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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이 전하는 말,'사랑의 친구'가 되어 주세요

  • 43분 전
  • 4분 분량

2026-02-06 박성미 총괄

떡국은 원래 새해의 음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늘을 버티게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위기가 올 때마다 가장 먼저 끼니가 흔들리고, 전기요금이 무서워 냉난방을 포기하는 집이 생긴다. 그 집들 곁에서 “괜찮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하루는 덜 춥고 덜 불안해진다. ‘사랑의 친구들’은 그렇게 30년 가까이 이웃의 하루를 지켜온 이름이다. 금융위기에서 기후위기까지, 시대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일—가장 힘든 시간에 '친구'가 되어주었던 사람들을 만난다.


설날은 헤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고, 조상에게 평안을 소망하고,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덕담으로 나누는 따뜻한 시간의 상징이다. '떡국'한 그릇에는 이 모든 마음이 함축해서 담겨있다. 새해에 첫 끼를 떡국으로 시작하는 것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다. 길게 늘어지는 가래떡은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맑은국에 흰 떡을 먹는 것은 좋지 않았던 일들이 깨끗이 씻어내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떡국 한 그릇에 담겨 있다. 떡국에는 영양 보충의 의미도 있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충분히 하기 어려웠던 시절, 새해 첫 끼라도 고기 육수가 들어있고 평소에 먹지 못했던 귀한 식재료를 고명으로 얹어 영양을 고르게 보충해주던 음식이다. 이렇게 떡국 한그릇에 우리 조상은 수많은 의미와 뜻을 담아 두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한국사회는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위기의 시간을 이겨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시간도 있었고, 금융위기가 사람들의 일상을 무너뜨리며 불안으로 사회가 흔들리던 시간도 있었다. 지난해엔 ‘계엄’이라는 상상할 수 없던 위기 앞에서 시민들이 총구를 막아서고, 다시 대선을 치르는 험난한 시간도 있었다. 그 순간마다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은 늘 같은 질문 앞에 섰다. 오늘 한끼 식사, 아이들의 학비, 내일의 전기요금. 그리고 이제는 기후위기다. 폭염과 한파는 ‘날씨’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이들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세가 무서워 켜지 못하고, 난방기구가 있어도 요금이 부담돼 추위를 견딘다. 예측이 안 되는 급격한 기온 변화 속에서 아이들은 더 취약해진다. 학교를 나오는 순간, 폭염과 한파를 피할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길다면 긴 30년의 시간을 한결같이 곁에서 함께 아픔을 나눠온 사람들이 있었다. ‘사랑의 친구들’은 외환위기에서 기후위기까지, 위기에 몰린 가족들을 붙잡아 준—말 그대로 사랑의 친구였다.


사랑의 친구들 '떡국 나누기 준비회의' 모습. 2026. 1.15 사진 플래닛03
사랑의 친구들 '떡국 나누기 준비회의' 모습. 2026. 1.15 사진 플래닛03

굶는 아이는 없어야 한다


1998년은 대한민국의 최대 위기라 불리던 외환위기(IMF)의 시대였다. 거리에 노숙인이 가득하고, ‘결식(缺食)’이라는 단어는 뉴스에 붙박이처럼 등장하던 시절이었다. 모두다 삶이 불안했고 부모들은 일자리가 없어 헤매야 했다. 거기에 '아이들'이 있었다.


2011년 떡국바구니를 전달하고 있는 이희호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사진왼쪽) 여사의 모습. 사진 한겨레신문
2011년 떡국바구니를 전달하고 있는 이희호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사진왼쪽) 여사의 모습. 사진 한겨레신문

당시 영부인이셨던 이희호여사는 “굶는 아이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물으셨다. 가진 물건들을 기증받아 바자를 열었고 그 수익금으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바자는 30여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매년 열고 있고 매년 새해가 되면 '떡국'을 나눈다.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희호 여사는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사랑의 친구들'과 함께 하셨고, 그때 처음 참여했던 3~40대의 봉사자들은 6-70대가 되었지만 지금도 '사랑의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사랑의 친구들 정지연 떡국나누기 위원 (왼쪽), 윤현봉 이사(오른쪽), 이종옥 자문위원장(가운데)  사진 플래닛03
사랑의 친구들 정지연 떡국나누기 위원 (왼쪽), 윤현봉 이사(오른쪽), 이종옥 자문위원장(가운데) 사진 플래닛03

"떡국위원장"은 우리 단체밖에 없을 것


“버틴 힘은 봉사자들… ‘1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사랑의 친구들의 2026년 '떡국위원장'은 단체가 오래 지탱해온 힘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초창기부터 함께해 온 이들 다수가 ‘직함’보다 ‘봉사’로 출발했고, 오랜 세월 빠지지 않고 현장에 있었던 것이 힘이라는 의미다. 본인도 그저 '봉사'로 시작했고 지금은 임원까지 맡게 되었지만 그 마음은 똑같다고 말한다.

사랑의 친구들 전영옥 떡국나누기 위원장. 사진 플래닛03
사랑의 친구들 전영옥 떡국나누기 위원장. 사진 플래닛03

'오랜시간 함께 하면서 눈으로 봤다. 단체가 너무나 '투명'했다. 절대로 1원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것은 단체의 암묵적 약속이고 어겨본적 없는 것 같다. 새로 오신 분들도 모두 “정말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것에 신뢰를 갖게 된다. ‘신뢰’가 다시 참여를 부르고, 참여가 다시 지속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고 그들이 가진 힘이었다.

