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전 세계 덮친 ‘이상 한파’, 지구온난화의 역설
- sungmi park
- 1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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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2 박성미 총괄
2026년 겨울, 북반구 곳곳에서 동시에 발생한 기록적 한파와 폭설은 지구온난화가 더운 겨울이 아닌 더 추운 겨울을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과학적으로 밝혀 왔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겨울을 ‘온난하게’만 만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대기 흐름이 불안정해지고, 그 결과 한파·폭설 같은 극단적 겨울 현상이 더 잦고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나고 있다(WMO, Global Annual to Decadal Climate Update 2025–2029). 기후위기는 겨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더 위험한 계절로 바꾸고 있다.
위의 위성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수오미(Suomi) NPP 위성에 탑재된 가시·적외선 영상장비(VIIRS)가 1월 26일 미 전역을 관측한 이미지이다. 미국 남서부에서 중서부와 오대호를 거쳐 동북부 뉴잉글랜드까지, 미국 본토를 가로지른 폭설과 한파의 범위를 보여 준다.
왼쪽 사진은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자연색 영상으로,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눈과 구름이 섞여 있다. 오른쪽 사진은 눈과 구름을 구분해 보여 주기 위해 색을 바꾼 가색(假色)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푸른색과 청록색은 눈이 쌓인 지역, 흰색은 구름, 녹색은 눈이 덮이지 않은 땅을 뜻한다. 눈이 미국 남서부에서 중서부, 오대호를 거쳐 동북부까지 띠처럼 길게 이어져 있음이 한눈에 드러난다. NASA의 이 영상은 이번 한파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 대륙 전체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겨울 재난이었음을 보여 준다.
북미 대륙은 ‘냉동실’, 도시를 멈추게 한 '이상 겨울'
2026년 1월 27일 미국 CBS뉴스는 미국 전역에 걸쳐 수십만 건의 정전이 발생했으며, 강력한 폭풍이 미국 곳곳을 강타하여 도로를 위험한 얼음으로 뒤덮고 대규모 항공편 취소를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 캔자스,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테네시 및 뉴욕시를 포함하여 최소 39명이 폭풍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위험한 기상 조건이 지속됨에 따라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테네시, 켄터키 전역에서 많은 정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개 주에 비상사태 선포를 승인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40℃까지 떨어져 몇 분 안에 동상에 걸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위스콘신주 라인랜더에서 기록된 -37.8℃는 거의 30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였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 일부 지역에는 50㎝가 넘는 눈이 내렸고, 보스턴에는 45㎝가량 쌓였으며 폭설로 인해 주 전역의 학교들이 월요일에 휴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 극동 캄차카 반도는 이번 겨울 재난 수준의 폭설을 겪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기상 당국을 인용해 2025년 12월에만 3.7m의 눈이 내린 데 이어, 2026년 1월 상반기에도 2m 이상이 추가로 쌓였다고 보도했다(Reuters, 2026.1.19). 이는 서울의 연평균 적설량(약 25㎝)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도로와 건물 출입구가 눈에 묻히고 차량 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도시 기능 자체가 마비됐다.
프랑스 파리에는 1월 말 3㎝ 안팎의 눈이 내렸지만, 문제는 양이 아니라 결빙과 지속성이었다.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며 도로와 철도가 얼어붙었고, 교통 정체 구간이 1500㎞를 넘는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항공편 수백 편이 취소됐다(AP통신, 2026.1.31). 눈이 잦지 않던 지역에 눈과 결빙이 반복되며, 기존 도시 시스템이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교통·안전·생활 전반에서 사회적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이상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겨울이 지금까지와 다르다는 것이다. 한파는 짧고 강하게 오지 않고,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으며 폭설·결빙과 결합해 사회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2월 초,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 최대 10㎝(산지 15㎝)의 적설이 예보되는가 하면 서울시는 –9℃ 예보에 맞춰 한파 대응 체계를 재가동하기도 했다.
기후위기는 예측이 어려워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겨울 한파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 불확실성의 확대다. 기상 당국이 체감하는 변화는 “얼마나 추운가”보다 “언제, 어디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를 맞히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핵심에는 제트기류(Jet Stream)가 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로 형성되는 강한 서풍대로, 겨울철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경계를 만든다. 이 흐름이 강하고 곧게 유지될 때는 겨울 날씨도 비교적 규칙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크게 굽이치며, 특정 지역에 정체되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주요 기후 연구들은 그 배경으로 ‘북극 온난화(Arctic Amplification)’를 지목한다. 북극이 전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들고, 그 결과 제트기류의 추진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WMO, State of the Global Climate).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흐름은 직선이 아니라 뱀처럼 크게 요동치는 형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찬 공기가 한반도·유럽·북미 같은 중위도로 깊숙이 내려와 오래 머무는 ‘블로킹(blocking)’ 현상이 발생한다. 블로킹은 말 그대로 대기 흐름이 막혀 한파나 폭염이 제자리에 정체되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 블로킹이 언제 형성되고 언제 풀릴지 예측 오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여기에 성층권 돌발 가열(Sudden Stratospheric Warming) 같은 상층 대기 변수까지 겹치면 예보는 더 어려워진다. 성층권에서 갑작스러운 온도 상승이 발생하면 극지방 상공의 찬 공기 소용돌이(극지 소용돌이)가 약해지거나 분열되고, 그 영향이 수주에 걸쳐 지표의 한파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발생 시점·강도·파급 경로가 매번 달라, 수치예보 모델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기온 자체보다 지속 기간과 변동 폭을 맞히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예보는 맞아도, 이번 한파가 언제 끝날지, 비가 될지 눈이 될지 마지막 순간에 예측이 벗어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후위기는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한파 등 기후가 격변하게 할 뿐 아니라 계절의 리듬과 규칙성 자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겨울 한파도 여름 폭염과 마찬가지로 기후 재난으로 우리를 덮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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