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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 숨탄것들 | 청년이 본 개발의 시대, 지속가능성을 묻는다

2025-08-20 김성희 기자

'숨탄것들' (왼쪽부터 홍다경, 김호열, 신승우, 진관우) 사진 플래닛03
'숨탄것들' (왼쪽부터 홍다경, 김호열, 신승우, 진관우) 사진 플래닛03

숨탄것들‘숨을 타고난 것들’이라는 뜻으로, 동물을 넘어 생물계를 통칭하는 이름에서 출발했다. 팀은 처음에 멸종위기종을 한글로 기록하는 그림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탐사·수중·미생물 연구와 시각예술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융합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목표는 단순히 환경을 지키자는 구호를 넘어, 창의적인 방식으로 환경을 알리고 경험하게 하여 입체적인 사고와 공감을 키우는 데 있다. 이번 인터뷰는 숨탄것들의 진관우 대표와 김호열 탐사기획팀장이 함께했다. 

진관우 대표는 바이오환경과학을 전공했으며, 반달가슴곰, 따오기, 독도 강치, 황제펭귄 등 400점이 넘는 작품을 통해 멸종위기종의 이름을 한글로 그려내는 독창적 작업을 이어 왔다. “기록하면 기억할 수 있고, 찰나를 영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 생명 존재 자체를 잊지 않도록 알리는 사회적 메시지가 되고 있다.

김호열 탐사기획팀장은 생물학 전공했으며, 야생동물 실태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중심의 생태 교육을 이끌고 있다. 그는 포유류와 조류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경험을 교육에 녹여 내며, 시민과 학생들이 단순한 지식이 아닌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자연’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숨탄것들이 꾸준히 추구하는 바는 분명하다. 환경을 알리고, 직접 경험하게 하여, 무심했던 관심을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짧은 노출만으로도 인식은 달라질 수 있고, 작은 체험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숨탄것들의 모든 활동을 관통한다.

서로 다른 관심과 역량을 모아 함께 세상을 바꾸는 팀 


'숨탄것들' 진관우 대표
'숨탄것들' 진관우 대표

진관우 |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다. 환경을 전공하면서도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싶었고, 해야 할 일도 끝없이 많다고 여겼다. 그러나 제 몸은 하나뿐이었기에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같은 뜻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기 시작했다. 마치 어벤져스처럼 한 명씩 모으다 보니 어느새 팀이 만들어졌다.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가 달랐기에 프로젝트를 맡길 때도 그 관심사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려 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더해 주었고, 함께 세상을 조금씩 바꿔 나갈 수 있는 동료들이 되어 갔다. 그렇게 해서 저는 팀이라는 형태로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숨탄것들' 김호열 탐사기획팀장
'숨탄것들' 김호열 탐사기획팀장

김호열 |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그 관심이 이어져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학부 시절에는 야생동물 조사나 생태 모니터링 교육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국립공원 조사 활동이나 천연기념물 지킴이단 같은 대외활동을 통해 현장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러다 여러 활동 속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인연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세종에서 열린 한글날 행사에서 숨탄것들의 활동을 직접 보게 되었는데, 현장의 생동감과 참여자들의 반응이 무척 인상 깊었다. 우연히 도와주게 된 계기로 함께 활동해 보니 재미와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후 더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 서울로 거점을 옮기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흑산도 공항, 국제적 생태 보전 흐름을 역행하는 결정


진관우 |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흑산도 공항이다. 국립공원 해제는 이례적이라 자료를 찾아보니, 흑산도 예리 일대 0.675㎢(약 20만 평)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제외됐고, 동시에 다른 구역 5.5㎢가 새로 편입됐지만, 국립공원 일부를 해제한 결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자연공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연공원의 지정 해제'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제2항을 보면 하천, 간척, 항만, 발전, 철도, 통신, 방송, 특허, 농업용수, 항공 등 ‘불가피한 사업’의 범주가 지나치게 넓어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국제적 맥락에서 보면 문제는 더 크다. 아이치 타겟(Aichi) 협약의 20개 목표는 어느 나라도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고, 이후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하는 ‘30×30’ 전략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흑산도 공항 건설을 이유로 오히려 해양 보호구역을 해제했다. 우리나라의 해양 보호구역 비중은 육상보다 현저히 낮아, 이런 상황에서 보호구역 일부 해제는 훨씬 더 신중했어야 한다.