'떡국 위원장'은 그 해의 '떡국나누기'의 기금을 마련하고 나눔을 할 이웃을 정하고, 배송까지 책임진다. 매년 위원장은 바뀌지만 그 마음과 정성은 변하지 않는다.


‘떡국 바구니’의 진화… 직접 배달에서 밀키트 택배 배송으로


‘떡국 나누기’는 사랑의 친구들의 상징이다. 1998년 12월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은 설날을 앞두고 떡국 한그릇도 버거운 가정에 떡국바구니를 전달한다. 2026년 올해도 2,100개의 떡국바구니가 보내졌다. 초창기에는 가래떡 3kg에 소고기, 멸치 등을 직접 포장해서 일일히 봉사자들이 가정을 방문하는 '손배달'이었다. 냉동 고기가 녹기 전에 전달하기 위해 모두들 정신없이 뛰어 다녔다고 했다. 코로나19때는 ‘모여서 포장하는’ 방식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이제는 '택배'를 이용한다. 바구니도 일일이 포장하던 방식에서 '밀키트'방식으로 변했다. 처음에 '정(情)'이 없어 보이고 뭔가 부족해보였지만 신청 가족이 다문화 가정으로 늘어나면서 “고기 국물 을 내서 떡국을 끓이기 어려운 집”이 많아지니 '밀키트'가 더 나은 거라고 위로한다.  “우리는 한우 양지여야 한다, 이런 기준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그분들이 ‘해 먹을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2026년 2월10일 배송을 기다리는 떡국바구니들.  사진제공 사랑의 친구들
2026년 2월10일 배송을 기다리는 떡국바구니들. 사진제공 사랑의 친구들

2026년 올해 떡국바구니에는 떡국떡(1㎏), 사골곰탕(1.5㎏), 만두(1.05kg), 바싹불고기(920g), 해물완자(510g), 감태김(48g), 스팸(120g)을 넣었다. 연하장도 빠지지 않았다.떡국 바구니를 만들기 위해서 한 바구니당 3만원씩 후원금을 모아 기금을 마련한다. 1998년부터 2025년 설날까지 총 8만 2천477가정에 사랑의 떡국 바구니가 도착했다.

2026년 2월 13일, 설날을 앞둔 2월 12일 '떡국바구니'를 받은 한 어린이의 노래가 '사랑의 친구들'에 도착했다. 아이가 쓴 글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노래로 만들었다고 했다. 노래를 들어보면 비록 인공지능이 만들었어도 아이가 얼마나 좋아했을지 그려진다. '떡국' 한 그룻의 소중함이 뭉클하다.


사랑의친구들감사해요

아이들은 '사회' 가 함께 키우는 것이다… 공부방·영어교실·장학금까지


사랑의 친구들 김성애 회장. 사진 플래닛03
사랑의 친구들 김성애 회장. 사진 플래닛03

사랑의 친구들은 ‘일회성 나눔’이 아닌 삶 속에서 아이들에게 '사회'가 있음을 알게 해주고,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인연'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이 아이들이 성인 되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돌봄에서 밀려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지역 공부방(지역아동센터)에 식비와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하고, 영어 사교육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영어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다.

공부방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은 아동은 3~400명으로 아이들의 일상 리듬이 무너지는 지점을 일일히 살핀다. 이러한 아이들의 일상 ‘케어’는 위기의 순간에 더 또렷해진다. 가정폭력·이혼·빈곤 등으로 자존감이 꺾인 아이들이 중학교 시기에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에게 새벽 1시에 “강남역에 있는데 갈 데가 없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선생님이 그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나가는 장면은—돌봄의 마지막 안전망이 어디에 있는지 묻게 한다.


‘미래의 선순환’을 꿈꾸다… “도움 받던 아이가, 다시 돕는 사람이 되는 날”


사랑의 친구들 윤혜라 운영위원장 사진 플래닛03
사랑의 친구들 윤혜라 운영위원장 사진 플래닛03

사랑의 친구들이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행’을 이벤트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명만이라도 꾸준히 사랑하고 돌보는 사람이 있으면, 아이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믿음. 그래서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케어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손편지와 상품권 같은 방식으로 1대1 후원을 이어가려는 고민도 이어진다. 그리고 언젠가, 도움받던 아이가 성장해 다시 돌아오는 장면을 꿈꾼다.

영어교실로 공부했던 아이가 유학을 떠나 감사 편지를 보내고, 또 어떤 아이는 바리스타 자격으로 해외 취업을 했다는 소식은 ‘가능성’이 현실이 된 증거다. "엄마가 봉사하다가 딸을 데려오고.. 나중에는 손녀도 와요. . 단체가 30년 가까이 유지되는 것은 이런 지속성이에요. 그래서 아마도 사랑의 친구들은 계속 있을 것 같아요"

금융위기에서 기후위기까지, 위기의 얼굴은 달라져도 ‘가장 약한 곳’은 늘 비슷한 자리에 있었다. 그 자리에서 30년 가까이 기다리고, 음식을 나누고, 아이를 붙잡아 준 '사랑의 친구들'. 설날의 떡국 한 그릇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불안한 이웃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친구의 다정한 말한마디였다.


2017사랑의 떡국나누기 봉사자들이 떡국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여성신문
2017사랑의 떡국나누기 봉사자들이 떡국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여성신문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과 함께 하세요

전화 02-734-4945~7

후원금 계좌 211-13-07835-6 하나은행 예금주| (사)사랑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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