단 기후변화를 탓합니다. 실제로 그러할 수도 있고, 가벼운 궤변이나 말장난일 때도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청년들의 연애, 나아가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학생들은 기후변화 이외에도 미세먼지나 원자력 안전, 미세 플라스틱 등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여학생들이 느끼는 불안은 남학생들의 그것과는 달라 보입니다. 결혼을 고민하거나 실제로 결혼하는 20대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내님과 스물다섯살에 만나 5년을 사귀고 스물아홉살에 결혼했습니다. 불과 15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의 연애와 결혼은 예전과는 꽤 달라졌습니다. 2024년 기준 20대 이하 미혼율은 96%입니다. 30대 미혼율은 53.4%입니다. 20대는 거의 대부분 미혼이고, 30대도 결혼한 사람보다 미혼이 더 많습니다. 30대에도 절반 이하가 결혼한다면 아이는 언제 낳아 기르게 되는 걸까요?
결혼 적령기는 생물학적인 성숙과 더불어 그 시기 사회가 청년에 요구하는 바에 영향을 받습니다. 15세기 대항해시대 유럽의 젊은 남성들은 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 식민지를 개척하거나 금광을 개발하고 돌아와서야 사교계에서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패하면 무용담이라도 가져와야 했습니다. 그것이 그 시기 유럽의 성인식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결혼 적령기도 늦어졌습니다.
어쩌면 지금 한국사회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수도권의 아파트,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 번듯한 학력과 적절한 외모까지! 우리는 결혼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많습니다. 결혼 준비라는 것은 마치 게임에서 주어지는 여러 퀘스트를 완수하고 얻은 멋진 보상들을 잔뜩 쌓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게임과 다른 점은 현실의 퀘스트는 달성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근로소득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학력이나 직장은 과연 개인의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일까요? 이 퀘스트들을 20대에 달성할 수 있을까요?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결혼을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한국 사회는 결혼이 늦어진 만큼 결혼 직후 출산과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강합니다. 한국은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 나라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출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한 무리한 대출, 긴 근로시간을 넘어 엔(N)잡러로 살아야 하는 가장, 경력 단절과 독박 육아, 강요되는 맞벌이 등등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기준 0.75입니다. 이는 한 사람의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의 평균이 0.75명이라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 한 사람이 2.1명 정도의 아이를 낳아야 인구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합계출산율 2.1 이하는 저출산 국가이며, 1.3 이하는 초저출산국가로 분류합니다. 연구자들에게 합계출산율 0.75라는 숫자는 충격 그 자체입니다. 사회의 출산율은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판단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합계출산율 0.75는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을 수 없거나 간신히 한 명 정도 낳을 수 있어.’라는 판단이 모여 만들어진 숫자입니다. 청년들의 좌절과 눈물이 숫자의 모습으로 세상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불확실한 미래, 예측 가능한 암울한 미래라는 불안
우리는 어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알지 못합니다. 제가 다닌 초등학교는 한 학급에 50명씩 12개 학급이 있었습니다. 제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한 학년이 백 명도 안 됩니다. 어른들은 낮은 밀도의 세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AI는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 직업과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을 예정입니다. 기후변화 또한 거대한 불확실성입니다. 아이들이 먹는 것이 달라지고, 교육과 직업, 삶도 달라질 예정입니다. 어른들은 더워진 세상 또한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불확실한 미래 혹은 예측 가능한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게 합니다.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파충류
기후변화로 인해 연애와 결혼에 직접적인 위기를 겪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알이 부화하는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파충류들입니다. 일부 바다거북, 악어, 도마뱀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성별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둥지의 온도가 높으면 암컷, 낮으면 수컷이 태어나는 방식입니다. 기후변화로 둥지의 온도가 높아지면 성별이 한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호주 북동부 해안의 거대 산호초 지대에 사는 녹색바다거북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서늘한 산란지에서는 65~69%의 암컷이 태어나지만 따뜻한 산란지에서는 99%가 암컷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따뜻한 산란지에서는 지난 20년간 거의 암컷만 태어났습니다. 과학자들은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약 2.6°C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배아 단계의 사망률도 높아집니다. 수컷이 줄어들고, 새끼가 줄어들고, 번식이 불가능해지는 미래가 바다거북 앞에 놓여 있습니다. 녹색바다거북처럼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생물이 최소 수백종 이상입니다.

청년들의 밤을 부디 너그러이 봐 주시길
“야, 이거 너 아니냐?”
선배 님께서 메신저로 한 장의 사진을 보내셨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사진 속에 홀로 앉은 남성은 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도 저와 닮았습니다. 머리 모양, 피부색, 얼굴 윤곽, 대학원생스러운 옷차림과 못난 사람의 아우라까지. 실제로 저는 나무 아래에 저러고 앉아 시간을 보내던 청춘이었습니다. 누가 나를 몰래 찍었나? 하지만 저 사진의 주인공은 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도플갱어였을까요.
원래 연애는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잘 압니다. 아마 여러분도 어느 정도는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은 사랑 때문에 결투를 했고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타지마할을 지었습니다. 어느 나라의 대통령은 사랑 때문에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인류 문명의 많은 유산이 여성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남성들의 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관점 또한 존재합니다. 이 모든 역경과 고난을 뚫고 사랑을 쟁취한 과거의 청년들에 의해 태어난 것이 현재의 우리입니다.
합계출산율 0.75의 세상 속에서도 청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밤에 젊은 남녀가 모여 도시를 달리는 러닝크루가 사회적 문제처럼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처음 보는 청년들이 밤에 공원에 모여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한다고 합니다. 격렬하고 시끄러운 놀이이다 보니 민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년들의 밤을 부디 너그럽게 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젊은 남녀가 근육과 관절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잘돼 봤자 결혼이나 하겠지요.

저는 오십견과 허리디스크를 가진 중년의 아저씨입니다. 하지만 선배로서 청년들이 마주한 과제들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덜 추운 밤이 오면 아내님과 함께 경찰과 도둑 놀이를 구경하러 가볼까 합니다. 구경만 할 겁니다. 제 관절은 이제 경찰과 도둑 놀이를 견딜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부디 제 강의를 들었던 학생과 마주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학점 짜게 주고 도망친 강사놈 잡아라!”
“사!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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