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농업 | 밥상을 흔드는 ‘10배속 기후변화’, 농촌 붕괴 '골든 타임'
- Dhandhan Kim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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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3 김복연 기자
한국의 농업은 장기적인 기후변화와 극심해진 기상 변동성 속에서 재배 환경과 수급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언론 보도에서도 작물 재배지의 북상, 병해충 증가, 폭염·호우로 인한 실제 농가 피해가 확인되고 있으며,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 등 기존 구조적 취약성이 기후위기와 맞물려 충격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농업·농촌 전환의 적기라며 대응이 늦어질 경우 생산 기반 약화와 지역 공동체 붕괴 등 장기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기후의 속도보다 먼저 대응하는 것이 한국 농업의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

예측이 불가능해진 계절, 농촌의 일상이 달라졌다
최근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는 장기적으로 평균기온 상승과 폭염·호우 등 극한 현상이 반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립기상연구소는 고배출 시나리오(RCP 8.5)에 근거하여 한반도 평균기온이 과거(1971~2000년) 대비 2050년에는 3.0℃, 2080년에는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절의 경계는 흐려지고 기상 변동성은 확대되었으며, 농촌은 이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지역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일 품목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농업 구조를 흔드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된 한국 농업은 기후위기에 더 취약하다

한국 농업은 고령화율이 매우 높고 노동력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가 인구 고령화율은 49.8%에 달해, 초고령사회 기준을 훨씬 웃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기후위기와 결합되면서 충격을 크게 키우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기후 대응 논의에서도 농업 생산 기반의 불안정, 병해충 발생 증가, 수급 예측 어려움 등이 공식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CERES-Rice 모형 분석에 따르면, 기온이 평년 대비 3℃ 상승 시 전국 평년 쌀 단수는 8% 감소할 것으로 예측돼 생산 기반 불안정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재배지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과수와 원예작물 재배지가 점차 북쪽으로 확대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사과 등 주요 과수의 주산지가 경북 영천 지역에서 강원도 정선, 영월 등 내륙 지역까지 북상하는 추세가 확인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장기적 기후변화 분석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기온이 2℃ 상승 시 현재 시점 대비 사과 재배면적이 33.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재배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경고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농업계의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동성은 이미 밥상 가격을 흔드는 요인이 되었다
최근 폭염·호우·한파가 반복된 시기에는 배추·오이·깻잎 등 주요 채소의 가격이 급격히 변한 사례가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국내 농산물 수급이 기후 영향을 받는 빈도는 과거보다 높아졌고, 수입 의존도가 큰 품목의 경우 국제 시장의 변동성까지 더해져 가격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재배업 생산액은 전년 대비 4.3% 감소하고, 농업소득은 14.7% 감소하는 등 농업 부문은 이미 기후와 경영비 상승의 복합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 이는 도시 소비자의 밥상과 직결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이 ‘골든 타임’, 전환 가능한 세대·기반·시간이 남아 있을 때
전문가들은 지금이 농업·농촌 전환의 적기라고 말한다. 농촌 고령화율이 49.8%에 달하는 한국 농촌 특성상, 향후 노동력 재편·기술 전환·농지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후 적응 역량을 갖춘 마지막 세대'가 현재 활동하고 있으며, 이 시점을 놓치면 전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재배 환경이 이미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에 대응 시점이 늦어질수록 전환 비용은 커진다. 기상 변동성이 빠르게 강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금'이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평가가 많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적응 기술 개발과 수급 예측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농가 피해는 이미 현실, 언론 보도로 확인된 현장의 목소리

언론 보도에는 이미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농가의 사례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강원일보는 강원 지역 복숭아 농가에서 폭우·폭염이 겹치면서 전체 수확량의 상당 부분이 낙과한 사례를 보도했다. 농민신문은 경남 함양 사과 농가들이 계절 변동성과 병해충 증가로 인해 농사 유지가 어렵다는 현실을 전했다. 이러한 사례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기후 충격임을 보여 준다.
적기를 놓치면 구조적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기후 전문가들과 농업 연구기관은, 대응이 늦어질 경우 농업 생산 기반 약화·농지 방치·지역 공동체 붕괴 등 복합적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농업 구조 취약성과 결합될 때 피해가 오래 지속되고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장기적으로 기온이 5.0℃까지 상승할 경우 농업 생산에 미치는 타격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변화의 속도보다 빨리 대응하는 것이 미래를 결정한다
‘10배속 기후’라는 표현은 자연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대응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농촌·농업의 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설계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다. 지금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 농업 생산 기반과 지역 공동체는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기후위기가 수년째 '문제'로만 논의되어 왔다면, 이제는 그 물음에 '인식'이 아닌 '실천'으로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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