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국민이 답하다 | 강규희 | 작가 | 환경 냉담자에서 기후 관심자로

2025-06-11 김성희 기자

10대 시절 극단적인 환경주의자였던 강규희 씨는, 한때 환경 문제로부터 완전히 멀어졌었다.  플래닛03 기사를 통해 다시 환경을 구조적으로 보게 되었다고 말하며,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부족한 기후위기 시대에서 결국 제도와 정책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강규희 씨. 사진 planet03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강규희 씨. 사진 planet03

글과 감정을 나누는 사람


나는 지금 글을 쓰며, 때로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감정과 글을 쓰는 활동들을 해 오고 있다. 『월간유서』는 제가 1년 동안 매달 유서를 쓴 기록을 모은 책이다. 매달 죽음을 상상하면서 삶을 돌아보는 글을 썼고 그게 결국 삶을 붙잡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는 법』이라는 책이다. 늘 극단을 오가며 살고 있는 감정, 그 안에서 발견하는 환희, 고요, 허무함 같은 것들을 글로 옮겼다. 책이 나온 지 겨우 일주일밖에 안 되서 약간 소개 하는 게 쑥스럽다. 


타노스적 관점의 환경주의자였던 나의 10대 


꽤 이른 나이에 환경주의자가 되었다. 10대 시절, 극단적으로 환경을 우선 시 하는 사람이었다. “인류의 절반이 사라지면 자연은 더 좋아질 것이다.”라는 타노스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환경과 사회 이슈와 관련된 책을 좋아했고 잡지도 많이 읽었다. 소위 '덕후'라고 하지 않나. 내가 그랬다. 『뉴턴』 같은 과학 잡지부터 시작해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같은 사회 이슈 잡지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려고 애썼다. 그때 본 지브리의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전쟁에서 황폐해진 지구, 그 안에서도 생명을 지키려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뤘고, 나의 인생 영화 중 하나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나도 환경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스무살이 되자마자  미국 전 부통령 앨고어가 만든 국제 환경단체인 ‘기후 프로젝트’라는 국제 환경단체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했다. 나는 그 단체에서 2~3년 정도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본부에서 제공하는 시각자료와 PT를 기반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강의, 청소년 대상 환경 교육을 진행했었다.   


그때 받았던 교육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고, 현실을 직면하면 할수록 충격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지만, 반대로 ‘기후위기는 가짜’라는 말은 공공연하게 들렸으며,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분노를 많이 느꼈다. 그런 세상과 내 감정 사이에서 종종 고립된 마음을 많이 느낀 시기였다.


달아나고 싶었던 환경


기후 문제를 알게 된 이후, 개인적인 실천을 시작했다. 채식을 했고, 종이컵 사용을 피했으며, 환경 정책을 중심으로 투표했다. 식사 자리에서는 고기가 없는 메뉴를 골랐고, 덕분에 "왜 채식을 하느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과 반박도 자주 마주했다.


그러던 중, 『채식의 배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환경 보호를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 나에게 이 책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책에서는 ‘축산업’뿐 아니라 ‘농업’ 또한 심각한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나는 환경보호를 위해 채식을 선택한 사람이었는데 농업 또한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고 하니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실천들이 구조적 변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무력감을 느꼈다.


책에서 제시하는 대안들은 있었으나, 개인이 실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환경 운동에 쏟아 왔던 노력들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이후 환경 활동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고, 그때부터 환경 문제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스스로 “환경으로부터 달아났다”고 표현할 만큼, 지난 10년 동안 기후나 환경 관련 이슈와는 거의 단절된 삶을 살았다. 그 사이 일상은 바뀌었고, 환경 문제는 점점 더 멀어진 주제가 되었다.


달아난 환경주의자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플래닛03의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에너지, 산림, 해양 같은 주제들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전에 주로 접해 왔던 환경 담론이 전 지구적인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기사들은 우리나라에 초첨을 맞추고 있었고,  현재 이 땅 위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었기에 단순히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기사마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기후위기를 말하면서도 제도적·정책적 솔루션 기반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이 기사들을 통해, ‘환경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이며, 구조를 설계하는 싸움’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자각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내가 뭘 해야 하지?’에 갇혀 있었던 생각이, 이제는 ‘사회 전체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생각을 했던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환경 이슈, '에너지'에 대한 관심 생겨나 


특히 관심이 갔던 분야는 에너지였다. 과거 내가 활동했던 국제 환경단체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한국의 에너지 산업 구조나 정책 방향 같은 구체적인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에너지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수치나 효율 같은 지표로 설명되기 쉬운 영역이라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에너지 정책이 시민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에너지 문제는 기후위기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이슈로 다가왔다.


특히 ‘원전’을 다룬 기사에서 큰 인식의 전환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원전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단순한 프레임에 갇혀 있었지만, 기사는 ‘에너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탈원전이 곧 친환경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어떤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어떤 기술과 조합해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꼼꼼히 짚어 주었다.


에너지 문제를 단순한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시스템의 ‘설계’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은 매우 인상 깊었다. 원전을 사용할 것인가의 여부보다,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를 구성할 것인가가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생겼다. 


환경에 대한 무관심의 벽을 깨는 방법이 중요해 


기사를 통해 ‘탄소 감축을 위한 주민 참여’나 ‘정보 공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을 보며, 한 가지 현실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과연 정보가 공개되기만 하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될까?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면 환경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설령 관심이 있더라도 그것을 정책적 행동으로까지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정보가 아무리 열려 있어도, 그것을 들여다보는 이들은 여전히 소수에 그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정보를 필요로 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동기와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 문제를 정책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사람은 내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고, 채식이나 분리 배출 같은 생활 실천도 대부분은 일회성에 그치곤 한다.


기사에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그런 제도 안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앞섰다. 자칫하면 또다시 연구자나 정책가들만 접근하고 활용하는 구조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시민참여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생활과 밀접한 의제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이 된다. 무관심을 변화의 출발점으로 바꿀 가능성은 ‘강요’가 아니라 ‘공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장치를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청년의 삶에 기후위기는 너무 멀다


청년 세대는 당장의 생존 문제에 훨씬 더 몰두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놓여 있었다. 내 주변만 봐도 열 명 중 절반 이상이 우울 증상을 경험했거나 현재 겪고 있는 중이며, 실제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청년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큰 과제이고, 이런 현실에서 기후위기나 환경 정책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왜 이렇게 다들 관심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기후 문제는 10년, 30년 뒤를 내다보는 일이지만, 오늘의 청년들은 하루를 살아 내는 것조차 벅찬 상황에 놓여 있다. 위기를 알아도 반응하지 못하는 건 무관심이 아니라 여유와 자원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결정이 결국 시민들의 ‘관심의 총합’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삶이 팍팍할수록 그 관심조차도 사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전문가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부가 되기를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문가와 시민의 목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고민을 거쳐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플래닛03의 기사들을 통해 이러한 고민들이 실제로 활자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위안이 되었다. 단순히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기사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다. 정부가 이런 기사와 전문가의 제안을 적극 참고한다면, 보다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해법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환경 문제는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영역인 만큼, 일시적인 사회적 관심보다 지속적인 논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

Comments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