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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드러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문제, 해법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입지 선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건 아닌 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김용만  편집인
김용만  편집인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산업단지에 공장을 만드는 기업이 코스피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인데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반도체는 설계, 소재·부품·장비, 제조, 패키징, 테스트가 긴밀하게 맞물린 산업으로 물리적 근접성이 중요하다. 단일 공장보다 집적된 클러스터에서 효율이 높기 마련이다. 용인 클러스터가 대한민국 효자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 격차를 벌일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 될 거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공정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확보 계획이 제대로 서있지 않다는 점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기는 15GW 이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동·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345kV 송전망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는 기업 자체에서 LNG발전소를 지어 충당한다고 한다. 25%인 송전선로 이용률을 고려해서 15GW의 전력을 용인에 보내려면 4배인 60GW 설비가 필요하다. 345kV 송전선로 15개를 건설해야 하는데 현재의 주민 수용성을 볼 때, 비현실적인 계획이다. 송전망을 통해 필요 전력공급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도박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공업용수도 마찬가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공업용수는 하루 백만 톤 정도다. 용인 근처에는 이를 감당할 수자원이 없다. 용인 지역은 대형 댐이나 풍부한 하천 수원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 자체 수급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는 한강 수계에서 용수를 끌어오기 위해 46.9㎞ 규모의 전용 관로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겠지만, 한강 수계는 이미 포화 상태다. 기존 공업용수 수요와 수도권 주민의 생활용수조차 감당하기 벅차다. ‘쓰레기 수도권매립지’ 사례에서 충분히 보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수도권의 전력 소비 밀도는 비정상적으로 높다. 좁은 지역에 전력 수요가 과도하게 몰려 있어 작은 충격에도 계통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물도 그렇고 쓰레기 처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수도권은 이미 과밀 상태다. 가진 것 없이 단기간 고속 성장을 위해 중앙 집중화된 효율이 필요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중앙 집중 방식으로는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다. 지금은 국가와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분산과 균형을 통해서 가능한 시대다. 지산지소(地産地消)가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서 드러난 문제의 해법인 이유다.


무엇보다 용인 입지 선정 자체를 되새겨 봐야 한다. 용인을 고집하는 핵심 주장은 언제나 '인재'다. 수도권이 아니면 고급 인력이 내려가지 않아 기업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인프라 격차에 기반한 지난 논리일 뿐이다. 오늘날의 인재들은 단순히 지역이 아니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정주 여건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따라 움직인다. 수도권이 아니면 안 된다는 ‘남방한계선’이라는 인식은 지방 시민을 하등 취급하는 모욕적 사고이자, 반도체 공장에 대한 무지가 가져온 소모적 논쟁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고,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은 D램 생산의 약 30%를 담당하는 주요 생산기지다. 상해에서 기차로 2시간, 혹은 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중국 오지에서도 생산이 원활하며, 한국의 핵심 인재들이 파견 나가 공정을 진두지휘한다. 왜 인재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기업이 망할 것이라 주장 하는 것일까. 설령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산업단지 설립을 계기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기후솔루션 등 시민단체는 2025년 3월 5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계획의 재검토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정부가 산단 가동에 필요한 거대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국가 탄소중립 목표에 위배되는지, 기후변화 영향평가 과정에서 외부 전력 수급에 따른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15일 서울행정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시급성'이라는 명분 아래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환경 주권을 무시한 판결이다.


용인 산업단지의 승인허가를 받은 계획안은 반도체 산단 구축 전략이 아니라 전형적인 '부동산 토목 계획'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특화 조성계획(2024.12)'을 살펴보면, 산업 시설의 고도화보다는 약 228만㎡ 규모의 배후 주거지 조성, 국도 45호선의 8차선 확장 및 이설, 그리고 경강선 연계 철도망 구축 등 거대한 신도시 급 토목 공사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정작 문서 어디에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생존 조건인 '재생에너지' 확보 방안이나 '탄소배출권' 리스크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는 보이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주민 건강권이다. 반도체 공장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유독가스와 케미컬을 사용하는 시설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이나 시안에 지은 공장은 모두 주거지를 피해 허허벌판에 지어졌다. 하지만 용인 산업단지는 약 728만㎡ 부지에 공장 6기를 짓고, 인근 228만㎡에 1.6만 세대의 배후 주거지를 통합 개발하는 위험천만한 구조다. 반도체 공정에서 배출되는 미세 가스와 화학물질은 대기 정체 시 인근 주거지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법원은 이를 단순히 '도시개발' 승인 허가 과정에서의 일부 절차적 미흡으로 치부했으나,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과 유해성을 고려한다면 이는 명백한 국민 주권 및 생명권 침해다.


최근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가 “반도체는 정치가 아니라 과학으로 짓는 것이다”라는 묘한 발언을 했다. 물론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일은 과학의 영역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단지의 입지를 결정하는 과학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산업단지의 입지는 다양한 사회·경제·환경적 요인을 충분히 고려한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만 한다. ‘과학이 합리’라는 억지를 부리면 안 된다. 산업단지 이전 불가론에 과학이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 아울러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입지 선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건 아닌 지 면밀하게 살펴 볼 일이다.


지난 1월 2일 용인시가 제공한 '이주기업 전용산단이 포함된 첨단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 위치도'. 사진_용인시
지난 1월 2일 용인시가 제공한 '이주기업 전용산단이 포함된 첨단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 위치도'. 사진_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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