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 이제 그만
- sungmi park
- 2025년 8월 15일
- 3분 분량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겪은 나라가 핵 오염수를 무책임하게 바다에 버리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국제사회가 움직이기 전에 알아서 중단하는 게 순리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되었다. 이로 인해 히로시마에서 14만 명, 나가사키에서 7만 명의 직접 사망자가 발생했다. 합해서 21만 명이 죽었다. 수년 내 피폭과 후유증으로 수만 명이 더 사망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인류 역사상 핵무기가 실제 사용된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이후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고 태평양전쟁이 끝났다.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었고 우리는 식민 치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했다. 피폭 생존자가 60만 명에 달하는 등 일본은 어떤 나라보다도 ‘핵’에 대한 강한 공포와 뼈저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해역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14미터의 해일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5~6미터 수준으로 설계 된 방수벽과 방호시설은 무용지물이었다. 지진이 잦은 나라여서 강진에는 대비하고 있었지만, 지진이 만들어 내는 해일은 예상 밖이었다. 원자로가 가동 중단 되고 전원을 상실했다. 원자로 냉각 시스템이 완전 마비되고 핵 연료봉은 녹아내려 물과 섞였다. 수소폭발과 방사능이 누출되었고 핵 오염이 시작되었다. 비록 사고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없었지만 일본 국민들의 간담은 서늘하다 못해 얼어붙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원자로가 터지는 건 막았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핵 오염수는 남았다. 이 오염수는 지금도 늘고 있다. 원전 부지에 아직도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수와 빗물이 유입되고, 사고 이후 원자로 내부 핵연료 잔해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주입 중이다. 하루 약 90~130톤의 오염수가 새롭게 발생한다. 유일한 핵무기 피해국인 일본에게 핵 오염수 처리는 국격(國格)을 가늠 하는 시험대 같았다. 유감스럽게도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최악의 결정을 하고 말았다.
고려할 수 있는 여러 처리 방안이 있었다. 이 중에서 최적의 선택지는 사실 나와 있었다. 자연 붕괴되도록 육상에 장기 저장하면서 트리튬 제거 설비를 구축하고 농축분은 고형화, 격리하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모범 답안이었고 사회적 저항도 적은 길이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부담이 되더라도 순리를 따라야 했다. 하지만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단기간, 저비용’이라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핵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는 쉽지만 너무나 무책임한 결정을 하고 말았다.
일본정부는 충분히 희석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바다에 버리면 어차피 바닷물과 섞여 희석되기 마련이다. 희석해서 버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다. 방사능 물질 총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다핵종 제거설비(ALPS)에 의해 처리되었으니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오염수가 향하는 곳은 인간이 아니라 해양이다. 해양은 복잡한 생태계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고 해서 바다에 해롭지 않다고 하는 건 심각한 논리의 비약이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 아닌가 말이다.
삼중수소는 빗물이나 바닷물, 수돗물 등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것으로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현재 자연환경에 있는 삼중수소 대부분은 핵무기 보유국이 행한 대기권 핵실험의 잔존물이거나 핵발전소와 재처리공장에서 배출된 환경오염 물질이다. 원전에서 나오는 해양 배수는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원전 중 ‘사고로’에서 해양 방출을 하는 원전은 후쿠시마 제1원전밖에 없다. 핵연료에 접촉한 물은 절대 바다에 버리지 않는다. 핵연료에 접촉되지 않은 온배수만 바다나 하천에 흘려보낸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경우 원자로 3개가 붕괴돼 연료봉이 녹아내려 밑바닥에 붙어 있다.
일본정부는 핵 오염수 해양방류 같은 중차대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 여론 수렴조차도 등한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치 이하 안정성 검증’이라는 보고서를 방패 삼아 밀어 붙였다. 당시 대한민국의 윤석열 정부도 이에 동조했으니 한심한 일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검증기관이 아니다. 검증을 한다면 핵 비확산 분야에 한정된다. 국제협력과 기술지원, 기준설정, 감시활동을 하는 기구다.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는데 일본정부는 우겼다. 이는 오랫동안 견제를 받지 않아왔던 자민당 독재가 빚어낸 절차적 민주주의의 파행이라 볼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1일까지 13번째 핵 오염수 방류가 진행되었고 약 7800톤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갔다. 2023년 8월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10만 톤 이상의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었다. 앞으로 30년 간 100만 톤 이상 더 방류될 계획이라고 한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오염수 상태를 보면, 그 기간은 훨씬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말 심각한 건 핵 오염수 해양 방류가 일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화뇌동했던 윤석열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나마 경각심을 잃지 않았던 중국도 얼마 전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202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 단체였다. 핵 위협 상황을 경고하고 평화를 강조하며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나라에서 인접국의 바다에 핵 오염수를 투기하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막을 내리고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출범한지 70여 일이 지났다.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류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더 이상 시민단체만으로는 힘이 부친다. 국가지도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마침 오는 23일~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분명하게 요구하길 바란다. 세상에 이미 늦어버린 건 없다. 잘못되었으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바로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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