흑산도는 철새의 주요 중간 기착지다. 2010년에는 홍도에 있던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가 이곳으로 이전했는데, 이는 이 지역의 보전 가치를 잘 보여 준다. 매해 337종의 조류가 머물다 떠나며,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기도 해 보전 가치가 크다. 그렇기에 공항이 들어서면 소음·진동·서식지 훼손과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복합적 영향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의문이 남는다.


​​4대강 보 건설, 말할 수 없는 생물에게는 치명적


김호열 | 또 하나 와닿았던 것은 세종보 문제였다. 우연히 현장 모니터링에 참여하면서 세종환경운동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300일 넘게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함께 조류 조사와 포유류 조사를 하며, 보 개방 이후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수위가 낮아지자 모래톱이 드러났고, 고라니가 걸어 다니고 흰목물떼새 같은 멸종위기종이 그곳에서 번식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보가 다시 가동되면 수위가 높아지고 모래톱은 사라진다. 고라니는 더 이상 걸어 다닐 수 없고, 물새들의 번식 환경도 사라진다. 결국 이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개발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생물들은 파괴되면 알아서 떠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논리다. 만약 사람이 사는 마을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밀어버리면, 주민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반대할 권리와 지켜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생물들에게는 그런 발언권이 없기에 더욱 고려해 주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피해는 여전히 크다. 특히 금강과 낙동강이 심하다. 영산강 하구둑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담수화된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그 모습은 강이 얼마나 인위적으로 변형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개발의 명분 뒤에 숨은 제도의 무력화


진관우 | 개발사업에는 늘 ‘명분’이 따른다. 케이블카나 공항의 경우 관광 활성화라는 이유가 있고, 케이블카 설치는 이동권 약자 지원이라는 논리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러한 명분 자체는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절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한가 하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허위적이거나 부실하게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로 조건부 허가가 반복되는데, 이는 제도적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멸종위기종을 지정한 이유는 해당 생물들의 생태계와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함인데, 실제로는 환경영향평가법보다 인프라 건설의 예외 조항이 더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인식 제고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 보기에도 부족하고, 실제 인식 제고 효과가 크지도 않다.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나눠 처리하거나, 1급 종의 경우 전수 조사를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서로 대체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국립공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정된 지역인데도 공항 건설을 이유로 일부 구역이 해제되는 경우가 있다. 정해 놓은 법과 제도를 지키지 않을 거라면 왜 만들었는지 청년의 입장에서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인프라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태계 보전을 위해 만든 법이라면, 왜 더 강력한 규제로 작동하지 못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보전을 위한 수치화, 제도 설계부터 다시 마련되어야 


진관우 |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와 같은 장치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와 비용을 정확히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당장 숫자로 보여주기 쉬운 건설이나 인프라 개발 쪽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비교가 가능해야 경쟁이 되는데, 정량화되지 못하는 가치와 이미 수치로 제시된 개발 논리가 맞붙으면 결과는 뻔하다. 따라서 보전을 위해서도 더 체계적인 계산과 수치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현재 제시되는 수치가 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발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쓰인다는 점이다. 개발 사업서가 작성되면 환경영향평가가 뒤따르고, 조건부 협의나 중단이 권고되면 사업자는 저감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저감 대책은 환경단체가 아니라 바로 그 사업 주체가 스스로 내놓는 것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사는 지연되고, 이를 원치 않는 이해관계자가 많다 보니 허위나 왜곡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거짓이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공사 시작 단계부터 지역의 환경조사단이나 생물조사단이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공청회가 열리더라도 주로 지역 주민들만 대상이 되고,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의 찬성표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대 목소리는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셈이다.


