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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봄꽃 축제, 덕유산국립공원이 묻는 '지속가능한 여행'

  • 2시간 전
  • 3분 분량

2026-03-17 김사름 기자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축제는 지역의 큰 자산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지역주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크다. 국립공원 덕유산 국립공원사무소는 ‘지속가능한 여행 안내서’를 발간해 생태관광, 저탄소 식당, 친환경 농가민박, 지역 청년 생태해설 등 기후위기의 시대, 여행을 생각하게 한다.



국립공원에서 시작된 ‘지속가능한 여행’ 실험


2026년 봄꽃 축제가 전국적으로 개회 중이다. 광양매화축제는 3월 13일부터 22일, 진해군항제는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서귀포유채꽃축제는 4월 4일부터 5일까지 예정돼 있다. 매화와 벚꽃, 유채꽃을 앞세운 봄맞이 여행 수요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은 단순한 이동과 소비를 넘어 자연과 지역에 남기는 부담까지 함께 따져 봐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봄은 이동의 계절이고, 여행업계로서는 가장 분주한 시즌이다. 사람들은 더 짧아진 봄을 붙잡기 위해 남쪽으로, 산으로, 축제로 몰린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여행은 더 이상 가볍기만 한 이동일 수 없다.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여행이 지역의 자연과 생태, 교통과 쓰레기, 에너지 소비에 어떤 부담을 남기는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대다.


국립공원공단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는 최근 ‘지속가능한 여행 안내서’를 발간했다. 덕유산국립공원과 인근 무주군·거창군을 배경으로, 자연 보전과 지역 상생을 함께 실현하는 여행 방식을 제안한 안내서다. 국립공원 탐방객을 포함한 여행자들에게 지속가능 관광의 의미를 알리고, 국립공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지속가능한 여행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역사회를 소모하지 않으며, 여행 이후에도 그 장소가 다음 사람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게 하는 여행 방식이다.


다시 말해 환경, 지역경제, 지역문화, 주민의 삶을 함께 고려하는 여행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즐기는 여행’이다. 자동차로 한꺼번에 몰려가 혼잡과 탄소배출을 증폭시키는 대신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소비 대신 지역 식당과 지역 상점을 이용하며, 자연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생태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눈앞의 경관만 보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경관을 유지해 온 사람들과 생활, 생태계를 함께 보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가 발간한 안내서는 이런 방향과 맞닿아 있다. 안내서에는 덕유산국립공원이 추진 중인 생태관광, 친환경 야영장, 자원봉사 등 지속가능한 탐방문화 정책과 사업이 담겼다. 지역 특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저탄소 식당, 전통·문화유산 보전 활동, 친환경 농가민박, 지역 청년이 주체가 되는 생태 해설 프로그램 등이 함께 소개됐다. 여행자가 자연을 덜 훼손하면서도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지역과 더 책임 있게 연결되는 경로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관계와 책임이 중심이 되는 여행


중요한 것은 여행의 중심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기존 여행이 풍경과 명소 중심이었다면, 지속가능한 여행은 관계와 책임 중심이다. 어디를 봤느냐보다 어떻게 머물렀느냐, 무엇을 소비했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지역과 연결됐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국립공원 같은 보호구역에서 특히 더 절실한 문제다. 국립공원은 아름다운 경관의 자원인 동시에, 생태계가 살아 있고 보호받아야 할 자원이기 때문이다. 탐방객이 늘수록 지역경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서식지 훼손, 쓰레기 증가, 소음, 교통 혼잡 같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여행은 ‘여행을 줄이자’는 말과는 다르다. 여행의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에 가깝다.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방문객이 자연과 지역에 남기는 부담을 줄이고 체류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많이 보고 빨리 소비하는 여행에서, 천천히 걷고 덜 쓰레기를 만들며 지역에 더 많이 남기는 여행으로 바꾸자는 뜻이다.


덕유산의 이번 시도는 그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립공원이 단지 보호와 규제의 공간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여행이 가능한지를 보여 주는 실험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구역이야말로 가장 먼저 여행의 문법을 바꿔야 하는 공간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자연을 지키는 방식 또한 더 정교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활동가팀이 참여한, 10편의 여행법


지역사회 활동가 9개 팀이 안내서 제작에 참여하고, 10편의 여행법이 수록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속가능한 여행은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만드는 캠페인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지역 주민, 청년, 생산자, 해설사처럼 실제 그 장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행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래야 관광이 외부 소비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생활과 경제를 지지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여행은 거창한 윤리 강령이 아니다. 여행을 가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같은 여행이라도 자연을 덜 해치고, 지역에 더 남기고, 그 장소를 더 깊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어디를 갔는지보다 어떻게 갔는지, 무엇을 봤는지보다 무엇을 남기고 왔는지를 묻는 여행이 지속가능한 여행이다.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의 ‘지속가능한 여행 안내서’는 바로 그 질문을 국립공원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봄꽃 여행이 넘쳐나는 계절,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여행상품이 아니라 더 나은 여행 방식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은 더 많이 이동하는 기술이 아니라, 더 책임 있게 머무는 감각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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