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 RE100 반도체 산단의 본질은 대체가 아니라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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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전체의 산업 구조와 에너지 안보를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때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두고 논쟁이 여전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정치권,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지역 개발과 산업 정책 영역으로 보이지만, 산업 구조와 에너지 안보, 그리고 국가 미래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국가 전략사업이므로 이전 논쟁을 중단하고 인허가와 기반시설을 최대한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반도체 산업은 속도 경쟁 중이다.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은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질주하고 있다.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 대한민국이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용인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간 국가 전략사업이므로 이전 논의를 중단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지 보상과 인프라 계획이 완료되어 사업 자체의 재검토는 불확실성을 키울 뿐이며,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장기 투자 산업에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한다.
2026년 3월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이 궐기대회를 열었다. 전국행동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추진 방식이 장기적으로 국가 차원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이 강조하는 건 전력 공급 구조다.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첨단 공정 라인이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LNG 발전을 중심으로 한 전력 공급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공급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안도걸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의 약 70%, LNG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원유 비축량은 약 270일분에 달하지만 LNG 비축량은 겨우 9일분에 불과하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거나 해상 수송로가 차단될 경우 우리의 LNG 공급이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LNG 수입 역시 특정 국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수입하는 LNG의 약 30%는 호주, 약 20%는 카타르에서 들어온다. 이 두 나라가 공급량을 조절하거나 가격을 크게 인상할 경우 에너지 비용은 급격히 상승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겪었던 에너지 위기는 특정 연료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약 30%가 LNG 발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추가로 들어서고 그 전력이 LNG 발전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면 우리 산업의 에너지 취약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라는 국가 핵심 산업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이 문제는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맞물리며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해상 수송로가 차단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국의 LNG 공급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전력 가격이 급등하고 산업용 전력 공급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반도체 공장은 전력 공급이 조금만 흔들려도 치명적이다. 첨단 공정은 극도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전제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그 전력 공급이 수입 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 산업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문제가 된다. ‘RE100 반도체 산단’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반도체 산업 단지를 조성해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과 공급 위험을 동시에 줄이자는 구상이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자원이 풍부한 호남 지역은 이러한 모델을 실험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보인다.
태양광 중심으로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전력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LNG 대신 태양광 중심 전력을 사용할 경우 향후 20년 동안 최대 30조 원 수준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분석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연료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전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호남 지역에 RE100 기반 반도체 산단을 추가로 조성하면 국가 반도체 산업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대체’가 아니라 ‘확장’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기존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거점이라면, 호남의 RE100 반도체 산단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산업 모델이 될 수 있다. 두 축이 함께 존재할 때 한국 반도체 산업은 에너지 위기나 국제 정세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국가 전략 산업은 속도와 더불어 방향 역시 중요하다. 반도체 공장을 얼마나 빨리 짓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공장이 어떤 에너지로 돌아가고 어떤 위험 위에 놓여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찬반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절실하다.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전체의 산업 구조와 에너지 안보를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때다.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지역 균형 발전을 함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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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