쌓기보다 순환, 개발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김호열 | 유럽은 산업혁명으로 성장한 도시들을 이제 다시 자연으로 돌려놓기 위해 행보를 걷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과거 유럽이 걸었던 개발의 길을 이상으로 삼고, 뒤늦게라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오히려 개발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개발 논리는 늘 단순하다. “공항이 생기면 교통이 편리해지고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다”라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울에서 부산을 간다면 대부분 KTX를 이용하고, 외국인 관광객도 인천·김포·김해 같은 주요 공항을 통해 서울이나 제주를 방문한다. 군산이나 가덕도, 울릉도를 첫 방문지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공항만 생기면 잘 될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이 여전히 많은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


개발이 필요하다면 이미 지어 놓고 방치된 시설부터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양양공항처럼 활성화되지 못한 공항이나 폐쇄된 부지를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설악산이나 남이섬처럼, 자연 경관을 잘 꾸며 놓은 공간도 여전히 큰 관광 효과를 낸다. 그렇다면 굳이 새로 자연을 훼손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자연은 보존하면서도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진관우 | 지역은 사람을 모으겠다며 인프라를 확충하지만, 이를 운영하고 관리할 인력도, 채워 넣을 프로그램도 없어 유휴 공간이 늘어났다. 시설은 있지만 결국 공간은 금세 소멸 위기로 들어가고, 사람들은 다시 떠나 도시로 이주한다. 그러니 특정 지역만 더 붐비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따라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단순히 ‘메인 관광지’를 더 키우는 것이 답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 사람들이 다른 곳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 문제를 완화하고, 지역 전반의 균형 있는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지역의 지속가능성, 보존과 활용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역량과 주체성이 필요해


진관우 | 문경 도자 교육원을 찾아갔을 때, 물레방아는 멈춰 있고, 가마터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체험을 기대하고 갔지만, 방치된 모습에 실망만 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경험은 생태박물관에서도 있었다. 전시 자료를 확인해 보니, 잘못된 정보가 무려 41개나 발견되었다. 이런 오류와 부실한 전시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역이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켜야겠다는 관심과 책임감의 부재다. 옛 사고방식에 머무르는 사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들은 점점 도태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의 목표(SDGs)는 단순한 환경 보존을 넘어, 혁신적인 도시,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건강과 웰빙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그렇다면 지역도 그중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해 하나의 테마로 발전시킬 수 있다. 예컨대 특정 마을이 SDGs 목표 중 하나에 특화된다면, 그 취지에 공감하는 해외 방문객들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우리 것이 좋은 것이요”라는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의 보존은 어렵지만, 최소한의 피해로 보존과 활용을 병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순천만이나 운곡습지처럼 보존을 전제로 관광을 도입한 사례가 좋은 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이러한 활용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이다. 사람들에게 보존과 활용을 동시에 고민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협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 인력과 지역 활동가를 제대로 연결하고 활용해야



김호열 | 지역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는 경험도 중요하다. 관건은 그 만남의 기회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나는 대전에 살다가 새를 보고 싶어 세종으로 가 탐조와 포유류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이런 활동은 대개 지역에 사는 사람들 덕분에 가능하다.


부산처럼 상주 인원이 많은 곳이라면 몇 차례의 활동과 세미나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드물어 청년들끼리 소규모로 취미처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부산에는 탐조 활동을 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많다. 이들이 전문가들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더 큰 공동체로 확장될 수 있고, 활동이 커지면 외부 관광객 유입과 지역 생태 가치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진관우 |  인력 풀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교육사나 자원환경해설사처럼 관련 경력이 있는 이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가능성은 커진다. 환경교육사는 내년에 4천 명을 넘을 예정이지만,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센터는 매우 부족해 전문 인력이 활용되지 못한다. 이 문제는 청년만이 아니라, 30~50대 전문가들이 강사나 리더로 활동해야 세대가 함께 모여 풀뿌리 단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이는 환경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문체부, 외교부, 농식품부 등 여러 부처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소관이 나뉘어 책임이 불분명하다. 보호종을 두고는 환경부·문화재청·해수부가 각각 나눠 관리하고 있는 구조이다. 하나의 생물이 여러 법적 지위를 갖다 보니 실제 보호 책임이 모호해진다. 따라서 복합적 지식을 갖춘 전문인이 지역에 내려가 부처 간 공백을 메우고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인재를 길러내고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환경 논의는 분절되고 파편화되어 있어, 정치와 사회 전반의 협의 구조 필요해


진관우 | 처음부터 줄곧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환경 분야 포럼엔 환경 관계자만, 관광 분야 포럼엔 관광 관계자만 모이는 식으로 각 분야가 고립되어 있다. 정작 생태계를 위협하는 개발 주체들과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울타리 안에서 이야기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연구자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 집중하느라 서로 긴밀히 연결된 영역까지 살피기 어렵다. 에너지를 연구하는 사람은 생물다양성을 놓치고,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사람은 에너지 문제에 거리감을 둔다. 결국 익숙한 논의만 반복되면서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식의 파편화’라고 생각한다.


