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기획 | 한파의 원인, ‘폴라 보텍스’만으로 설명 안 된다

2026-02-02 박성미 총괄

2026년 겨울, 북반구 곳곳에서 동시에 발생한 기록적 한파와 폭설은 지구온난화가 더운 겨울이 아닌 더 추운 겨울을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과학적으로 밝혀 왔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겨울을 ‘온난하게’만 만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대기 흐름이 불안정해지고, 그 결과 한파·폭설 같은 극단적 겨울 현상이 더 잦고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나고 있다(WMO, Global Annual to Decadal Climate Update 2025–2029). 기후위기는 겨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더 위험한 계절로 바꾸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제트기류·블로킹·바다 수증기의 합작


2026년 겨울 한파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미국 기상학계는 ‘폴라 보텍스(polar vortex, 극지 소용돌이)’를 자주 언급한다. 극지 소용돌이는 북극 상공에 머무는 거대한 찬 공기 덩어리로, 이것이 약해지거나 분열될 경우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로 남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겨울 미국 동부의 장기 한파를 다룬 다수의 분석은 그린란드·시베리아·북미 일대의 고기압 배치가 상공의 흐름을 바꾸며 찬 공기를 남쪽으로 끌어내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폴라 보텍스 = 한파’라는 단순 공식은 과학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극지 소용돌이는 한파를 설명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 이번 겨울과 같은 대형 한파·폭설·결빙 사태는 여러 대기·해양 요인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극지 소용돌이, 폴라 보텍스에 대한 이해. 사진 Climate.gov
극지 소용돌이, 폴라 보텍스에 대한 이해. 사진 Climate.gov

위 그림은 북극 상공의 대기 구조가 안정적일 때와 불안정할 때 겨울 날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해 보여 준다. 왼쪽은 안정된 극지 소용돌이(Stable Polar Vortex) 상태를 나타낸다. 북극 상공에 형성된 거대한 찬 공기 덩어리인 극지 소용돌이(polar vortex)가 비교적 둥글고 단단하게 유지되고, 그 바깥을 제트기류(jet stream)가 빠르게 고리 형태로 감싸며 찬 공기를 북극에 가둔다. 이 경우 북극은 매우 춥지만, 북미·유럽·동아시아 같은 중위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예측 가능한 겨울을 보이게 된다.


오른쪽 그림은 불안정하고 굽이치는 극지 소용돌이(Wavy Polar Vortex) 상태를 보여 준다.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들면,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뱀처럼 크게 굽이치며 느려진다. 이 틈을 타 극지 소용돌이가 찌그러지거나 갈라지고,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남하하면서 갑작스러운 한파와 폭설, 결빙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그림에서 파란색은 차가운 북극 공기(cold air), 붉은색은 따뜻한 중위도 공기(warm air)를 뜻하며, 화살표는 제트기류의 흐름과 찬 공기의 이동 방향을 나타낸다.


이 도식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Climate.gov와 기후 연구기관들이 극지 소용돌이와 제트기류의 변화를 설명할 때 사용해 온 대표적인 개념도로 지구온난화가 겨울을 단순히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북극의 찬 공기를 붙잡아 두던 대기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그 결과 겨울은 더 불규칙해지고, 더 예측하기 어려운 계절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핵심은 제트기류의 ‘굴곡’과 ‘정체’


한파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트기류(Jet Stream)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로 형성되는 강한 서풍대로, 겨울철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경계를 만든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겨울 기상 분석에서 공통적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크게 굽이치는 현상을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제트기류가 강하고 곧게 흐를 때는 찬 공기가 북쪽에 머무르지만, 추진력이 약해지면 흐름이 남북으로 크게 요동친다. 이때 북극의 찬 공기가 북미·유럽·동아시아 등 중위도로 깊숙이 내려오게 된다. 이번 겨울 미국과 유럽에서 관측된 한파는 이러한 제트기류의 깊은 굴곡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블로킹’이 한파를 오래 붙잡는다


문제를 더 키운 것은 블로킹(blocking) 현상이다. 블로킹은 말 그대로 대기 흐름이 특정 지역에서 막혀 정체되는 현상으로, 한파나 폭염이 며칠이 아니라 수주간 지속되는 원인이 된다.

미 동부의 이번 한파는 그린란드 인근의 고기압 블로킹이 제트기류의 이동을 막으면서 찬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한 사례로 분석됐다. 이는 “잠깐 추웠다 풀리는” 과거의 겨울과 달리, 도시 기능과 에너지 시스템에 누적 부담을 주는 장기 한파로 이어졌다.


바다에서 공급된 ‘수증기’, 폭설을 증폭시키다


이번 겨울 한파가 단순한 저온 현상을 넘어 대형 폭설·결빙 재난으로 번진 데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 변수가 있다. 바로 바다에서 공급된 수증기다. 1월 말 미국의 강력한 겨울 폭풍을 분석한 미국 기상학계는, 상층에서는 찬 공기가 내려오고 하층에서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멕시코만 해수면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며 폭설과 얼음비가 증폭됐다고 지적했다.


즉, ‘차가운 공기’와 ‘증가한 수증기’가 만나면서 한파가 재난급 겨울 폭풍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의 또 다른 단면이다. 지구온난화로 바다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었고, 이 수증기가 겨울철 찬 공기와 결합하면 눈과 얼음의 강도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기후 과학의 일관된 설명이다.


한반도도 같은 구조 안에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상청은 올겨울 들어 대기 패턴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파와 폭염 같은 극값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북극 기온 상승 → 제트기류 약화 → 찬 공기 남하”라는 연결 고리는 한국 겨울 기상 분석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공급되는 수증기가 결합할 경우, 한반도 역시 한파와 폭설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재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험은 결코 작지 않다.


단일 원인보다 ‘조합’을 봐야 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6년 1~3월 계절 전망에서 적도 태평양의 냉수 편차가 약화되며 엘니뇨·라니냐(ENSO) 중립 상태로 이동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런 대규모 해양–대기 배경장은 지역 한파의 발생 조건을 바꿀 수 있지만, 특정 한파를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된다.


이번 겨울 한파는 극지 소용돌이, 제트기류의 굴곡, 블로킹, 해양 수증기 증가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에 가깝다.


'한파'가 ‘복합적 재난’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파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기와 바다, 상층과 하층이 동시에 흔들리는 시대, 겨울 한파는 점점 더 복합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재난으로 변하고 있다.

‘폴라 보텍스’는 출발점일 수 있지만, 진짜 위험은 그 뒤에 이어지는 연쇄 작용에 있다. 기후위기가 바꾸고 있는 것은 추위의 세기가 아니라, 겨울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다.

댓글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