생태계 파괴를 막으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입장을 공유하고 절충안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대의 논거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반대만 할 게 아니라 함께 대안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입체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사회 전반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 개발을 추진하는 사람들과 “우리는 이런 가치와 산업을 지향한다”, “우리는 이런 필요와 논리를 가지고 있다”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의미다. 자취를 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도미토리에서 함께 살려면 서로의 불편을 인정하고 규칙을 지켜야 하듯이 말이다. 환경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학문적이고 다각적인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호 최대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협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김호열 | 국회의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을 지켜야 할 문제를 다룰 때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정 의원실이 주최를 맡지만, 정작 의원은 참석하지 않거나 “일정상 불참”이라는 메시지만 남기고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현장에는 이미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람들만 모이고, 가장 들어야 할 이들은 빠져 있는 상황이 반복된다.


누군가의 생각이 바뀌는 출발점은 ‘들음’에서 시작된다. 꼭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한 번은 귀 기울여 들어 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설득의 기회라도 생기고, 의식의 변화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현실에선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의결 절차에 오르지 못하거나 논의조차 되지 않고 사라지는 일이 많다. 그래서 고위직일수록 더 많이 듣고, 자주 소통하고, 직접 고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 경험과 교류 속에서 지역 변화를 만드는 세대


제20회 청년생태학교에서 세대의 차이를 넘어 함께 교류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진 플래닛03
제20회 청년생태학교에서 세대의 차이를 넘어 함께 교류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진 플래닛03

진관우, 김호열 | 청년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환경 문제에 깊이 관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휴식이나 여행을 갈 때만큼은 도심이 아닌 자연을 선택한다. 이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지역 정착은 또 다른 문제다. 단순히 말뿐이 아니라, 수도권 청년들이 동아리나 단체 활동을 통해 지역과 정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직접 경험할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가서 살아보라”는 말은 공허하고 부담만 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류다. 


지역은 교육·일·행사 등에서 수도권과 격차가 커 정착 기반이 취약하다. 따라서 단순한 벤치마킹이 아니라 청년과 주민이 직접 만나 협력과 배움을 쌓아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입체적인 구상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역 논의는 주로 어른 세대가 주도하며, 청년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다. 청년 세대가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이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낼 힘을 갖고 있음에도, 그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현실은 안타깝다. 사회는 소위 말하는 MZ세대를 하나의 이미지로 일반화하고 뭉뚱그려 바라보지만 실제로 청년들은 충분히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단순히 나이로만 규정하지 않는 시선이다. 따라서 청년을 ‘아직 미숙하다’는 시각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사회적 주체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을 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동등한 주체로 인식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연과 공동체가 함께 숨 쉬는 삶을 꿈꿔


김호열 | 언젠가는 꼭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 마당에서는 새가 날아들고, 논에는 고라니나 너구리가 오가는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삶을 꿈꾼다. 서울과 대전, 군산 같은 도시들을 오가며 살아본 끝에 깨달은 건, 도시는 편리하지만 너무 복잡해 쉴 곳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치면 자연스럽게 외곽을 찾게 되고, 결국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관우 | 저 역시 언젠가는 지역으로 내려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단순히 내려가 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를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 서울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인데, 지역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게 될 곳은 서울과 교통으로 연결되어 있어 다른 지역과도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단순히 외딴 곳이 아니라, 내가 그 마을 자체를 살려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을 원한다. 지금은 특히 강원도 쪽을 생각하고 있다. 양구나 속초 같은 곳이 후보지인데, 조금 더 긴 미래를 내다보며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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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8월 24일

숨탄것들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되며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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